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한 달에 한번 마법에 걸리는 게 아니라 오후 근무를 하는 주다.
지난번에도 말했듯이 보통 다른 지역 Pallaitive Care Nurse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하는데 특이 하게 이 지역은
오후 근무와 주말 근무가 있다.
PaEL program (Palliative Care at End of Life)이라고 해서,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은 아침에는 소속된 센터의 간호사가 저녁에는 PaEL 간호사가 방문을 해서 환자와 가족을 서포트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번 주는 PaEL 환자가 거의 없었다. 한 환자가 있었는데 저녁 방문은 안 해도 된다고 해서..
출근을 해서 리스트를 보니 아무도 없어서... 야호 하고 쉬면 좋겠지만 일을 해야 한다.
우리 매니저의 매니저의 매니저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급하게 누구를 봐야 되는지 아니면 웨이팅 리스트에 있는 환자를 어드미션 하는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레드펀지역에 소속된 한 환자를 방문하라고 했다.
이 환자는 원래 이레드펀 커뮤니티 환자였는데, 한 달쯤 전에 딸과 함께 산다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디스챠치했는데, 다시 돌아왔다.
그러면 처음부터 Triage를 하고 기다렸다 어드미션을 해야 한다. CNC 가 쉬운 환자니 갔다 오라고 해서 앗싸 하면서 갔다.
이미 많은 정보가 있으니 쉽게 어드미션 페이퍼 정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 환자가 사는 지역은 Waterloo
내가 베이스로 있는 지역은 Croydon... 2시 반경에 센터를 출발해서 3시쯤에 도착을 했다.
건물을 봐서는 정부 주택인 것 같다. 대부분 정부 주택에는 이런저런 사인이 붙어 있어서 안다.
환자의 집 앞에서 노크를 하니 환자가 대답을 하면서 "wait a minute, I am coming" 그런다.
한 5분은 기다렸는데 환자가 안 나온다. 다시 한번 노크를 하니 또다시 기다리라고. 한참 후에 환자가 문을 열어줘서 집에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다. 집안이 어두 컴컴하고 문 뒤에는 무슨 철 사슬 같은 것이 잔뜩 걸려있고.. ㅠㅠㅠㅠ
환자는 83세 할아버지로 올해 3월에 췌장암을 진단받았는데 항암치료는 안 하기로 하셨다고 한다. 메디컬 히스토리를 보니 심장과 관련해서 많은 병을 가지고 계시다.
환자는 지팡이를 들고 걸어 나오셨는데 보기에도 상당히 안 좋아 보이신다.
환자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통증도 많아 보이시고, 변비도 있고...
바이탈을 체크해도 되냐고 물어보고 바이탈을 재기 시작했다.
혈압이 낮은 편이시고, 맥박이 120을 넘어서 거의 156까지 갔다. CNC한테 전화를 상황 설명을 하니 앰뷸런스를 불러야 한다고 한다.
환자는 "난 병원에 안가" 그러시고. CNC는 프로토콜이라고 앰뷸런스에 연락을 하라고 한다.
"000" 앰뷸런스를 부르고 환자 옆에서 상태를 지켜보았다.
환자분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기 언니에게 전화를 하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언니는 전화를 안 받고
그래서 다시 병원 Palliative Care specialist에게 전화를 했더니, 이 환자 본지가 오래됐지만 기억이 나는지 대충 이야기를 해주는데
환자는 No CPR이지만 병원에 와서 체크업을 할 수 있다고 환자가 원하면 병원으로 보내라고 한다.
환자가 병원 가는 걸 거부한다고 했더니, 그럼 어쩔 수 없다고...
다시 환자의 지피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환자 진료 중이라 연락처만 남겨놓았더니 나중에 연락이 왔다. 환자의 상태를 설명했더니 환자가 혈압약을 제대로 안 먹은 것 같다고 한다. 환자에게 물어보니 먹은 것 같은데라면서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한다.
환자가 큰딸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서 잠시 큰딸과 통화를 했는데 큰딸은 퀸즈랜드에 살고 있다고 한다.
큰딸에게 환자의 맥박이 빠르고 혈압은 낮다고 그래서 앰뷸런스를 불렀는데 환자가 병원에 안 간다고 한다니, 딸이 환자에게 물을 많이 드셨는지 이것저것 지시를 하는데 결국 딸도 아버지를 설득 못했다.
결론은 환자가 병원을 안 간다고 하면 안 가는 걸로.
다시 CNC에게 연락을 했더니, 그럼 앰뷸런스 취소하고 그냥 나오라고 한다. 벌써 이 집에 온 지 1시간 반이 넘었다.
환자는 이 좁고 어두 껌껌한 방에 혼자서 지내시고.. 물론 매일 케어러가 하루에 한 번 오전에 들르고 주변에 친구도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잘 걷지도 못해서 넘어질 확률도 높고, 심방세동이 있어서 그냥 환자를 놔두고 나오기가 맘에 걸린다.
그렇다고 여기에 계속 있을 수도 없고, 다음 환자를 보러 가야 해서..
일단 의사들과 CNC 그리고 딸에게 다 이야기를 했고, 환자가 완강하고 응급실 가는 걸 거부하고 집에 있겠다고 하니,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앰뷸런스를 취소하고, 환자에게 무슨 일 있으면 센터에 전화를 하라고 당부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파라메딕이 도착을 했다.
내가 좀 전에 취소를 했는데 하니까 황당해하면서 일단 왔으니 환자를 보겠다고.
파라메딕 엄청 잘생겼다 ㅎㅎㅎㅎ
ECG를 해보니 역시나 여전히 맥박이 빠르게... Rapid AF이다.
또 한 번 앰뷸런스 파라데믹에게 상황 설명을 했다. 이 사람들도 여기에 왔고, 환자 상태가 안 좋으니 그대로 나갈 수는 없는지
다시 큰딸에게 전화를 해서 설명을 듣고...
이미 2시간이 훌쩍 넘어버려서 나는 정말 나와야 했다. 파라메딕에게 설명을 하고 나는 그 집을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퇴근시간이라 길이 엄청 막혔다.
센터를 출발해서 다시 돌아오기까지 3시간 반이 걸렸다.
일단 아프터 아워 매니저에게 상황 설명을 했는데 역시나 환자가 거부하면 어쩔 수 없으니, 노트에 잘 적어 놓으라고.
참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어떻게 할지 정말 당황스럽다.
환자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치료는 거부하고, 만약 이게 병원이어도 상황이 어려울 텐데 커뮤니티이니 더욱 어렵다.
거기에 난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라서..
환자를 혼자 두고 나오는데 마음이 안 편하다. 밤새 안녕이라는데
부디 환자가 별일 없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