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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일상 - 한 여름의 일본 여행 편 마지막

여섯째, 일곱째 날, 다시 오사카 그리고 마무리

by 완소준

호텔이 마음에 들었는지, 감기 걱정이 사라진건지 2층 침대에서 숙면을 취하고 일어났다. 덕분에 첫날마냥 컨디션이 좋아졌다.

숙소 칭찬을 그렇게 해놓고, 사진 한 장 찍질 않았다.

느지막이 열 시쯤 숙소에서 나와 짐을 맡긴 후 커피 한잔 마시며 오늘의 계획을 생각했다.

우선 교토가 너무 매력 있어 아쉬우니 조금 더 구경하고 오사카 난바에 예약해 놓은 숙소로 가기로 했다.

어딜 더 둘러볼까 고민하던 중 기요미즈데라를 선택했다.


버스 타고 입구에 도착하니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특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엄청났다. 날씨도 더웠지만 양산 아래 해를 피해 청량하단 단어만 어울리는 하늘을 보면 버틸만했다.

입장권을 끊고 조금 걸어 올라가니 절경이었다. 하늘, 산, 나무, 그리고 그 안에 절이 조화롭게 있는 게 멋있을 수밖에 없었다.

동양의 사찰이니 한국의 절과 비슷하면서도 살짝 더 색감이 넘치는 것 같은 게 전혀 다른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롭게 앉아 구경하고 싶었지만 인파 속에서 여유를 찾긴 힘들었고, 정오가 가까워지니 파란 하늘에 햇빛이 바로 내리쬐어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덥긴 했지만 양산과 함께라면 짧게 구경해 보고 올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봄, 가을, 겨울에 오기에 더 좋은 곳 같다.

내려오는 길에 딸기는 '이치고'라고 친절히 알려주던 가게에서 아침부터 민이가 계속 노리던 딸기모찌를 사 먹었다.

1. 기요미즈데라 입구 쯔음 2. 올라가는 길 푸르른 하늘 3. 정상에서 한장

교토 시내로 금세 다시 들어와 '모스버거의 고향은 일본이다. 원산지의 맛을 먹어보자' 며 민이를 꼬셔 모스버거에 들어갔다. 다시 한번 메론소다와 먹었는데 맛이 없을 수가 없았다.

미즈노에서 구두 한 켤레와 일본 브랜드 반팔 몇 개 그리고 선물거리 몇 개 쇼핑 후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민이가 괴상한 생선과 참새구이를 고민하던 중 정말 못생긴 생선을 골라 먹었는데,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먹겠다.

1. 내려오던 길 딸기모찌 2. 민이가 노린 괴식 3. 내가 노린 모스버거

오후 네시쯤 정말 짧은 교토와 만남을 뒤로한 채 이별했다.

다른 계절의 옷을 입은 교토를 보러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나무 색감 우드톤의 전철을 타고 오사카 난바로 향했다. 한번 환승했고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난바역에서 나왔을 때 첫인상은 '와! 용산 전자상가랑 비슷하다.'였다. 도심가 이긴 하지만 교토보단 덜 정돈된 느낌과 우메다보단 세련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나쁜 인상이 전혀 아니라, 오히려 정감 갔다.

숙소에 체크인하고 짐을 먼저 두고 다시 나왔다. 방이 크긴 했지만 손길이 많이 닿았는지 해지고 깔끔하지 못해 숙소 셋 중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녁 먹으러 나왔다. 덴덴타운에서 피규어와 장난감들을 살짝 구경하며 도톤보리 방면으로 걸어 올라갔다. "하비는 나의 버팀목"이라는 멋진 문구와 함께 정말 다양한 상점들이 있었다.

공간을 빌려 중고 피규어를 판매하는 형식 같았다. 진열대 안에 있는 피규어를 구매하려면 종이에 번호를 적어 직원에게 내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우리도 피규어 하나 업어오네 마네 민이와 함께 고민하고 내적갈등하며 올라가니 금방이었다. 가게마다 내부는 시원하고, 위에 천장도 있기에 더위는 모르고 다녔다.


즐겨찾기 해놓은 규카츠 집이 근처길래 냉큼 갔더니 다행히 대기가 생기기 직전이었다. 살짝 짜긴 했지만 샐러드랑 맥주랑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았다.

1. 잠시 목을 축인 음료수 2. "하비는 마음의 버팀목" 3. 규카츠와 맥주 두잔

든든히 저녁을 먹고 다시 도톤보리로 걸어 올라갔다. 중간에 모자도 사고, '비크비크카메라' 노래가 나오는 전자상가도 구경하고, 시장거리도 구경하며 걸었는데 올라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짐을 느꼈다.

도톤보리 강에 도착하니, 와. 전 세계 사람들이 다양하게 몰려 있는 것 같았다. 강가 노점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고, 화려한 간판들이 적당한 폭의 강과 어우러져 빛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오사카에 왔다는 게 실감 났다.

친구들 프로필 사진에 간간이 보이던 글리코상도 보였다. 우리도 사진 한 장 찍고 싶었는데 인파에 질려 사람 없는 측면으로 가서 나름대로 사진을 찍었다.

엄청난 인파의 도톤보리

다시 몸이 지쳐 어디서 뭐라도 마시며 앉아있으려도 빈자리가 없었다.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이는 카페가 하나 보여 들어가니 핑크핑크로 가득 차 있는 게 살짝 특이했다. 마법소녀 콘셉트의 카페 같았다.

