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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Mar 19. 2024

너와 나 사이에

시간은 거미줄에 낡은 창살을 묶어요


오늘은 여기 창살아래 쉬고 있어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흔들린다는 것의 아쉬움

버려도 버리지 못하고

투명한 선 위에 까맣게 생각을 칠해요


바람이 거미줄에 봄을 매달고 있어요

기다림은 오랜 계획을 세웠는지

겨울이 놓친 향기는 이미 새순을 깨우고

일치는 이미 오래전에 등뒤에 숨었어

부족한 것과 과한 것은 서로를 고치고

나는 높은 창살아래 세상을 훔쳐봅니다


봄비는 아스팔트 위로 볼을 비비고

젖은 미안함이 너와 나 사이를 교감하면

여정은 마음에 마침표를 선물합니다

'너와 나 사이에 미안함이란 없어'

소리는 그렇게 가슴을 두드려요


거미줄에 붙잡힌 햇살과

낡은 끈적함에도 여전히 남은 쓸모

존재는 그렇게 위안을 선물해요

지금 그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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