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일기46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맹인부부의 이야기를 보았다.
남편은 목사였다.
그는 교회에서만의 목사가 되고 싶지 않다며 짬이 날 때마다 가난한 산동네를 찾았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 어디 아픈 데 없으세요?
그는 맹인학교에 다니면서 배운 침과 지압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낯선 맹인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처음으로 맹인의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이 있었다.
그는 혼자 사는 가난한 사내였다.
커피를 한 잔 대접하겠다며 누추한 방으로 목사를 안내했다.
맹인 목사는 그 가난한 사내에게 침을 놓고, 안마를 해 주었다.
사내는 너무 고맙다며 자루에서 커다란 칡을 여러 개 꺼내 주었다.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가난한 자가, 앞 못보는 자를 초청하였다.
잃은 자가 잃은 자를 초청하는 법이다.
잃은 자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잃은 자를 스스럼없이 집에 들일 수 있다.
그게 무엇이든, 가진 자는 타인을 함부로 집에 들이지 않는다.
가진 것을 잃을까 두려운 것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마음이 가난한 자'는 무언가를 잃은 바로 그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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