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그린 가족 그림을 보며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
아이는 아침을 먹자마자 마당으로 뛰어나간다.
어디선가 주워온 돌로 마당 바닥에 그림을 그린다.
잘 그려지지 않아 낑낑거리는 걸 보며, 서랍에 짱박아둔 분필이 생각났다. 얼른 찾아서 갖다 주니 이런 게 집에 있었는데 왜 이제야 갖다주냐며 타박한다.
"어릴 때 네가 가지고 놀다가 입에 넣을까 봐 걱정돼서 엄마가 숨겨놨었지. 근데 까먹고 있었어. 바닥에 돌로 그림 그리는 거 보니까 갑자기 그게 생각났지!"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온 마당 바닥에 예술혼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그림을 그리더니 이제야 만족하는지 나를 부른다. 알록달록 아이의 그림을 구경하는데... 한 그림이 내 마음을 붙잡았다.
"서하야 이건 우리 가족 그린 거야?"
"응! 우리 가족 옆에 우리 집도 그렸어."
"와 진짜 잘 그렸네. 그런데 왜 서하는 없어?"
가족 그림에 엄마와 아빠 동생만 그린 아이. 왜 자신은 그리지 않은 걸까 의아해 물었다.
"나는 지금 어린이집에 가서 없는 거야."
"그래? 그래도 서하도 우리 가족인데 같이 그려야지"
"아니야! 난 어린이집 갔어!!"
아이는 뻑뻑 우기며 끝내 자신을 그려 넣지 않았다. 아이가 분필을 건네며 엄마도 그림을 그리라고 해서 그곳에 아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아니이~~ 난 어린이집 갔다니까 왜 그려~~!!"
"엄마는 여기 너 그려주고 싶어서 그래~ 서하도 우리 가족이잖아."
아이는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이렇게 답했다.
"그럼 엄마가 나 안고 있는 걸로 그려줘."
"아...그래? 엄마가 그림을 잘 못 그려서 그건 좀 어려운데? 그냥 여기 아빠 옆에 그려주면 안 될까??"
"알겠어. 서우보다 크게 그려야 해! 내가 언니니까"
"알았어~~~"
난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자신을 뺀 가족 그림.... 단순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혹 아이가 결핍을 많이 느끼는 건 아닐까??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한참 귀여움이 폭발하는 둘째만 우리가 예뻐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첫째는 거의 매일 혼이 난다. 집에서도 혼나고 어린이집에서도 혼나고.... 한창 말썽 부리고 말 안 들을 나이니까.
사랑이 부족하다 느끼는 건 아닐까,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매일 밤 아이를 포옥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엄마는 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잠자리에서 말하는 그런 얄팍한 사랑으로는 아이의 마음을 모두 채우기 힘들지도 모른다.
"엄마, 엄마는 날 언제부터 사랑했어?"
"뱃속에 있을 때부터 사랑했지."
"정말? 나도 그랬어."
"엄마, 아빠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가족들 다 나를 사랑해?"
"당연하지. 우리 서하를 가장 많이 사랑해."
"정말?"
"그럼~~~"
아이는 종종 사랑을 묻는다.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언제부터 사랑했는지, 모두가 나를 사랑하는지... 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것은 사랑이 아닐까. 아이의 몸과 마음은 사랑으로 자란다. 아이의 마음이 바닥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사랑으로 채워줘야 할 텐데... 오늘도 엄마는 미안함만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