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하지만 그 결과가 다른 경우를 종종 봅니다. 같은 시간 동안 책을 읽어도 어떤 사람은 시간이 남아서 다시 한번 읽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결국 정해진 시간에 다 읽지 못하고 책장을 덮기도 합니다. 특히 학교에서 한참 자라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이러한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정말 뛰어난 기억력으로 좋은 성적이나 성과를 나타내거나 어떤 악기나 미술 분야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일도 비일비재하지요.
각자 기량이 다른 제자들.
예전에 청소년 리코더 합주단을 운영했습니다. 어떤 제자는 전공을 권할 만큼 연주 솜씨가 좋아서 독주를 하도록 권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제자는 독주보다는 중주나 합주에서 더 뛰어난 기량을 보이기도 했습니다.또 어떤 제자는 독주나 합주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으나 합주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시간, 같은 가르침을 주지만, 배움의 속도와 배움에 대한 열매는 각자 다 다르다는 것이죠.
자 왈 "묘 이 불 수 자 유 의 부 수 이 부 실 자 유 의 부"
子曰 苗 而 不 秀 者 有 矣 夫 秀 而 不 實 者 有 矣 夫"
공자가 말했다. “싹이 났는데 꽃이 피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다.꽃은 피었는데 열매를 맺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다.”
(1일 1강 논어강독, 박재희교수)
논어 강의를 들었습니다.
국민 훈장으로 알려진 박재희 교수님의 1일 1강 논어강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우연히 듣게된 교수님의 강의에서 논어는 딱딱하거나 고리타분하다는 저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논어에 대한 그분의 명쾌한 해설과 유머에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싹이 났으나 꽃이 피지 않는 것도 있고, 꽃은 피었으나 열매 맺지 않은 것도 있다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싹과 열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싹이 있을 것이고, 다양한 종류의 꽃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싹과 꽃에서 꽃이나 열매가 열리지는 않는 것도 또한 현실일 것입니다. 모든 싹에서 꽃이 피기를 바라고, 모든 꽃에서 열매가 맺기를 바라는 것은 지극히 이상적인 것이고 비현실적인 것일 수 있다는 것이죠. 그것이 세상 사는 이치일 것입니다.
다양한 제자들.
공자에게는 정말 많은 제자들이 있었고, 어떤 사람이든지 마다하지 않고 제자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자의 제자들 중에는 정말 싹도 꽃도 열매도 빨리 맺는 제자도 있을 것이고, 아쉽지만 싹이나 꽃만 맺는 제자도 있었을 것입니다. 너무나 아꼈지만 그 싹을 미쳐 다 피워보지도 못한 제자도 있고 말입니다.이런 공자와 그 제자들의 이야기는 우리 인생의 안타까움과 더불어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