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6
현재 아이템을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가설 검증 설계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은 것이다.
아직 명확히 답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내 역할을 돌아볼 수 있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팀이 정한 아이템이 시장에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한 마일스톤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때, 주로 내가 팀의 마일스톤에 대해서 제시를 하고, 이를 구성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구체화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내가 마일스톤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PO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나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나는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가 어느 스텝에 와있고, 어떤 가설을 가지고 있으며,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은 무엇이고, 여기서 핵심적으로 봐야하는 지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 어느 것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일단 제품을 내자, 그러면 어떻게든 되겠지의 마음으로 접근했다.
이렇게 하면, 나를 포함하여 팀원들은 길을 잃는다.
지난주까지는 제품을 내는데에만 집중했다.
그 외의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모든 신경을 제품을 개발하고 코드를 만드는데 쏟았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팀 프로젝트는 이렇게 해도 가능했다.
누군가 돈을 내고 쓰지 않더라도, 완성만 해서 만들기만 하면 되는 아이템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 방식에 익숙해져있었기 때문에, 목표한 기능과 동작 여부만 생각하고 움직였다.
정작 이걸 '왜' 만드는가 에 대한 고민은 내려놓은 채 말이다.
모든 것에 근거와 논리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오히려 그것이 가장 필요한 곳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워크플러그 MVP를 런칭 후, 트래픽이 발생했다.
주로 나의 링크드인 홍보글을 통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랜딩페이지도 깔끔하게 잘 만든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입까지 진행하는 사람들도 나름 발생했다. (가입단계는 구글 로그인 -> 상세정보(이름, 회사, 전화번호) -> 워크스페이스 생성 까지 있어, 꽤나 긴 가입 절차이지만 모두 수행 후 들어와주신 분들이다)
3일간 25명 정도가 가입했다.
하지만 단 한명도, 다시 우리 서비스를 방문하지 않았다.
특히 재방문을 떠나, 우리 서비스를 가지고 제대로 액션을 취하지 못했다.
이것은 MVP 제작에 있어서, 무엇을 검증할지가 아니라 어떤 기능을 만들지만 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워크플러그에 들어오게 되면 가입절차를 거친 후에 예제로 만들어 놓은 워크플로우들이 존재하여 아래와 같은 화면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것을 보더라도 결국 예전에 만든 데모 사이트와 다를게 없다.
결국, 제한된 기능이라도 실제로 사용하여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이 MVP인데, 여기서 줄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를 자발적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이걸 만드는데, 2달이나 걸렸는데 당장에 바로 가치를 줄 수 있는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큰 실수였다.
문제를 더 직접적으로 좁히고 다이렉트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나 싶다.
지금 이 아이템은 온보딩 비용이 비싸다. (이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려면, 시간과 품이 많이 든다)
1) 사내 프로세스 및 컨텐츠를 여기에 이식하는데 드는 비용
2) 필요한 구성원을 모두 추가하는데 드는 비용
3) 워크플러그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법을 습득하는데 드는 비용
그러면, 우리는 이 아이템을 살리고 가려면 직접 영업을 하면서 위 비용을 고객이 지불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모든 비용을 지불한 후에야, 우리 제품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위 지점이 바로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이렇게 비용이 비싸도록 설계했으면 안됐다. 더 똑똑한 방식으로 작은 기능을 빠르게 개발해서 당장에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렇게 했으면, 검증하고자 하는 핵심 가설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상황은, 결국 내가 실수한 부분이다.
열심히 2달 동안 만든 제품으로, 노력대비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 없다.
이 제품을 통해, 우리가 타겟한 문제 주변의 인접 핫스팟으로 접근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 기회도 쉽게 얻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지는 오늘도 생각중이다.
계속 그대로 밀고 나가야할지, 브레이크를 걸고 다시 전략을 구성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너무 단순하게도, '혼자서 못하니까'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내가 팀을 리딩하고 있다면, 나는 내가 가진 24시간을 팀원들의 수만큼 레버리지해서 사용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혼자라면, 내가 제대로 결정하지 못해도 내 시간 정도의 기회비용만 버린다.
그런데 팀이 있다면, 팀원의 수만큼 기회비용을 버린다.
나는 뭔가 팀을 리딩하고 있으면서도, 이 중요한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판단보다는 단순 실행에 시간을 더 많이 썼던 것 같다.
지금 와서보면, 이렇게 깨닫게 된 것들이 많으니 나쁘지 않은 전략일지도 모르겠다만, 이제는 좀 더 판단을 잘 하고 팀으로 일한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