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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Mar 27. 2024

바람의 집

방랑이 머문 자리는 바람의 집이다

아직 야생을 벗어놓지 못해 머물지 못하고

단단히 묶인 신발끈은 헐거워질 기미도 없다

다만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뿐


겨울 창문에 사는 바람은 슬프다

숨어들 공간조차 구하지 못한 채

허름한 어느 집 창문만 기웃거리다

이내 참지 못한 울음 한 바탕 쏟아놓는다


어쩌면 바람은 늘 불안하기만 하다

계절의 굴레에 잡혀 눈치를 봐야 하고

예기치 못한 분노에 저항할 힘도

인내가 놓고 간 터진 허물 속에 남을 수도 없으니


상처는 언제나 상처를 만드나 보다

참을 수 없이 쏟아지는 상처들위에

참지 못한 울화가 손톱을 세워놓고 있으니

바람의 집은 아픔의 시작인가 보다


계절이 변해도 여전히 겨울을 몰고 오니

바람의 집에 날리는 꽃비는

기억이 심어놓은 흐릿한 영상

존재하지 않는 봄은 바람의 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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