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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 개 마냥 클래식과 친해지기 1

1. 시작하며 / 2. <마술피리> 서곡, K.620

by 완소준

시작하며,


어떠한 글을 꾸준히 작성해야 하나 라는 고민을 꽤 깊고 긴 시간 동안 했다.

먼저 내 생각과 감정을 글로 풀어내기엔 스스로가 아직 미성숙하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조리 있게 글로 표현할 솜씨도 부족하고, 마음 자체도 아직 어린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꽤나 염세적인 내 속을 풀어낸 글을 읽고 기분이 좋아질 사람이 있을까란 걱정도 들었다.

성향을 바꾸진 못하겠지만, 이 부정적인 성격을 좋은 방향으로 잘 담아낼 수 있도록 여러모로 좀 더 정진이 필요하단 결론과 함께 이건 탈락.


그다음 후보로 내가 잘하는 걸 공유하면 어떨까란 생각과 함께 나는 뭘 잘하지?라는 생각을 해봤다.

딱히 없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했고 공부나 투자는 물론 좋아하는 운동이나 게임도 특출 나게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다.

사심을 담아 주관적으로 다시 봐도, 어울릴 정도만 되지 누군가를 알려주고 도와줄 정도의 고수나 전문가는 못된다.

IT와 관련된 내 전공과 회사 일도 마찬가지기도 하고 퇴근하고까지 업무 생각을 이어 나가고 싶지 않았다.

잠시 환기하고 쉬어야 또 일도 잘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마지막 후보로 무언가 배우거나 발전하는 과정을 기록하며 성장하는 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당장 시간 내서 무언가를 배우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개인적인 이유로 회사 생활이 고되어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기도 하고, 따로 시험 준비도 하고 있다. 좋아하는 테니스 레슨 받기도 넉넉지 않은데 다른 새로운 걸 배우기는 살짝 무리가 되는 시기이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정말 아무 계기 없이 문득 생각이 하나 스쳐 지나갔다.

'민이가 연주하는 클래식과 좀 가까와지면 어떨까?'

나름 음악 전공자의 집인데, 나도 최소한의 교양과 관심을 갖추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삶의 곳곳에서 클래식은 함께 한다. 서점과 레스토랑에서도, 차분한 술집에서도,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클래식은 잔잔하게 들려온다.

흘러나오는 곡을 듣고 "아, 이건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이군, 혹은 모차르트군"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클래식 입문' 플레이 리스트들을 들으려 클래식에 다가가기 위해 종종 노력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하게 관심갖고 듣기 힘들었다. 꾸준하게 듣지 못하게 되니 곡 듣고 곡명 맞추기는 더더욱 멀어져 갔었다.


이번 기회에 민이의 도움과 설명으로 클래식과 천천히 다시 익숙해져 보려고 한다.

민이의 연주에 갔을 때 오늘 프로그램은 어떤건지, 어떤 걸 집중해서 들어야하는지 등등 좀 더 관심 있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가끔 민이의 연주를 따라다니기도 한다.

최종 목표는 "아, 이 곡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이군." 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모차르트-<마술피리> 서곡, K.620


처음은 서곡으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오케스트라 연주회 프로그램은 보통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고 한다.

서곡으로 연주가 시작되고, 피아노 등 솔로 악기와 함께 협주곡 전 악장이 연주된다. 그다음 인터미션으로 잠시 쉬어갔다가 교향곡 전 악장과 앙코르 한 두곡으로 연주회가 마무리된다. 물론 연주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다.


서곡(Overture)은 오페라나 연극 등의 막을 열기 전에 연주하는 관현악 곡이다. 성악이 없는 도입부 음악을 말한다. 오케스트라 프로그램에 대한 민이의 가르침을 듣고 궁금한 걸 물어봤다.

"그러면 지금 생각나는 서곡은 뭐야?"

"유명한 건 마술피리 서곡..? 근데 좋아하진 않아."

재미가 덜 하기에 딱히 안 좋아한다고 한다. 마술피리는 고전시대 작품으로, 낭만시대 보단 딱딱하고 정확하게 맞춰야 하니 민이 취향은 아니라고 한다.

https://open.spotify.com/album/5onGsGuMESJoIqQvKYReMr

고전시대는 정형미가 중요하고, 상당히 규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아는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등이 고전시대의 음악가이다.


마술 피리는 모차르트가 죽기 두 달 전에 완성한 오페라 곡이다.

마술 피리 곡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라고 불리는 2막의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가 특히 유명하다. 들어보면 아마 누구나 '아! 이거!' 가 나올 것이다.


당시 모차르트는 후원자를 잃고 나날이 빚이 늘어나 파산 직전이었다. 주 수입이 사라진 모차르트는 이 일 저 일 많이 벌려놓아서 마술피리는 한 번에 완성되지 못했다. 여러 작품과 함께 만들어졌는데, 대관식에 맞춰 공연될 오페라와 그의 유작인 레퀴엠이다.

아무튼 천재인 모차르트는 마술피리는 결국 마무리 지었으나 그 해 12월 세상을 떠났다.

음악사는 간단하게 이 정도만 알아두고, 천천히 더 배워나가겠다.


마술 피리 서곡은 오케스트라의 합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한다.

연주는 먼저 장엄한 화음이 세 번 힘차게 울리며 시작된다. 초반에 느리게 시작하여, 빠른 템포로 전환이 된다. 그리고 메인 멜로디를 세컨드 바이올린이 먼저 시작을 하게 되고 퍼스트 바이올린이 뒤따라 들어온다.

이 부분에서 모두가 한 사람이 연주하듯이 한 마음으로 맞춰서 연주해야 하는데, 활 컨트롤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어려운 이유는 활을 긋는 게 아니라 튀기면서 연주해야 하는데 다 같이 타이밍 맞추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이 부분을 집중해서 들어보니, 곡이 좀 더 귀에 잘 들어오고 익혀지는 것 같았다.

퍼스트, 세컨드 바이올린 (총보 일부) imslp.org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은 두 파트로 나눠져 있는데, 세컨드 바이올린은 비교적 낮은 음역대를 연주하며 반주 역할과 멜로디 라인을 받쳐준다. 퍼스트 바이올린은 주로 멜로디 라인을 연주하고 음역대가 높은 부분들이 많다.


이런 조화가 입체적인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민이는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멋있게 말했다.

솔직히 나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아직 두 파트가 구분 지어져서 들리지 않는다.

고전 시대 곡이기에 감정표현이 명확해야 해서 피아노와 포르테의 대비도 두드려지는 편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도 신경 써서 들으면 좀 더 흥미롭게 들린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민이는 서정적이지 않은 마술피리가 덜 좋다고 했는데, 나는 낭만주의 작품의 드라마틱한 흐름을 아직 잘 몰라서 공감이 가지 못했다.

유명한 낭만주의 서곡을 추천받아 다음 곡으로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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