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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Apr 17. 2024

말 한마디!

그렇게 밖에 못하겠니?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선택된 내 핸드폰의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에 내가 친정엄마한테 그것만(여러 사람이 나와서 주로 아내, 남편, 며느리, 시어머니 험담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지 말라고 했던 그 영상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프로그램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의 집합체라고나 할까? '엄마께 계속 그런 영상만 보다가는 편협한 생각을 갖게 되니까, 다른 것도 보시라고 얘기했던 그 영상이었다.


유튜브 영상들을 보니까, 요즘 나의 심리상태가 보이는 것 같았다. '억울함, 허무함, 삶의 공허함' 같은 것들 말이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인생이 보상받지 못하는 것 같은 '억울함',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삶의 공허함', '나의 남은 인생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 그런 것들이 보였다. 


물론 가족들을 사랑하지만 이제 둥지를 떠나려고 하는 아이들에 대한 '삶의 공허함'이 삶을 때때로 찾아온다.

나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했던 삶에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어느새 보상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희생을 너무 당연히 생각하는 아이들에 대한 서운함과 본인의 인생을 마음껏 즐기고 살았다고 생각한 남편까지' 자신도 희생하고 살았다'라고 주장해 오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 내 삶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희들 '그렇게 밖에 말 못 하겠니?"


많은 걸 바란 것 아니었다. 그냥 말 한마디라도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허황된 바람이었다. 


내 마음이 이러니 나보다 더 억울해 보이는 출연진들이 토해내는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그 프로그램을 나도 모르게 찾게 된 것 같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유튜브 알고리즘은 친절하게 잘 찾아서 보라고 손짓을 한다. (이쯤 되면 어떤 프로그램인지 제목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아~~~~ 엄마도 그런 마음이었구나!' 그래서 그 프로그램만 보고 있었구나!

친정엄마한테 오늘 전화를 해야겠다.

'엄마,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나는 알고리즘의 간택을 벗어나게 하려고 일부러 다른 것을 검색한다. 시사, 도서, 과학, 인문학, 예술, 음악 관련 키워드를 일부러 검색창에 적었다. 그랬더니 서서히 다른 영상들이 뜨기 시작했다. 과학과 인문 관련 영상이 뜨길래 보다가 나는 이런 댓글을 봤다.


70대 할머니인데 '이제 그만 부엌에서 나와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글의 댓글에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할머니가 이제와 공부를 해서 더 많이 알게 되면 더 꼰대가 된다. 그러니 계속 부엌에 있어라!'라고 쓰여 있었다. (헐, 이런 뭣 같은 소리가!!)

그럼 할머니는 부엌에서 일하면서 계속 며느리, 시어머니 욕하는 영상만 보라는 것인가?

그 댓글에 수많은 대댓글이 달렸다. 할머니를 응원하고 그 댓글을 쓴 사람의 잘못을 꾸짖는 대댓글들이었다.


말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응원할 수도 있고,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다.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다고 해도 맥락에 상관없는 무논리의 얘기는 제발 글로 남기거나 입 밖으로 뱄지 말고 입속에 그대로 뒀으면 좋겠다.


애들 다 키우고 이제 자신의 몸은 늙은 70,80대 할머니들이 왜 '황혼이혼'을 굳이 하겠는가?

'얼마 남지 않은 인생 그냥 살라고!'라는 자식들, 남편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은 인생은 내 맘대로 살겠다'라고 외치는 할머니들의 마음이 100배 이해가 간다. 


혹시 나는 나의 부모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자식 된 입장에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남편은 60살도 안 돼서 은퇴해서 편안하게 살면서 자신의 아내는 평생 은퇴가 없다면 그 인생이 얼마나 억울하고 힘들겠는가?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70살이 넘어서 처음으로 두 분이 식사하실 때마다 친정엄마가 밥을 차리면 꼭 '맛있다!'라고 말하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너무나 사이가 좋았다. 그러한 배려가 부부사이를 더더욱 돈독하게 한 게 아닐까?


그 말 한마디! 그게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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