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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Jan 02. 2024

응급실 의료진을 향한 헌사

당신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여느 평범한 일요일 오후였다.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철 지난 옷들을 정리해서 서랍 깊숙이 넣어두고, 

지난밤 미뤄 둔 설거지까지 마치니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휴식을 위해 소파에 등을 기대에 앉았다. 

마침 남편도 소파 구석 자리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나는 비로소 큰 숨을 몰아서 내쉬었다. 


'휴~~~~~'



'찌릿' 


종종 있는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다.

숨을 들이마시려는 데 왼쪽 늑간의 위쪽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감지됐다. 

반사적으로 해당 부위를 오른손 검지의 손톱을 세워 힘을 다해 꾸욱 눌렀다. 

외상인지 내상인지 분명치 않았지만 일단 고통 부위를 더 큰 고통으로 일단락시키려는 생각이었다. 


'아악...' 


이번엔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다.


남편의 동그래진 눈과 귀가 나를 향하는 게 느껴졌다. 


'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폐로 공기가 들어올 때마다 찌르는 듯한 고통은 더욱 커졌다. 


"왜 그래, 여보! 왜 그래??"라는 

남편의 반복된 질문에 얼굴은 이미 눈물, 콧물 범벅이었다. 


"여보, 119 부를게" 




정확히 3분 뒤였다. 

구급차가 도착했고, 나는 하염없이 울며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잠깐이었지만 머릿속에서는 별의별 생각이 스쳐 지났다. 


'피가 철철 흐르는 것도 아닌데 구급차를 타도 되는 것인가'라는 구급대원들을 향한 송구함, 

'이러다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깨끗이 나으면 어쩌지?'라는 다소 민망한 생각까지 짧은 운행 시간이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응급실에 도착하자 119 구급대원이 내 상태 정보를 현장 의료진에게 신속히 전달했다. 

이야기를 들은 의료진은 내게 다시 한번 증상을 설명하도록 했고, 

곧바로 방을 배정해서 이동시켰다. 


입실 직후에는 간호사 여러분이 다녀가며 한쪽 팔에 링거를 꽂고, 다른 팔에는 혈압 측정기를 감은 뒤 침대 뒤편의 각종 장비와 나를 연결시켰다. 


뒤이어 또 다른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몇 가지 검사를 순서대로 받았다. 

코로나 검사, 혈액 검사, 소변 검사 그리고 엑스레이, CT까지 모든 과정이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중간중간 담당 간호사 분들은 수시로 오가며 나의 혈압을 체크하고, 

의사 가운을 입은 몇몇은 나의 증상과 상태를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검사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나처럼 일요일 낮에 119를 불러야만 했던 수많은 환자들을 보았는데,  

그중에서는 내가 가장 멀쩡한 것만 같았다. 


그렇게 모든 검사가 끝난 이후에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검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해주셨다.  

결과는 늑막염을 동반한 폐렴이었다.

폐렴환자가 급증했다는 기사를 본 적만 있지 내가 주인공이 될지는 몰라 잠시 얼떨떨했다. 


다행히 입원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해서 2주 치 항생제와 진통제 등 결국 다 먹지 못할게 뻔한 약 한 봉지를 끌어안고 퇴원할 수 있었다. 




병원을 두 발로 걸어 나오는 길, 기분이 참 묘했다.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울며불며 구급차 침대에 실려 들어갔던 몇 시간 전이 

까마득하다 못해 다른 사람의 일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여보, 배 고프지? 뭐 먹을까?"


여느 일상과 다름없이 남편과 저녁 메뉴를 고르는 평범한 순간조차 

꿈속에 있는 듯 새삼스러웠다. 


다시 한번 

살아 있음에, 내 옆에 사랑하는 남편이 있음에  형언하기 어려운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토록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일상을 돌려주신 

119 구급대원과 고려안암병원 응급의료센터 의료진에게 온 마음을 다해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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