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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Jul 05. 2023

Ep.1-1 딸~ 이것 좀 드셔보세요~

[교육] 아들아, 아빠는 누나를 이렇게 키웠단다. 

누나랑 식당이나 공공장소에 가면 가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경우가 있었다.

누나가 특히나 더 사랑스러운 이유도 있지만,

잘 먹는 누나의 모습에 놀라서이기도 하지만,

누나에게 음식을 줄 때 아빠가 하는 행동때문인 경우도 있었다.

어떤 어른은 애한테 뭘 그렇게 까지 하느냐며 이유를 물어보기도 했단다.

"저도 존댓말 받고 싶어서요." 아빠의 대답은 늘 같았지. 


너도 누나도 태어나자마자, 세상에 적응도 하기 전에 많은 것들을 강요받았단다.

그 중에는 덧셈 뺄셈도 배우지 않았는데 인수분해부터 하라는 것들도 있지.

대표적인게 '존댓말과 예의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목을 막 가누고, '엄마'나 '맘마'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에게,

어른들은 '네~ 해야지'하면서 성인의 예절을 강요하지.

근데 이상하게 아빠도 그렇게 되더라.

엘리베이터에 타서 이웃어른을 만나면 누나에게 "안녕하세요 해야지~"했고,

누나가가 누군가에게 칭찬이나 물건 뭐라도 받을 때면 "감사합니다 해야지~"라며 강요했단다.

그럴때면 누나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옹알옹알 했지.

그게 혹여 비슷하게라도 나오면 누나는 온갖 칭찬 세례를 받았다.

그럴 때면 아빠는 마치 아빠가 칭찬을 받은거 마냥 어깨가 으쓱하고 소리내어 웃고 더 과장되게 행동했었다.

이런게 반복되니 계속 '되놈(?)'이 되려는 못된 심뽀가 생겼드랬지. (옛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더라.)


그러던 어느날 엘리베이터에서 50세정도 돼보이지만 분위기가 세련됐던 한 여성분을 만났지.

그날도 아빠가 누나에게 "안녕하세요~ 해야지"했더니,

그 분께서 "아냐, 인사 안해도 돼. 아직 말도 못할텐데. 괜찮아."하시더라.

으잉? 되놈(?)이 되려는 아빠의 계획이 실패한 첫 사례였단다.

어색함에 엘리베이터 숫자만 보던 아빠와는 달리,

그 분은 누나와 다른 어떤 분보다 친근한 10초(엘리베이터 안아서의 시간)를 보내곤 쿨하게 내리셨다.

아빠는 혼자 어색하게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나서는 운전하는 차 안에서 생각을 했드랬지. 

'강요'였구나. 그동안 아빠는 좋은 예를 보여준다는 명분을 앞세워 당장 나의 만족을 위해서 진정한 소통을 방해해왔구나.


이후 아빠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아빠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강요하기 보다는 상황별로 직접 보여주기로.

그리고 그 첫번째 대상은 누나로 정했다.

누나가 직접 경험해본 뒤 마음에 들면 이를 모방할 수 있도록 말이다.

1)엘리베이터에 타서 2)다른 어른이 타고 3)아빠가 말하면 4)인사한다. 가 아닌,

천천히 배우고 익혀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한거지.

눈을 마주치고, 설명하고, 같은 곳을 보게 하고, 의견을 물어봤단다.

존댓말을 쓰고, 어른을 대하듯 행동했으며, 최대한 적게 말(잔소리)을 했단다.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고 놀라웠다.

누나는 다른 이를 만나면 눈을 마주쳤고, 웃었다.

누나와 눈을 마주친 분들도 함께 웃게 했지.

'안녕하세요'라는 말과 고개 끄덕임보다 더 확실한 인사 방법을 누나 스스로 터득한 거였지.

아빠도 그저 웃으며 분위기에 함께할 수 있었지. 이전과는 달리 과장된 모습도 필요없었다.

오히려 고개를 돌리고 아주~ 만족스로운 미소를 마음껏 지을 수 있었지.

엄마의 말로는 그럴때면 아빠의 어깨가 하늘로 솟는다고 하더구나. 


누나는 요즘 존댓말을 섞어서 말하곤 한단다.

어린이집을 다니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니 항상 존댓말을 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아빠는 존댓말의 존재를 알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그것을 정말 학습해야 하는 순간에,

아빠가 누나에게 했던, 그리고 다른 이에게 보였던 그런 행동들을 떠올릴테니 말이다.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외워야 한다면 아빠가 먼저 외워보고,

실천해야 한다면 아빠가 먼저 보여주며,

누나와 너를 키워보려 한다.

순간의 만족 또는 면피보다는 진정한 소통과 성장을 위한 길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즈니 OST나 동요를 엄마랑 꾸준히 따라 부르며 암기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함께 노래하고 춤출 수 있도록 말이다.

덕분에 아빠도 눈을 마주치며 보내는 웃음의 선한 영향력을 배웠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라는 말이 있더라. 아빠 또한 누나를 따라하니 부모 또한 아이의 거울인 것 같다.



누나 @ddoongdemoiselle

       https://instagram.com/ddoongdemoiselle?igshid=MmU2YjMzNjRlOQ==

아들 @mr.j_0308

       https://instagram.com/mr.j_0308?igshid=MmU2YjMzNjRl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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