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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에세이] 비만과 비만대사수술 전반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만대사센터 외과 박영석 교수입니다.

오늘은 병원 사보에 투고 예정인 비만 에세이를 여기에도 올려보려고 합니다. 비만과 비만대사수술 전반에 관한 내용이니 수술을 앞두거나 비만대사수술을 고민 중인 여러분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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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을 간단히 정의하기란 쉽진 않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지표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이지만 이 또한 아주 정확하진 않다. 체질량지수는 키(m)를 체중(kg)으로 두번 나눈 값인데, 키와 체중만 알면 계산이 가능하므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비만의 지표이다. 하지만 160cm에 똑 같은 70kg의 여자라 해도 근육량이 많고 체지방률이 10% 미만으로 아주 낮은 사람과 그 체지방률이 40%를 넘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도 전자는 아주 마른 것처럼 후자는 살이 찐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체지방률이나 근육량을 알기 위해서는 특별한 검사가 필요한데 요새는 몸의 전기 저항을 이용하여 체성분을 간접적으로 유추하는 기계를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인바디’라는 검사 장비는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체성분분석 기계인데 이는 특정 회사의 상품명이지 이러한 검사를 대표하는 고유명사는 아니다. 

같은 키, 같은 체중에서 앞서 말한 듯이 극단적으로 체지방율이 높거나 낮은 특이한 경우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비슷한 체질량지수라면 비슷한 체성분 구조를 보이게 된다. 때문에 체질량지수는 아직까지도 비만의 지표로 가장 흔히 사용되고 비만대사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를 구분하는 지표로도 사용되고 있다.

서양의 경우 비만은 흔히 체질량지수 30kg/m2 이상으로 정의한다. 비만을 1단계, 2단계, 3단계로 세분화하여 체질량지수 30-35, 35-40, 40 이상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 기준이 서양과는 차이가 있다. 동양인의 경우 같은 키, 같은 체중의 서양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률이 높다. 근육이 적고 지방이 많다는 것은 비만에 의한 합병증(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발생이 더 흔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비만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입장에서는 비만 기준을 더 엄격하게 낮은 체질량지수로 정의해야 비만에 의한 합병증 발생을 전체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비만 기준은 체질량지수 25kg/m2 이상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더 낮은 체질량지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비만대사수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양의 비만대사수술 적응증, 즉 고도비만 치료를 위해 수술을 시행받을 수 있는 기준은 체질량지수 40kg/m2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 35kg/m2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합병증(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위식도역류증,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이 동반된 경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비만대사수술 적응증은 이보다 5kg/m2씩 낮다. 즉, 체질량지수 35kg/m2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 30kg/m2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합병증이 있는 경우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아시아인들의 비만대사수술 적응증과 같다.

비만대사수술은 그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히 체중만 감량해주는 비만수술이 아니다. 여러가지 대사질환을 치료해주는 대사수술인 것이다. 특히 당뇨병 치료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심한 고도비만이 아니더라도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만약 당뇨병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체질량지수 27.5kg/m2 이상만 되어도 국민건강보험의 선별급여 혜택을 받으면서 비만대사수술을 시행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인정하는 비만대사수술의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 수는 우리나라에도 매우 많지만 실제로 수술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 수는 그렇지 않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비만 관련 합병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이 수술 치료에 더 회의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비만대사수술도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수술 합병증에는 피부 상처가 덧나는 작은 합병증도 있을 것이고 배 속의 장기가 잘 아물지 않거나 수술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등의 상대적으로 큰 합병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큰 합병증의 발생율은 1-2%에 지나지 않고 이는 충수절제술(흔히 맹장수술이라 불리는)이나 담낭절제술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정도이다. 그리고 정말 운이 없게 이런 합병증이 발생하더라도 입원 기간 중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큰 문제없이 완쾌되어 퇴원할 수 있다. 때문에 더 이상 수술 합병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비만대사수술을 회피하지 않았으면 한다. 

