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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대 Dec 30. 2020

나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세밑에 나를 돌아본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해를 돌이켜 보며 남은 날을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때다. SNS를 통해 신나는 음악 동영상을 주고받고 안부나 덕담을 나눈다. 겪어보지 못했던 코로나 19 탓으로 바깥활동이 부자유스러워서인지 신나는 음악이 끌린다. 덕담 중에는 건강이 단연 화두다. 우연히 ‘18년 6개월 남았다.’라는 칼럼을 읽었다. 제목만 봐서는 무엇이 그렇게 남았다는 건지 궁금했다. 

뉴욕에서 세무사 사무소를 경영한다는 글쓴이는 임종 때 연명치료 대신 안락사를 택하겠다 한다. 그의 부모 유전인자를 생각해 보면 90세까지는 살 수 있을 것 같단다. 그렇게 된다면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은데 90살이 되려면 18년 6개월이 남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경우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바꿔 말하자면 살날이 얼마나 남았을까를 생각해 본다. 나의 아버지는 손써보지도 못한 체 지병으로 세상을 뜨셨다. 어머니는 만 90을 넘겼지만 대체로 건강하신 편이다. 2018년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남자 79.7세, 여자 85.7세, 남녀 평균 82.7세다. 남자 평균을 기준하면 9년 6개월, 내 어머니께서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지 모르지만 현재를 기준으로 남녀 차이 6년을 제하면 내가 살 수 있는 기간은 14년 정도 이상은 남았다. 




‘18년 6개월 남았다’라는 글을 쓴 이는 안락사에 대해 몇 가지 장점을 들었다. 첫째, 죽는 날짜와 방법까지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둘째, 사후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정리할 수 있다. 셋째,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날짜를 세어 가면서 사니까 하루하루가 더욱 귀하고 값지게 여겨질 것이다. 넷째, 살아 있을 때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을 초청해 이별을 위한 장례식을 하면서 직접 작별 인사를 할 수가 있다는 등. 일리 있는 말로 들린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생전 장례식’이 요즘 종종 치러진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 정신이 맑을 때 한평생 사랑했던 사람, 고마웠던 사람들을 초청해 마지막 정을 나누는 의식이 생전 장례식이다. 누구나 때가 되면 가는 길이니 슬퍼할 일도 아니고, 추억담을 나누며 마음을 비우고 이승을 하직할 각오를 하게 된다. 때가 되어 임종을 하면 그때는 지인들에게 알릴 필요도 없이 가족들끼리만 치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018년 서울시립 동부병원에서 전립선 말기 암 판정을 받은 고 김병국 할아버지의 생전 장례식이 열렸다. 1년 전부터 병원에 입원 중 병세가 나빠져 앞으로의 상황을 알 수 없어 ‘나의 판타스틱 장례식’아라는 행사를 준비했다. 풍선과 꽃으로 장식하고 평소 입던 환자복 대신 셔츠와 면바지를 입고 40명의 손님을 맞이했다. 조문객들은 김 씨의 뜻에 따라 검은 옷 대신 분홍색 셔츠와 꽃무늬 셔츠를 입고 참석했다. 추억을 이야기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 화제였다. 



금년은 코로나 19 역병 등 여러 가지로 힘든 해였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 따뜻한 정조차 나누기 어려웠다. 며칠 후면 한 살을 더 먹는다. 앞으로 지금처럼 연말을 몇 번이나 더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14년 정도 이상은 더 살 수 있겠다. 어찌 보면 서글프다. 세밑에 나를 돌아본다. 나부터 내 속에 미움과 증오심이 있다면 이를 내려놓고 용서와 사랑으로 따뜻한 연말연시를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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