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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Feb 07. 2024

날마다 변하는 MBTI

나가고 싶지만 나가고 싶지 않다.

예전에 나를 떠 울려 보면 엄마는 나한테 '집에 붙어 있는 날이 없다.'라고 말했다. 결혼 전에 나는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날마다 무슨 약속이 그렇게 많은지, 약속 다니다가 피곤해 쓰러질 지경이랄까! 

그런 내가 결혼 후 갑자기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서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생활은 아이가 예쁜 것과 별개로 힘든 일이었다. 날마다 집에만 있는 것이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할까? 아니면 견딜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바꿨는지 모르겠다. 

집에 있는 것이 편안해지고 익숙해졌다. 그러면 현재는 어떨까? '강렬히 나가고 싶지만, 나가고 싶지 않다!' 이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나가고 싶은데 정작 나가려고 하면 나가고 싶지가 않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정작 나가려고 하면 너무 귀찮아진다. 그래서 나갈 시간이 가까워지면 나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진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게, 그 부담감을 떨치고 나가면 '좋다!' 나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TV에 나오는 젊은 세대의 일반인들이나 연예인들은 처음 만나게 되면 'MBTI'를 묻곤 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유형을 그 작은 범주로 나눈다는 게 맞는 말인가?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은 MBTI가 오락가락한다. 어떨 때는 'E'로 나왔다가 어떨 때는 'I'로 나온다.  성격이 정확하게 구분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때그때의 감정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만 그러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텐데, 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한테 물어보면 다들 'MBTI'가 오락가락한다고 한다. 


그러니 신뢰할만한 수치가 아닌 것 같은데 처음 보면 어김없이 'MBTI'를 물으니 내가 어떤지 알고는 있다. 괜히 말 못 하다가는 그것도 모르는 늙은 사람취급을 받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나 어른이나 분류하고 구분하는 걸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들이 방학이라고 집에서 좀이 쑤시는 모양이다. 날마다 어디를 가자고 한다. 어느새 나는 뼛속 깊이 'I'가 된 지 오래라 몹시 나가기 싫다. 싫다고 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아이들의 바람을 계속 무시할 수가 없다.


어느새 가게 된 '경주'!!! 


집에서 1시간 거리도 가기 귀찮은데, 집에서 5시간을 달려간 경주!!!

그런데.. '좋다!' 불국사에서 본 '석가탑, 다보탑'!!! '이거 실화냐?'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봤던 모습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불국사의 단청은 낡아서 색이 바랬지만, 돌로 만든 탑들은 여전히 굳건히 그대로 서 있다.


경이로움으로 입이 벌어지고 이 장소를 떠나고 싶지 않다.



비까지 주룩주룩 오는 불국사는 너무 운치가 있다. 나는 오랫동안 그 운치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비 와서 불편하다고 빨리 가자고 난리다. '아~~ 오늘의 내 MBTI는 E인가 보다, ' 날마다 변화는 나의 'MBTI'


그럼 오늘 우리 아이들의 MBTI는 'I'인 건가? 유재석이 나오는 '런닝맨'에서 경주가 나왔다며 '꼭 가고 싶다고 해서 왔으면 열심히 봐야 되는 거 아니니?'


오늘 너희들은 그냥 '변덕쟁이들'이다.

쩝!!! 그래도 덕분에 너희들 덕분에 이 먼데를 왔는데, '여기를 다시 보다니,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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