비만대사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외과의사가 아닌 타과 의사들의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 또는 경험 부족 때문일 것이다. 사실 비만 관련 합병증으로 치료 중인 환자들이 현재 다니고 있는 병원은 외과가 아닌 내과 또는 가정의학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등일 것이다. 환자가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정보를 듣고 본인이 적응증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 내원하여 의사 선생님께 수술 치료에 대한 의견을 물어볼 것이다. 하지만 그 의사 선생님도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인터넷에서 정보를 많이 찾아본 환자보다도 잘 모를 수 있고 수술은 위험하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환자에게 전달하고 환자는 당연히 그 동안 오래 봐왔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술 치료에 대해 듣고 관심이 생겨 정확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환자들은 반드시 비만대사수술 전문의인 외과의사를 방문하여 객관적인 사실과 정보를 듣고 수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대사수술에는 크게 위절제술과 위우회술이 있다. 위절제술은 위를 세로로 절제하여 위 용적을 줄여주는 수술이고, 위우회술은 위를 아주 작게 재단하여 여기에 소장을 직접 연결하는 수술이다. 두 가지 수술법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위절제술은 가장 간단하고 안전한 수술이고, 위우회술은 심한 당뇨병 치료에 더 효과적이다. 위절제술은 위식도역류증이 심한 환자에서는 시행하기 어렵지만 위우회술은 위식도역류증이 심한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위절제술은 수술 후에도 위내시경으로 남은 위 전체를 잘 관찰할 수 있지만, 위우회술은 수술 후 위내시경은 가능하나 남은 위를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 환자들은 위식도역류증이 심한 경우가 드물고 위암 발병률이 높은 지역에 살기 때문에 위절제술에 더 적합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위절제술이 간단하며 안전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도 위절제술의 시행 빈도가 가장 높다. 하지만 당뇨병이 심한 경우나 위식도역류증이 심한 경우는 위우회술을 시행하기도 하며, 위암 발생에 대한 걱정 때문에 위우회술을 꺼려하는 경우에는 위절제술과 십이지장우회술을 함께 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비만대사수술은 어떤 수술이든 수술 후의 효과나 경과는 비슷하다. 수술 후 1년을 흔히 허니문 기간(honeymoon period)라고 부른다. 이 기간 동안에는 식이 요법이나 운동을 게을리해도 체중도 잘 빠지고 혈당 조절도 양호하게 잘 되기 때문이다. 마치 비만대사수술이 마법을 부리는 기간이라 생각해도 좋겠다. 하지만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평생의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이 기간을 정말 허니문이라 생각하고 적당히 즐기면서 적당히 감량되는 체중에 만족하고 적당히 잘 조절되는 혈당에 만족하며 1년을 보낸 경우에는 그 이후 장기적인 결과가 좋지 않다. 수술 후 1년을 나의 잘못된 식습관을 교정하고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운동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흔히 비만대사수술은 ‘곱하기’의 효과를 가져오는 수술이라고 환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수술 전에는 내가 아무리 체중을 빼고 혈당을 조절하려고 노력을 했어도 그 효과가 미비했을 것이다. 난 나름대로 노력한다고 했지만 그 효과는 너무나 작고 시간도 오래 걸려 목표를 이루기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수술을 받고 나서 같은 노력을 기울이면 그 효과는 수술 전에 비해 2배, 3배의 결과로 돌아온다. 수술은 단순히 적게 먹게 위를 자르거나 우회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체중 감량이나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우리 몸의 호르몬 변화를 가져온다. 때문에 비슷한 노력에도 우리 몸은 더 크게 반응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이 0(zero)이면 어떨까? 0에는 아무리 큰 숫자를 곱해도 결과는 0이다. 즉, 본인의 노력 없이 수술로만 비만과 당뇨를 치료하려 한다면 큰 오산인 것이다.

비만과 당뇨병은 생활 습관이 큰 원인이 되는 질환이다. 때문에 식습관이나 생활 패턴이 비슷한 가족 내에서 질병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만대사수술을 가족끼리 함께 받는 경우도 굉장히 흔한 편이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먼저 수술을 받아보고 안전하고 효과가 큰 치료임을 스스로 경험한 후 자녀에게도 수술을 받게 하는 경우도 많고, 수술을 먼저 받은 형제나 자매가 있으면 그 효과를 옆에서 보고 난 후 본인도 받으러 오는 경우도 많다. 지인이 수술을 받고 그 효과를 가족 중 누군가 전해 들어 본인도 수술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물론 많다. 비만대사수술이 위험하고 효과가 미비한 치료라면 이렇게 부모가 자식에게, 형이나 언니가 동생에게, 지인의 자식에게 추천하여 또 수술을 받으러 오는 경우는 절대 없을 것이다.

비만대사수술은 의학적인 근거가 부족하거나 역사가 짧은 실험적인 치료가 결코 아니다. 현재 비만대사수술을 제외한 그 어떤 비만 치료도 국민건강보험 급여화 범주에 들어와 있지 않다. 그 만큼 비만대사수술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인 근거가 충분하여 보건복지부도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만이나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라면 누구든 수술적 치료에 대해 알아보고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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