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은, ‘참’의 반대말로 사실이 아님을 이르며, 허위(虛僞), 왜곡(歪曲), 날조(捏造), 조작(造作) 등과 동의어(同義語)로 쓰인다. 이처럼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 말함이 ‘거짓말’이다.
단순히 선의(善意)로 하는 거짓말도 있다. 이는 악의(惡意)로 하는 새빨간 거짓말과 다른 하얀 거짓말이다. 가장 어렸을 때 듣는 거짓말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이야기이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누가 착한 아인지 나쁜 아인지……” 내가 어릴 때 “울지 마라. 호랑이 온다.”라는 말을 들으면 울음을 그쳤다. “나쁜 짓 하면 순사(일제 강점기의 순경)가 잡아간다.”라는 말도 들었다. 그때만 해도 호랑이와 순사가 가장 무서운 존재였던 모양이다. 동화 속 양치기 소년은 툭하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해 마을 사람들을 속이다가 진짜 늑대가 나타났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결국 양들과 소년이 늑대에게 잡아먹혔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경(聖經)에 거짓은 마귀의 속성이라고 했다(요 8:44). 십계명 아홉 번째는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말하지 말라.(출 20:16)’라고 했다. 거짓말에 관한 내용이 많다. 태초의 거짓말은 여자(이브)가 뱀에게 “하나님이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했다고 말하자, 뱀이 여자에게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창 3:4∼5)”라고 거짓말로 꼬여 실과를 따 먹게 했다. 이밖에도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형인 에서 대신 축복을 받은 야곱 이야기, 요셉의 형제들은 악한 짐승이 요셉을 헤치고 잡아먹었다고 아버지 야곱을 속인 이야기 등 거짓말이 수없이 등장한다. 솔로몬의 재판에 나오는 한 여인의 거짓말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죄악의 출발은 진실이 아닌 거짓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짓이 판을 치다 보니 ‘거짓말’이라는 노래도 여러 가지이고 영화도 ‘거짓말’이라는 제목 말고도 ‘우아한 거짓말’, ‘달콤한 거짓말’도 있다. 표현도, 뻔히 드러날 만큼 터무니없는 새빨간 거짓말, 뻔뻔스러운 거짓말,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하는 거짓말 등 갖가지다.
내가 당한 거짓말 두 가지가 생각난다. 1980년대 어느 기업체에서 인사부서 중간간부로 일할 때다. 구속 수감 중인 노조위원장을 내가 찾아가 “회사가 잘못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다는 등 노동조합 대자보에 실렸다. 그런 말은커녕 간 적도 없는 새빨간 거짓을 날조하여 선동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다른 한 가지는 나더러 금(金)도 아닌 돌로 깎아 만든 두꺼비 형상을 훔쳐갔다고 억지를 부리는 노인네로부터 몇 년간 시달린 적이 있다. ‘리플리 증후군’ 환자인 듯하다. 이는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고 거짓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뜻한다.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게 되는 질환이다.
어쩌다가 TV 드라마를 본다. SBS ‘펜트하우스’와 KBS2 ‘비밀의 남자’가 요즘 시청률 상위라 한다. ‘펜트하우스’의 김소연(천서진 역)과 ‘비밀의 남자’의 이채영(한유라 역)의 거짓말로 이어지는 희대의 악녀 역할이 덧보인다. 어디에서도 유쾌함을 찾기 어려운 현실 탓인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됐기 때문에 즐겨 볼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황당한 거짓말을 하는 이들이 정치인이 아닐까 싶다. 일일이 거론하기도 싫은 거짓말이 난무(亂舞)하는 세상이다. 글자대로 거짓말이 ‘어지럽게 춤을 춘다.’ 언제 요즘보다 거짓이 판을 친 적이 있었던가. 어느 방송인은 거짓말하는 직업인으로 정치인을 꼽았다.
“가장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정치인이 놀랍게도 표정조차 바꾸지 않고 태연히 거짓말을 한다. 정치인이 하는 거짓말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이요, 생계를 위한 수단이며, 살아가는 방식이다.”라고 꼬집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대부분 자기의 잘못을 감추거나 변명을 통해 정당화하기 위해 또는 속임수로 상대를 해치기 위해 꾸며낸 말들이다. 존슨 전 미 대통령은
“큰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큰 권력을 잡는다.”라고 말했다.
그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의 거짓말은 일반인에 비해 나라를 망가뜨린다. 나라의 미래를 어둠의 구렁텅이로 모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거짓말 잘하는 정치인이나 고위층의 면면을 보면 놀랍게도 종교인이 많다. 불교에서는 거짓말(忘語)을 살생(殺生), 도둑질(偸盜), 사음(邪淫), 음주(飮酒) 등과 함께 5악(五惡)으로 규정했고, 기독교에서는 ‘마귀의 속성’이라고까지 했는데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세태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일찍이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이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들을 계속해서’ 속일 수 있을 것이고, ‘모든 사람들을 잠시 동안’ 속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을 계속해서’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