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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별 May 13. 2022

[애셋맘 구직기] 1. 긴 잠에서 깨어나 한 발씩

구직에 필요한 건 뭐? 다이어트?!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입맛이 씁쓸하다. 몇 번이나 구직앱을 들여다보며 입사지원서를 내봤다가 스크랩을 했다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렇다. 나는 요즘 구직 중이다.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언젠가는 사회로 다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버티며 살아왔는데 이제 그때가 된 것 같다. 감히 막내가 아직 3살이지만 말이다.


이런 마음을 먹은 지 벌써 올 3월은 된 것 같은데 막상 정말 입사지원서를 낸 것은 며칠 전이었다.

나는 2005년 대학을 졸업 후 일반 기업 4년 3개월 그 후 예비창업팀의 구성원으로, 작은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로, 1인 기업의 대표로, 프리랜서의 형태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일해왔었다. 그 후 정확히 만 5년을 쉬고 나서야 사회로 돌아가려 하니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나의 기록을 떠올리는 일은 적잖이 쉽지 않았다.


2010년도에 내가 뭘 했는지, 이제는 무려 10년이 지나버린 그 시절에 어디서 누구와 일했는지, 어떤 프로젝트로 얼마를 받으며 일했는지 확인받아야 하는 작업들은 새삼스러웠지만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으며 아쉬움,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다행히 페이스북에 스스로 내 자취를 남겨둔 것에 안도감을 느낀 것이 작은 보람이었다. 다 그러모아보니 누군가 한 직장을 다녔으면 경험해보지 않았을 일들을 1~3,4년 단위로 다양하게 이어왔더라. 그때나 지금이나 이 이력을 보니 궁금증이 든다.    


나는 누구인가?
난 애셋맘이다!!!

당시에는 워낙 여러 가지 일을 하니 다들 가끔 내 정체를 모르겠다며 "넌 뭐하니?"라는 질문했을 때 굳이 설명을 보태가며 이해받고 싶지 않았는데 돌아보니 곧은길이 아닌 여러 갈래의 길을 삐죽삐죽 돌아온 나의 궤적들을 보니 정말 난 누구이며 뭐하는 사람이었을까 싶다. 그때 나의 사람들은 정말 혼란스럽거나 신기하고 궁금했을 것 같다.


사실 사회로의 복귀를 결심한 데에는 부단히 세속적인 이유가 숨어있었는데 바로 남편 직장과 가까운 새로운 신도시 구역의 신축 아파트의 계약건 때문이었다. 경제적으로 많은 자원이 드는 일에 있어 남편이 혼자 그 짐을 지게 할 순 없었다. 부부는 일심동체 아니었던가? 또 아이들은 계속 자라나고 나는 그만큼 빠르게 늙을 테니 더 늙기 전에 나의 자존감을 인정받는 일, 나의 자아실현 욕구를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는 일, 내 쏟는 시간만큼 물질적 보상을 받는 일을 찾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 결심을 구체화하기까지 1주일 정도는 수없는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만을 더 많이 했다. 가장 먼저 하원하는 첫째는 어떻게 하며, 아직 어린 둘째와 셋째가 갑자기 아프면 누가 달려가며 나는 그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지방에서 이제 만 39세로 40대에 갓 들어선 만 5년을 내리 쉰 아줌마를 누가 뽑아줄 것인가?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 쇠뿔은 단 김에 빼야 한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걱정만 하다가는 나를 위한 많은 기회가 내 지난 젊은 시절이 그랬든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때 생기는 일은 그때 어떻게든 풀어나가도록 하자.        


그래서 나는 일단 다이어트부터 시작했다.


마지막 출산 후 당연히 첫째, 둘째 출산처럼 빠질 것 같은 살은 아직 다 빠지지 않았다. 아기 몸무게에 양수와 태반, 그리고 출산 이후에 흘린 땀과 각종 분비물 정도만큼만 빠지고 (기분 탓이다) 1년 반 동안 내 몸무게는 조리원 퇴소 이후 쭉 유지되었다.


5월은 가족의 달인데 나는 다이어트와 구직을 시작했다. 뭔가 가족적인 것과는 동행할 수 없는 두 단어가 지금 내 삶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무리한 다이어트는 40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하루 1-2 공기의 밥은 꼭 먹으며 유산소 40-60분 가벼운 근력운동으로 4월 말부터 시작한 다이어트는 2주 차가 되니 약 2kg을 감량했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아니 대체 살쪘다고 누가 뭐라 그래?

그래. 그렇다고 한다. 친정엄마가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타인의 뚱뚱한 몸을 보며

"자기 관리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일을 하겠어?"라고 말하며 구직 중인 여성에 대해 쉽게 말을 한다고.

반쯤은 공감이 가면서 반은 화가 나는 말이었다.   


'아니 대체 내가 찌운 살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어떤 기쁨과 슬픔이 섞여있는지 너네가 알기나 해?'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눈이 있고 우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제멋대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편견에 의해 지레짐작을 한다. 그들의 권리에 대해 비난하고 싶지 않고 다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외치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이런 말은 우습지만 그렇게 누군가를 비난부터 하는 사람은 자신 또한 그런 점이 있어서 더 타인의 모난 점을 잘 본다고 생각한다.


사실 타인의 편견보다도 나의 자존감과 건강 회복을 위해 지속성이 우선인 중장기적인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올해 내 생일까지 몸무게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것이 목표다. 당장은 누가 면접에 불러준다고 해도 뭘 입고 나갈지 고민인 상태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면 완벽히 출산 전까지의 몸은 아니더라도(하지만 그때도 통통한 수준이었다는 사실) 내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의 몸으로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의 이 말도 안 되는 과정을 지금 적은 글처럼 꾸밈없이 여기 남기기로 했다.

지금의 나는 내 옆에서 수없이 파이팅을 외치는 많은 지인들과 나의 가족, 나의 절친들 외에도

더 많은 지지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나의 몸부림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먼 훗날 내가 다시 온전한 사회인이 되었을 때 지금의 내 글을 본다면 (얼마나 쓸지 모르겠지만)

40대의 나는 이렇게 또 열정이 있었구나 하지 않을까?


50대의 나에게 칭찬을 듣는 날을 꿈 꾸며. 나의 구직이 작은 도전과 실패로 끝날지라도 말이다.

어쨌든 언제나처럼 내가 그래 왔듯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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