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수꾼 Jul 07. 2023

Ep.1-2 아휴.... (또 어질렀어ㅠ)

[교육] 아들아, 아빠는 누나를 이렇게 키웠단다.

“새롭게 놀더라고요.”


아빠 회사의 팀원 7명 중에 팀장 1명을 제외하곤 6명 모두 5살 이하의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었어.

점심식사 단골메뉴는 단연 육아이야기 였지.

하루는 정리정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어.

아이가 놀고 난 자리를 정리정돈하는지에 대한 거였지.

6명 중에 남자 5명, 여자 1명이었는데,

여자 직원은 적당히 정돈해놓는다고 했어.

남자직원은 1명은 아예 안치운다고, 3명은 다닐 수 있게만 밀쳐 놓고 쓰레기는 버린다고 했다.

싹~~ 정리정돈한다고 한 사람은 아빠 뿐이었어.

다들 신기해 하더라고, 어차피 다시 어질러놓을거 왜 매일 정리정돈 하는지.

그 자리에서는 ‘그냥 성격 탓’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수차례에 걸친 경험이 있었단다.


누나는 보통 저녁 6시쯤 하원한 뒤 밤 9시까지 놀다가 자러 들어갔어.

누나가 자는 걸 확인하고 거실로 나오면 맙소사, 정말 난장판이었어.

흡사 책꽂이에 책이 꽂혀 있는 걸 용납 못하고,

장난감이 제 자리에서 편히 쉬는 꼴을 못보는 것 같더라.

교구 책상 위엔 온갖 장난감들이 모래탑처럼 쌓여져 있었고,

바닥은 책들이 겹겹이 널부러져 있어서 발디딜 틈이 없었어.

그러면 아빠는 일단 걸어다닐 수는 있어야 하니 바닥에 있는 책부터 하나하나 책꽂이에 꽂았다.

그것도 시리즈별로, 순서에 맞게.

길이 확보되면 장난감도 위치에 맞게, 공간이 좁지만 테트리스 하듯 구석구석에 끼워넣었지.

해체돼 있는 장난감은 다시 조립해두었고, 조립된 장난감은 처음과 같이 해체해놨어.

아주 옛날 시어머니께서 오시기 전날의 며느리처럼 거실 정리정돈을 했어.

처음에는 표정이나 말도 그 며느리 같았단다.

“하아… (또 이래놓았네.. 이걸 또 안제 치우나.. 대체 왜이러나..)”


이것도 하루이틀이지,

일하고 들어오면 아빠도 힘들어서 정리정돈을 미루고 그냥 잔 적도 많았다.

그런데 이럴 때면 어김없이 누나가 노는 게 시원찮았어.

책 보는 것을 좋아하는 누나가 책을 밀어냈고,

장난감들은 잠깐 바라보곤 손에 들지 않았어.

그리곤 TV를 틀어달라거나 아빠에게 안겨 있었단다.

처음엔 잠을 덜잤나?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노느라 피곤했나? 생각했는데,

누나에게 TV를 켜주고 나서 정리정돈을 해보니,

곧바로 다시 책을 읽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거야.

아, 누나가 노는데 시원찮았던 건,

바닥에는 책이 널부러져 있다보니 지나다니기가 불편했고,

교구 책상에는 이미 다른 장난감들이 쌓여있어서 즐길 공간이 부족한 탓이었던 거지.

그 다음부터는 논 자리는 가급적 그 날 바로 정리정돈을 했단다.


처음에는 시집살이하는 며느리 같은 모습으로 정리정돈 했지만,

시원~하게 노는 누나의 모습을 계속 보면서 불평불만 없이 ‘그냥’, 무중력의 마인드로 했단다.

마치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스트레칭을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거지’라고 잡한 것처럼 말이야.



이렇게 되니 누나가 같은 책과 장난감으로 매번 다르게 노는 걸 볼 수 있었어.

어떤 장난감을 주로 가지고 노는지,

어떤 책을 즐겨 읽는지, 그리고 또 장난감과 책을 동시에 가지고 놀 때는 어떻게 노는지,

흥미가 어떻게 변하는지, 상상을 표현하는 방법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볼 수 있었지.

아빠의 눈으로 이해가 어려운 것들은 설명을 요청하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아빠의 눈과 입이 동그래지곤 했단다.

중간중간 아빠의 표현도 넣어보고 그러면서 소통도 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보여주기도 하며 놀 수 있었지.


매일매일 흰 도화지를 준비한다는 느낌?

그 안에서 누나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며 표현했고,

더 많은 책의 내용을 습득하고 장난감으로 구현할 수 있었다.

누나가 자고 나면 정말이지 시원한 음료와 맛난 간식을 껴안고 있고 싶었지만,

누나가 즐겁게 노는 모습과 더 친근한 소통을 위해,

‘아무 생각 않고’ 정리정돈 한 뒤 그제서야 냉장고 앞으로 갔었지.

누나가 또래에 뒤쳐지지 않는 습득력과 준수한 표현력을 지닌 것도 정리정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창의력Up!! 정리정돈은 습득과 표현을 모두 발달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환경인 것 같다.



누나 @ddoongdemoiselle

       https://instagram.com/ddoongdemoiselle?igshid=MmU2YjMzNjRlOQ==

아들 @mr.j_0308

       https://instagram.com/mr.j_0308?igshid=MmU2YjMzNjRlOQ==

매거진의 이전글 Ep.1-1 딸~ 이것 좀 드셔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