매번 먹고 싶었지만 못 먹은 초코 파르페와 목이 칼칼해 따뜻한 차 하나를 시켰는데, 차에 보라색 마법가루를 뿌려주셨다. 그리고 요술봉을 내게 쥐어주신 후 같이 요술봉을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다...

민이가 애써 웃음을 참는 게 느껴졌고, 겉으로 살짝 민망해 했지만 사실 속으론 마음에 들었다.

다음엔 자신 있게 오이시쿠나레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감 시간이 다 와가는지 우리 뒷 손님들은 양해를 구하며 받지 않으셨고, 우리도 노곤함만 풀고 곧 일어났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민이가 고대하던 돈키호테로 갔다. 근데 도톤보리 돈키호테는 사람이 너어무 많아 사람에 치여 뭘 구경할 수 없었다.

도톤보리에서 숙소인 난바 쪽으로 좀 내려가다 보면 돈키호테가 하나 더 있길래 거기로 갔다.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도톤보리점에 비해 사람이 많이 적어 구경하고 쇼핑하기 좋았다. 층수도 높았고 내 기준에 물건도 많았다. 없는 게 없어서 한 시간 넘게 선물과 먹을 것 이것저것 담아 쇼핑하고 나오니 열한 시가 다 되어 갔다. 면세 계산대는 따로 있어서 면세도 꼼꼼하게 챙겼다.

아, 돈키호테엔 외국인 아르바이트생분들이 유독 많았던 것 같다. 특별한 건 아니고 기억에 남아 적어둔다.

더 놀고 싶으나 교토에서부터 고됐기에 둘 다 체력은 바닥 나 숙소 근처에 있는 오락실에 들러 태고의 달인 시원하게 한 판하고 들어가 맥주와 함께 기절했다.

1. 어떤 느낌의 카페인지 2. 초코 파르페와 My Magic of Tea 3. 태고의 달인의 고장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다. 여행 왔다고 잠을 줄여가며 다니진 않았다. 마지막 날까지 푸욱 자고 10시쯤 느긋하게 체크아웃 후 마셔보고 싶다던 편의점 커피를 내려 마셨다.

전 날 예약해 놓은 게 코스요리 점 카니도라쿠를 가기 위해 다시 도톤보리로 향했다.

아침부터 렌고쿠 후드집업에 정신이 나간 채 걸어갔다. 날이 더워 지하상가로 들어가 걸어갔는데 우메다만큼 잘 되어 있었다.

전 날 밤에 포기한 글리코상 앞에서 사진 한 번 찍고, GU 매장 구경을 하다가 예약시간인 11시 30분에 식사를 하러 들어갔다.

가게도 엄청 크고 깨끗하고 조용했다. 게 요리가 한껏 나오는데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우린 종류가 다른 코스 2개와 맥주 한잔, 전통사케 한잔 시켰다. 여유가 있다면 한번쯤 와서 먹을 만 하지만, 예산이 빡빡한 배낭여행이라면 굳이 무리해서 먹을 만큼 1 티어 맛집은 아닌 것 같다.

1. 낮의 글리코 상, 부탁해서 둘이 사진도 한장 찍었다. 2. 카니도라쿠 입구 3. 맥주와 전통 사케 한잔

여행 마지막 만찬을 즐긴 후 아침에 나를 홀린 염주 렌고쿠 후드 집업을 사러 가는 길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 렌고쿠 후드 집업을 민이와 커플로 장만하는 건 내가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도 회사에 입고 갈 수 있지만 민이는 레슨이나 연주에 입고 가긴 어려우니 말이다.

살짝 마음을 단념한 채 캐리어 찾으러 숙소로 돌아가던 중 아식스 매장에 귀여운 운동화 한 켤레가 보였다.

발 사이즈 한번 재보라는 친절하신 사장님에 이끌려 색상만 다른 운동화 두 쌍을 마지막으로 쇼핑까지 마무리했다.


남은 동전들은 인형 뽑기와 편의점에서 다 털어버리고 오후 일곱 시 비행기 타러 다시 간사이 공항으로 돌아갔다.

(공항에서 이코카 카드 처음 구매한 곳으로 가면 보증금을 환급해 준다.

이렇게 무사히 민이와 첫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특별한 소감은 없다. 둘이 다니면 항상 즐겁고 항상 또 아쉽다.

나는 기대하거나 계획하지 않은 즐거움이 좋은데 그 즐거움을 맞이할 능력치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민이는 맛있는 것과 조금의 술만 있으면 어디든 마냥 즐거운 것 같다.

모든 걱정 고민 다 내려놓고 마냥 돌아다니면서 세상 구경하고 싶다.

1. 정말 마지막 군것질 2. 안녕!또 올게!

마무리: 기요미즈데라 -> 가라스마역 -> 난바역 -> 도톤보리 -> 간사이 공항


여행기 정도는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엔 쉬운 일이 없다.

내 머릿속과 앨범 속을 그저 시간 순으로 쓰면 되니 큰 틀과 방향에 대해선 크게 고민되거나 어렵진 않은데, 알맹이를 채워나가기가 마냥 수월하진 않았다. 어휘와 문장, 표현력도 너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꾸준함도 큰 걸림돌 중 하나다. 꾸준하게 작성하는 게 제일 좋다고 하는데

아, 어찌하여 이 세상은 이리 고된 것인가. 이 세상은 어찌 재밌는 게 이리 많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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