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문한 환자 집에서 환자의 엄마 때문에 마음이 찡했다.
환자가 지난주에 병원에서 퇴원을 하면서 커뮤니티로 리퍼럴이 왔고, 병원 Palliative Care CNC가 이메일을 쫘악 돌려서
급하게 환자를 Triage 했고, 다음날 가정방문을 하기로 했다. 우리 커뮤니티 환자였지만, 나도 바쁘고, 다른 간호사도 바빠서 Rapid Response 간호사가 환자 첫 번째 가정 방문을 해야 했다.
그 환자가 내가 담당한 지역에 살고 있어서 오후에 환자 노트를 확인하니, 환자가 방문을 거절했다고 쓰여있다.
부랴부랴 환자의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월요일 점심때쯤 방문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오늘 환자 방문을 했다.
대충 환자의 상황은 나이는 40세, 현재 별거 중이고, 11살과 13살짜리 아들이 둘이 있다.
암은 자궁 경부암으로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가 되었다.
일단 젊은 나이에 암이고 암이 전이된데다가 어린아이들이 있는 것 그리고 싱글맘이라는 점만 해도 마음이 찡한데
막상 집에 가서 환자를 보니..
환자의 키가 168cm인데 몸무게가 38kg이다. 한마디로 피골이 상접하다.
일단 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Pain이다. 통증이 10/10이라고 한다. 거기에 오심과 구토까지. 오심과 구토가 심해서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간신히 물 같은 것만 마신다. 통증이 너무 심하니 침대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통증 약 여러 가지를 써봤지만 쉽사리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 가정방문이라 이것저것 물어볼 것도 많은데.. 엄마 왈
사위와 딸이 17년 결혼생활을 했는데, 사위가 항상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데 딸이 암에 걸린 이후로 이해는커녕 매일 화내고, 제대로 돌보지 않아 결국 별거를 시작했고, 다른 도시에 사는 엄마가 딸을 돌보기 위해 이 집으로 이사 왔다고 한다.
지난주 병원에서 퇴원하고 다음날 Medical oncogoist 의사랑 상담을 했는데, 환자에게 면역치료제를 주는 거에 대해서 상의를 한 기록이 있다. 의사 노트에는 면역치료가 환자의 지금 상태에서 좋아지는 것보다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으니 면역치료를 권하지 않았다.
엄마는 이번 주에 다른 병원 의사를 만나기로 했다. 두 번째 의사 소견을 들어보려고.
환자 상태로는 길어야 2-3달..
오늘 이 환자 방문에 배정된 시간은 두 시간이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모든 게 너무나 엉망이었다. 환자가 통증 약을 병원 퇴원 서류랑 다르게 복용하고 있고, 여러 가지 증상이 있어서 도저히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급하게 Palliative Care 의사에게 연락하고 마침 시간이 되어서 의사가 왔다.
의사선생님이랑 환자 그리고 환자의 엄마가 한참을 이야기했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병원에 와서 증상 치료를 받는 게 좋은데 환자는 병원은 가기 싫다고 한다. 아직 어른 아이들이 있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면서 환자도 울고, 엄마도 울고..
이번 주에 다른 의사를 만난다고 하는 것에 대해, 환자의 상태가 이렇게 안 좋은데 하면서 약간의 주저하는 의견을 말했더니
엄마 왈
"아이들이 있어요? 자식이 있다면 알 거예요. 도저히 아무 일도 안 하고 자식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하시면서 또 우신다.
이 부분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죽어가는 자식을 위해서 뭐든지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
결혼한 적도,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어서 완전히 부모의 마음을 될 수는 없겠지만, 이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느낄 수가 있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의사가 환자의 통증을 위해 Syringe Driver를 시작하기로 해서, 이것저것 마련해놓고 환자의 집을 나왔다.
거의 4시간을 환자의 집에 있었던 것 같다.
Syringe Driver가 있으면 매일 드라이버를 갈아야 하기 때문에 내일도 이환자 집을 방문해야 한다.
제발 내일 올 때는 통증이 조금이라도 나아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