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동 일기43
해거름녘 대형마트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날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 아이구, 우울해, 왜 이렇게 날이 흐려...
내가 대꾸했다.
- 좋구만. 나는 이런 날이 좋더라. 마음도 편안해지고...
듣고 있던 딸아이가 싱글거리며 말했다.
- 나는 비가 와도 좋아, 눈이 와도 좋아, 바람 불어도 좋아...좋아좋아 당신이 좋아...
모두 웃었다.
남진과 장윤정이 부른 '당신이 좋아'의 노래 가사를 제 생각처럼 표현한 것이다.
4살 쯤이나 됐을까, 딸아이는 차에서 이 노래를 틀어주면 손뼉을 치며 신나게 따라 부르곤 했다.
특히, 비가 와도 좋아, 눈이 와도 좋아, 바람 줄어도 좋아, 이 부분에서 더욱 감정이 고양되었다.
아이가 말을 덧붙인다.
- 나는 정말 눈이 와도 좋고, 햇볓이 쨍쨍 해도 좋고, 비가 와도 좋고...다 좋아...
내가 탄성처럼 한마디 내뱉었다.
- 네가 진정으로 깨달은 자다. 더 이상 깨달을 것이 없다.
#대오각성#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