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용대 Dec 20. 2020

  내 책이 하늘나라에 전해지다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하늘나라에 전해지다 


몇 년 전 「자랑스러운 친구 아내의 죽음」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친구는 오십 년도 훨씬 지난 중학교 동창생이다. 아내를 먼저 보낸 친구를 위로하고 싶기도 했지만 내게도 큰 충격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생전에 친구는 그 글을 읽고 무척 기뻐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도 아내 뒤를 따라갔다. 나는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늘 맘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친구는 나보다 세 살 많다. 어린 시절 우리는 너무 가난했다. 중학 진학을 포기했다가 삼 년이나 늦게 입학을 했으니 친구의 집은 나보다 더 가난했던 모양이다. 그는 어렵게 육군 3 사관학교를 나와 오랜동안 장교생활을 했다. 내가 경남 창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친구는 향토 39사단에서 군 생활을 하고 제대 후 대기업체에서 예비군 중대장으로 일하다 퇴직 후 사업을 했다. 그러는 동안 나와는 약 15년을 가까이에서 살았다.


그 후 30년도 더 떨어져 살았지만 유달리 소중한 친구사이로 지냈다. 그들 부부를 잊을 수 없는 것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것이나 오래 가까이에서 지냈다는 것 말고도, 투철한 애국심을 실천하며 살았고, 남의 일이라면 늘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살아온 그의 아름다운 삶에 크게 감동했기 때문이다.


군대 현역 복무 때나 예비군 중대장일 때는 대민(對民) 애국정신교육에 온 힘을 쏟았다. 사업을 하면서도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나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하려 찾아오는 사람을 보면 집으로 불러들인다. 취직을 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힘을 쓴다. 취직이 될 때까지, 때로는 취직이 되고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몇 달이건 먹여 살린다. 당시 나는 어느 회사 인사부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력서를 들고 찾아올 때 귀찮기도 했지만 그의 맘씨에 늘 감탄했다.


그의 집은 항상 취직 대기자 합숙소였다. 그를 아는 사람으로부터 들은 바로는 강원도 전방 군대생활 때도 그랬다 한다. 그의 아내는 빨래해주고 밥 해먹이면서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는다. 그들 부부는 사람이 찾아오거나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뭐든지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말 그대로 천사 부부다.

<부산 기장 친구네 집 서재 겸 집무실에서. 전 대통령 사진과 육군대위 정복차림의 친구 사진이 보인다.>


나는 부산 기장에 있는 친구의 집을 몇 차례 간 적이 있다. 친구의 서재 겸 집무실에는 태극기와 옛날 대통령 사진, 육군 대위 계급장이 달린 정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가훈도 걸려 있다. 가훈에 눈길이 머무른다. 거창한 문구나 한자로 된 사자성어가 아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이라도 남을 위해 일하자’이다. 그는 ‘남을 위해 사는 것’으로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한을 풀기라도 하려는 듯 보였다.

아내에 이어 친구마저 세상을 떠났다.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간 천사 부부에 대한 그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자식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친구 부부의 무덤이 춘천 동산추모공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추모공원 관리사무소를 통해 어렵게 친구의 큰딸과 연락할 수 있었다. 그는 엄마에 관한 글이 실린 내 책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를 구입했던 모양이다.

<내가 일하던 회사 창원 1공장 분수대 앞에서 친구 김순기 대위와ᆞ1985년 경>


며칠 전 친구의 큰딸로부터 사진과 함께 카톡 문자를 받았다. 내 책이 친구 부부가 간 하늘나라에 전해졌다.
“어머니(친구의 아내) 3주기 추모일이라 동생네랑 엄마 아빠께(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책을 보여드리고 왔어요. 엄청 좋아하시고, 자랑스러워하시겠지요?”
사진에는  내 이 놓여 있고 그의 어머니에 관한 글이 실린 면이 찍혀 있다. 혹시 글을 읽어 줬는지는 모르겠다. 변변찮은 글이지만 부모에 관한 글이라 소중히 여기는 그들이 대견스럽다. 한편 나는 고맙고 보람으로 여겨진다.



사진 속 묘비에 ‘너희들이 있어 행복했다.’라고 쓰여 있다. 나는 친구 부부에게 ‘당신들이 있어 나도 행복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