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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별 Jan 07. 2021

[실실실] 1. 올바른 훈육이란 뭘까?

얘들아 사이좋게 지내자.


남편과 나는 정말 평생 갈등 없이 평화롭게 평범하게 잘 살 거라고 생각했다. (뭘 믿고? 몰라...)


결혼 초기 내가 올린 글 참조:
https://brunch.co.kr/@bambyul/114


이 생각은 믿을 수 없겠지만(?) 첫째 하나만을 낳고 살 때까지 유지되었는데 언젠가 주말에 소아과를 갔다가 아기 준비물을 뭐 하나 빠뜨리고 왔는데 남편이 왜 그걸 안 챙겼냐고 신경질적으로 말해서 화가 났던 것 빼고는 그리 큰 충돌이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편이었다. 출퇴근하는 남편을 어느 정도 배웅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우리가 각자 아이 하나씩을 맡아야 하고 또 둘째까지 걷고 뛰게 되자, 우리는 점점 지쳐갔고 자연스레(?) 부딪히게 되었다.

특히, “훈육”이라는 점에서.



남편은 어린 시절 굉장한 개구쟁이여서 동네 할머니들에 남편이 나온 걸 알면 대문을 다 잠가버릴 정도였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남의 집 간장독에 든 간장을 다 비우고 그 안에서 물을 받아 노는, 스케일 있는 녀석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본투비 청개구리였던 그는 의외로 자식에게는 까칠하게 굴었는데 첫째가 돌 지났을 무렵 “돌 지났으면 어린이야.” 하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아이를 다그쳐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의 훈육의 강도는 둘째가 뛰기 시작하고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연락이 오면서 더 세지더니, 둘째가 첫째와 함께 놀고 장난치기 시작하자 이제는 내가 말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혼나는 건 아니고 둘이서 자기 전 책 읽는 남매의 모습. 둘째는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발을 저렇게 포갠다. 신기하다.

나도 어릴 적 아버지의 엄한 훈육을 받고 자란 터라 되도록이면 아이들에게 큰소리치는 부모는 되고 싶지 않았는데 아뿔싸! 코로나 19 녀석 때문에 가정보육이 길어지고 세 번째 임신 초기의 극예민을 달리던 나 또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엉덩이를 맴매하는 못난 어미가 되어있었다. (사실 누적으로 보면 내가 집에서 애들을 보면서 더 화를 낸 것 같다.)


어쩌면 좋을까?
올바른 훈육은 뭘까?


남편과 나는 훈육에 대한 각자 다른 정도의 차이를 떠나 이제 제법 훈육에 대한 고민이 심각해졌다.

화내지 않고 아이들이 위험한 행동을 바로 잡고 바른 습관을 키워줄 순 없을까?


매일 밤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반성하고 때로는 울고 용서를 구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잠들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이었다. 더 큰 문제는 혼난 것도 리셋되어서 똑같은 장난과 하지 말라는 행동은 계속 반복되었다.

만 23개월,  야물딱지게 할 말은 하는 둘째 튼실이


딸인 둘째는 어린이집에 가서 “아빠가 혼냈어” 하며 여기저기 소문을 내었고 남편이 혼낸 다음에는 “왜 혼냈어?” 하고 꼭 물어보았다.


에효... 우리 똑순이...

요즘 매일 말하는 게 늘어서 예쁘고 소름 돋기도 한다. 올해 말쯤이면 나랑 말싸움을 할 것 같다. 지금도 대화가 가능한 23개월이니 ㅎㅎ


아빠가 혼을 내도 금방 까먹는 39개월 김빵실. 요즘 우리가 상상 못하는 말들을 가끔 해대서 정말 배꼽 잡거나, 감동하거나, 뜨악하거나...


빵실이라는 태명답게 자라는 내내 미소가 아름다웠던 첫째는 둘째와 달리 왜 혼냈는지 묻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훈육을 하고 나서 미안함에 말을 걸어도 얼굴도 잘 안 본다.


 둘째가 태어날 때 고작 16개월이었는데 갑자기 오빠가 되고 갓난아기에 대한 제재를 많이 받아서 고생이 많았을 거다. 제일 미안함이 크다.


마지막 셋째 김뽁실이는 만으로 50일이 조금 지났다. 배고프거나 잠오는 거 말곤 크게 까다로운게 없는 순딩이다. 하지만 내 품에서 떨어지면 곧잘 우니 참 그 점이 힘들다.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2020년 12월이었는데 훈육이라는 것에 대해 매일 고민을 하고 정인이 사건이 터지자 내 고민은 더욱 깊어져 글을 고치고 고치다 그저 지쳐버렸다. 올릴까 말까? 고민했다.


나는 진정서도 쓰지 못하는 맴매하는(애 때리는) 엄마인데 판사님에게 호소할 수 있을까? 그래, BTS 지민이 글을 올렸다는데 나 하나 진정서 안 보내도 아미들이 보내주겠지...
그 날 그렇게 자위하며 무알콜 맥주를 땄다.


하지만 처음부터 부담 없이 남기자는 거였고 정말 요즘 너무너무 너무!! 고민인 것이 훈육이라 그저 욕심 없이 툭- 던진다. 어제부로 40개월이 된 첫째, 곧 24개월 두 돌이 되는 둘째, 끝으로 두 달이 된 셋째까지. 올해 이 친구들과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며.


사랑한다. 우리 실실실 남매들

엄마가 지금껏 미안했어.

앞으로는 훈육보다는 대화로 풀어볼게.

조금만 더 인내심을 발휘해볼게. 하...


진짜 누가 “올바른 훈육” 아시는 분은 저 좀 가르쳐주세요. 그때까지 얘들아,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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