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사이좋게 지내자.
남편과 나는 정말 평생 갈등 없이 평화롭게 평범하게 잘 살 거라고 생각했다. (뭘 믿고? 몰라...)
결혼 초기 내가 올린 글 참조:
https://brunch.co.kr/@bambyul/114
이 생각은 믿을 수 없겠지만(?) 첫째 하나만을 낳고 살 때까지 유지되었는데 언젠가 주말에 소아과를 갔다가 아기 준비물을 뭐 하나 빠뜨리고 왔는데 남편이 왜 그걸 안 챙겼냐고 신경질적으로 말해서 화가 났던 것 빼고는 그리 큰 충돌이 없을 정도로 평화로운 편이었다. 출퇴근하는 남편을 어느 정도 배웅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우리가 각자 아이 하나씩을 맡아야 하고 또 둘째까지 걷고 뛰게 되자, 우리는 점점 지쳐갔고 자연스레(?) 부딪히게 되었다.
특히, “훈육”이라는 점에서.
남편은 어린 시절 굉장한 개구쟁이여서 동네 할머니들에 남편이 나온 걸 알면 대문을 다 잠가버릴 정도였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남의 집 간장독에 든 간장을 다 비우고 그 안에서 물을 받아 노는, 스케일 있는 녀석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본투비 청개구리였던 그는 의외로 자식에게는 까칠하게 굴었는데 첫째가 돌 지났을 무렵 “돌 지났으면 어린이야.” 하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아이를 다그쳐서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의 훈육의 강도는 둘째가 뛰기 시작하고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연락이 오면서 더 세지더니, 둘째가 첫째와 함께 놀고 장난치기 시작하자 이제는 내가 말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나도 어릴 적 아버지의 엄한 훈육을 받고 자란 터라 되도록이면 아이들에게 큰소리치는 부모는 되고 싶지 않았는데 아뿔싸! 코로나 19 녀석 때문에 가정보육이 길어지고 세 번째 임신 초기의 극예민을 달리던 나 또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엉덩이를 맴매하는 못난 어미가 되어있었다. (사실 누적으로 보면 내가 집에서 애들을 보면서 더 화를 낸 것 같다.)
어쩌면 좋을까?
올바른 훈육은 뭘까?
남편과 나는 훈육에 대한 각자 다른 정도의 차이를 떠나 이제 제법 훈육에 대한 고민이 심각해졌다.
화내지 않고 아이들이 위험한 행동을 바로 잡고 바른 습관을 키워줄 순 없을까?
매일 밤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반성하고 때로는 울고 용서를 구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잠들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이었다. 더 큰 문제는 혼난 것도 리셋되어서 똑같은 장난과 하지 말라는 행동은 계속 반복되었다.
딸인 둘째는 어린이집에 가서 “아빠가 혼냈어” 하며 여기저기 소문을 내었고 남편이 혼낸 다음에는 “왜 혼냈어?” 하고 꼭 물어보았다.
에효... 우리 똑순이...
요즘 매일 말하는 게 늘어서 예쁘고 소름 돋기도 한다. 올해 말쯤이면 나랑 말싸움을 할 것 같다. 지금도 대화가 가능한 23개월이니 ㅎㅎ
빵실이라는 태명답게 자라는 내내 미소가 아름다웠던 첫째는 둘째와 달리 왜 혼냈는지 묻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훈육을 하고 나서 미안함에 말을 걸어도 얼굴도 잘 안 본다.
둘째가 태어날 때 고작 16개월이었는데 갑자기 오빠가 되고 갓난아기에 대한 제재를 많이 받아서 고생이 많았을 거다. 제일 미안함이 크다.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2020년 12월이었는데 훈육이라는 것에 대해 매일 고민을 하고 정인이 사건이 터지자 내 고민은 더욱 깊어져 글을 고치고 고치다 그저 지쳐버렸다. 올릴까 말까? 고민했다.
나는 진정서도 쓰지 못하는 맴매하는(애 때리는) 엄마인데 판사님에게 호소할 수 있을까? 그래, BTS 지민이 글을 올렸다는데 나 하나 진정서 안 보내도 아미들이 보내주겠지...
그 날 그렇게 자위하며 무알콜 맥주를 땄다.
하지만 처음부터 부담 없이 남기자는 거였고 정말 요즘 너무너무 너무!! 고민인 것이 훈육이라 그저 욕심 없이 툭- 던진다. 어제부로 40개월이 된 첫째, 곧 24개월 두 돌이 되는 둘째, 끝으로 두 달이 된 셋째까지. 올해 이 친구들과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며.
사랑한다. 우리 실실실 남매들
엄마가 지금껏 미안했어.
앞으로는 훈육보다는 대화로 풀어볼게.
조금만 더 인내심을 발휘해볼게. 하...
진짜 누가 “올바른 훈육” 아시는 분은 저 좀 가르쳐주세요. 그때까지 얘들아,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