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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대사수술 (당뇨수술) 시 췌장 기능의 중요성


당뇨수술, 수술받을 수 있는 기준에 해당한다면 젊었을 때 망설이지 말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


안녕하세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만대사센터 박영석교수입니다.


오늘은 비만대사수술(당뇨수술)의 당뇨병 치료 효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흔히 당뇨병 환자분들께서 수술을 위해 외래에 내원하시는 경우, 거의 99%는 당뇨 합병증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오십니다. 그래서 젋은 분들도 많이 오시는데요, 젊어서부터 생긴 당뇨병의 경우 나중에 나이가 들고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어지면서 합병증이 생길 확률도 올라가기 때문이죠.


의학적으로도 당뇨수술(비만대사수술)은 젊었을 때 하는 것이 나이가 들어서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습니다. 물론 모든 당뇨병 환자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기준에 해당할 때 하시는 것을 추천하고, 그 기준이란 체질량지수(BMI)가 27.5kg/m2 이상일 때를 말합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는 기준입니다). 27.5kg/m2 아래일 때에는 수술을 받고 싶으시다면 비보험으로 받아야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크고 무엇보다 수술의 효과에 대해 의료진과 상의가 꼭 필요합니다.



당뇨수술 후 내장지방 감량을 통한 인슐린 저항성 감소도 중요하므로, 내장지방이 적은 마른 당뇨 환자에게 추천은 아직..


체중이 많이 나가는, 비만인 환자에게만 수술을 추천하는 이유는 비만대사수술(당뇨수술)가 당뇨병 개선을 일으키는 기전 중 하나가 바로 수술 후 체중 감량(내장지방 감소)을 통한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기 때문입니다. 내장지방, 지방간, 복부비만 이런 것들이 모두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있어도 우리 몸이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고도비만인 분들 혈액 검사를 해보면 인슐린 수치가 정상보다 굉장히 증가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몸이 인슐린을 잘 사용하지 못해 혈당이 증가하다보니, 췌장은 인슐린이 부족한 줄 착각해서 인슐린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이러다 췌장이 지쳐서 인슐린을 잘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면 결국 당뇨병에 빠지는 것입니다.


마른 당뇨병 환자들은 지방간, 내장지방이 많은 상태가 아니라 비만인 환자보다 비만대사수술(당뇨수술)을 통한 인슐린 저항성 감소 효과가 떨어지겠지요. 그래서 수술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떨어진다고 확언하지 않은 이유는 그렇다고 추측할 뿐이지 이에 대한 정확한 연구는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마른 당뇨병 환자에게 비만대사수술은 효과가 있을수도 있지만,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이 정도로 말하는 것이 적절하겠네요. 그래서 국민건강보험에서도 아직 마른 당뇨병 환자에게 수술 치료를 보험 적용해주지 않는 것이지요.



젊은 나이, 짧은 당뇨병 유병기간은 췌장이 잘 기능할 때이자 수술의 효과도 가장 클 때


그럼 비만대사수술(당뇨수술)의 효과가 체중 감량을 통한 인슐린 저항성 감소만 있느냐? 그렇진 않습니다.

비만대사수술(당뇨수술) 후에는 인크레틴이란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고 이것이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더 촉진시켜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그래서 비만대사수술 후 초기에 오히려 저혈당에 빠지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인슐린 분비 기능이 갑자기 좋아지고, 음식 섭취도 갑자기 줄어들어 혈당이 확 떨어지는 경우이지요. 초기에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약물을 조절하면 호전됩니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비만대사수술(당뇨수술)의 효과도 좋겠지요. 당연히 젊은 나이이고, 당뇨병 유병기간이 짧을 때 췌장 기능이 아직 잘 보존되어 있을 때이고 수술 효과도 가장 클 때입니다.


흔히 '이것저것 다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수술하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 뿐만 아니라 많은 내분비내과 선생님들도 환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지요. 수술 후에도 식이요법이나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수술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연습해보는 시간을 수술 전에 갖는 것은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젊기 때문에 수술을 아예 고려하지 않고 식이요법과 운동, 약물 치료만 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췌장 기능을 말해주는 C 펩타이드 (C-peptide)


췌장 기능을 평가할 때 혈액 검사에서 C 펩타이드 검사 또는 인슐린 수치를 봅니다. 인슐린은 반감기가 짧기 때문에 C 펩타이드를 보는 경우가 더 흔하지요. C 펩타이드는 반드시 공복 시에 측정한 결과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 여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C 펩타이드는 췌장에서 인슐린과 함께 결합되어 분비되는 물질인데, 인슐린의 전구 물질인 proinsulin을 연결한다라는 의미에서 connecting peptide (C-peptide)라고 불립니다. 이것은 인슐린과 달리 반감기가 길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평가하는데 주로 이용되지요.


아직 결과를 확실히 밝힐 순 없지만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연구에 의하면, 비만대사수술(당뇨수술) 후 당뇨병이 완전히 좋아지는 (약과 인슐린을 모두 끊어도 혈당이 잘 조절되는) '관해'에 깊이 관여하는 인자는 환자의 '나이'와 'C 펩타이드' 수치였습니다. 즉, 나이가 젊을수록, C 펩타이드 수치가 높을수록 관해가 잘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비만대사수술(당뇨수술)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는데요. 인슐린을 끊지 못하거나, 아니면 혈당 조절이 여전히 불량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여기에 관여하는 인자는 '당뇨병 유병기간'과 '체질량지수' 였어요. 즉, 환자가 마를수록,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수록 수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이가 많거나 당뇨 유병기간이 길더라도 비만이라면 수술 고려해야


일단 체질량지수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 (27.5kg/m2)는 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고령, 긴 당뇨병 유병기간, 낮은 C 펩타이드 수치를 지녔다고 해서 비만대사수술(당뇨수술)의 적응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고령이고 당뇨병 유병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고, C 펩타이드 수치가 2.0 정도로 낮더라도 비만대사수술 후 당뇨병이 완치(관해)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전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인슐린 용량을 줄이거나 약물 갯수를 줄인 상태에서 혈당 조절만 잘된다면 수술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뇨합병증의 발생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비만과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으로 수술 치료를 고려하고 있는 분들께 이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만대사센터 외과 교수 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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