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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Mar 24. 2024

남들과 다른 자소서를 쓰고 싶다면

특별한 자소서를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자소서'는 지금까지 내가 한 취업코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전형이다.  


자기소개서는 글자 그대로 '자기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들 대부분 이 분에 굉장히 서투르다.  


물론 기업별로 문항 내용은 다양하다.

지원동기부터 직무역량, 성격장단점, 위기극복, 성공과 실패, 갈등해결, 팀워크, 사회이슈와 관련한 견해 등에 이르기까지 질문 분량만 3~4줄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작성 분량도 산넘어 산이다.

문항당 최소 300자에서 2000자까지 상이한데 전체 분량을 A4 용지의 폰트 11 기준으로 호환하면

행 간격 포함하여 최대 4~5페이지까지도 달한다.


"대학생들, 리포트 과제를 밥먹듯이 쓰지 않나? 그러면 그 정도는 껌일 텐데"


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도 훌쩍 넘고, 밥먹듯이 수십 혹은 수 백 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서, 매뉴얼 작업 등을 업으로 하는 사람일수록 그렇다. 무시무시한 그들의 작업량과 비교하면 3~4장 수준은 표지 급의 심플함이기는 하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이보다 어려운 글쓰기가 없다.




자소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이야기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데 있다.  

명색이 입사지원서류로서 쓰는 건데 허접한(?) 아르바이트, 남들 다하는 소소한 전공 팀플과 동아리 좀 한 게 뭐 내세울 게 있냐는 식이다.


모든 문제는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나는 하등 특별한 게 없다'는 생각. 아니, 착각.


이야기가 가지는 힘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즐겨보는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를 대입해 보자.  

신선한 소재, 치밀한 구조, 긴박한 전개, 생동감 있는 캐릭터, 위트 있는 대사, 생각지도 못한 반전 등

허구의 이야기임에도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나는 이러한 요소들을 아울러 '고유성'이라고 부른다.      


고유성, 이야기가 지닌 '고유하고 특별한 성질'이다.

사람으로 치면 '쟤는 눈이 크네', '쟤는 눈이 동그랗네', '쟤는 쌍꺼풀라인이 짙게 졌네"와 같은 것이다.

여기서 애초에 '눈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전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고유성은 '모두가 눈을 가지고 있지만, 각각의 모양새의 특징이 다름'을 의미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러한 고유성을 희소성과 혼돈한다.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어야 한다는 강박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자기 이야기의 고유성을 희석시킨다.




"우리 주변의 대부분은 희소하기보다는, 고유한 삶을 살아간다."  


내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도 이 점이다.  

너도, 나도, 친구도 모두 '삶'이라는 공통 주제 안에서 '각자만의 인생'을 살아간다. 이들 중에 누구도 복붙 한 듯한 똑같은 스토리를 가진 사람은 없다.


'전교생이 열 명인 작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학교를 위해서 했던 남다른 일들'

'00 마트에서 20년 간 캐셔를 하며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를 보며 배운 점'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댄스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했던 이야기'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해외인턴에 다녀온 이야기'

'4년 동안 단 한 번의 지각, 결석, 조퇴도 하지 않으며 수업에 참여해 4.4의 학점을 받은 이야기'

'포기했던 3년간의 공시 준비 과정에서 배우고 느꼈던 점들'  

'아르바이트하던 카페에서 매니저 포지션을 제안받은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은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인생'이라고 자신의 삶을 낮춰 말하던 친구들의 스토리이며,

그것도 극히 일부일 뿐이다. 내가 만난 100명 중의 100명 모두가 이처럼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적어도 하나 이상씩은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특별한 자소서를 쓰고 싶다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안에서 남들이 '우와' 할 만한 - 있지도 않은 - 특별한 경험을 찾기보다는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상황 또는 활동 속에서 '나는 어떻게 특별하게 행동했는가'를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소서의 핵심 평가 요소도 바로 이 부분이다.  


세계대회라고 해도 숟가락만 얹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패논패의 교양수업 팀과제에서 A+를 받는 주도적으로 기여한 사람도 있다.  

어느 기업이나 후자를 '잠재력 있는 인재'로 생각한다.   

 



따라서 '합격자소서'란 존재할 수 없다.


서류, 필기, 면접, 인턴전형까지 수많은 단계에서 '자소서'만 잘 썼다고 합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난이도에 따라 필기 또는 테스트 전형의 평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탁월한 반도체 연구프로젝트 실적을 보유한 반도체 개발팀 지원자를 자소서 좀 못썼다는 이유로 떨어뜨릴 기업이 과연 있을까?


정정하면 '합격한 사람이 쓴 자소서'가 될 터이고, 그것은 합격 직후에 유효성이 휘발되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이어야만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때문에 타인의 자소서를 나의 자소서 작성에 활용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타인의 이야기는 결코 내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설령 잘 참고해서 서류에 통과했다고 해도, 자소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면접 질문에서 리플리가 아닌 이상 진짜 내 모습은 결코 숨길 수 없다.  

실제로 내 경험상 자소서에는 분명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인재'라고 자신을 포장해 놓고는

정작 면접관의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는 오히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몇 주면 가까워져 누구보다 나를 좋아하게 만든다'라고 솔직하게 자소서에 적었다면 실제 모습과의 높은 매칭률로 지원자에 대한  호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특별한 자소서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진정성은 내 이야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남들과 '다른' 자소서를 쓰는 유일한 방법은 '내 이야기'를 하는 것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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