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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바다 Nov 15. 2024

동물원에 간 적이 있다

연지동 일기42

오래 전, 한 동물원에 간 적이 있다.

한여름의 폭양이 화살처럼 쏟아져내리는 날이었다.

더위 때문인지 북극곰도 낙타도 공작새도 비루먹은 개처럼 비실거렸다.

특히 몸집이 큰 낙타는 만취한 사람처럼 잘 걷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바닥은 콘크리트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비좁은 창살에 동물들을 가두고 구경할 권리가 인간에게 있는가. 


우리의 심심한 공휴일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일방적인 자연학습을 위해, 동물들을 이 창살에 가두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들의 몸과 행동을 샅샅이 살펴볼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가.

서식지가 다른 종들을 굳이 끌고와 인간들의 우월감과 호기심을 위해 희생시키는 것이 옳은 일일까.

동물들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 북극이나 아마존, 아프리카의 수풀 속에서 살던 것들이었다. 


꼭 창살에 가두고 인간들의 볼 권리를 만족시켜야겠다면, 꼭 그래야겠다면,

쾌적하고 널찍한 최소한의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폭양 속 콘크리트 위의 낙타가 왠말인가.

창살 속에서 구경거리가 되었던 미국의 서커스 단원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동물권#종차별주의#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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