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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글 날개 Dec 19. 2023

231페이지의 편지를 쓰다. 딸에게.

세상의 모든 책과 저자가 다시 보였다.

올해 하반기에는

내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었는데, 

다행히 하나씩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엄마가 된 후, 사실 많이 용감해졌다. 

이유는,  말이 자주 기억이 나서.


"엄마잖아요."


그래, 나는 엄마다.

엄마라는 타이틀을 얻고, 나의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엄마라서 얻은 가장 큰 것이 있다면,


'용기'다.


주저할 것 덜 주저하려 했고, 안 하려던 것도 하게 됐고, 우울할 것도 빨리 털어내려 했다.

세상의 많은 엄마들이 각자의 스토리 뒤에서 오늘도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겠지.


이에 70년이라는 세월을 잘 살아내신 친정엄마도 존경스러워 보였으나, 그건 외적인 모습이고, 엄마가 마음을 담아내고 있는 유화 뒤편에는 엄마만의 이야기가 수없이 흐른다것을 40이 넘어가면서야  수 있게 되었다. 


친정엄마가 훗날 세상을 떠나도, '엄마가 남겨놓았던 그림들을 보며 엄마를 생각하게 되겠지' 하는 마음이 들어 엄마가 더 활발히 활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친정아빠의 갑작스러운 입원과 결코 쉽지 않은 수술로, 엄마의 유화가  달째 멈춘 상태다.


어머니가 사랑하던 '유화'가 멈추고,

아버지가 사랑하던 '일상'이 멈추자,

부모, 형제의 섬세한 감정선까지는 읽을 수는 없어도, 모두 긴장하며 애쓰는 마음이 읽혀 눈시울이 붉어졌다.

더 젊고 건강하시던 시절 부모님이 내게 전해주시던 말들,  사소한 한마디 한마디까지도 왜 그렇게 떠오르는지.  말들로 정신적 부유함을 느끼고 살 수 있어서였을게다.


이번 일을 마주하기 전부터,

나는 딸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에 맴돌아 그것을 풀어가며 시드니에서 함께한 경험도 엮어서 책을 쓰고자 했는데,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상을 새삼 접하다 보니, 딸에게 보내는 '책 한 권의 편지'를 이렇게 마음먹었을 때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 초보 엄마시절부터

아무것도 모르지만 시작한 아이에게 매일 책 읽어주기, 시드니에서 살아보기, 아이의 영어습관형성 등을 겪어내고, 보는 눈이 생기자, 글로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딸에게는 따뜻한 경험의 기억과 엄마의 응원 전할 수 있는 편지로, 영어라는 관심사가 있는 초보 엄마나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엄마들과는 공감할 수 있는 글로 역할을 해주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는 시드니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해이다.

그래도 여전히 꺼내놓고 싶은 시드니의 일상 이야기들이 있기에, 언제든 생생하게 글로 담아내고 그리워하려고 한다. 그 방법 중의 하나로 책쓰기도 택했다.




<너를 발견하는 시간을 응원해>

글을 쓰고, 내지부터 표지까지 내 손을 거친 231페이지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


필사를 꼼꼼히 해나가던 시절에는 세상 모든 책의 깊이가 다시 보이더니, 긴 호흡으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면서는 세상의 모든 저자가 다시 보인다.

도전하겠다는 마음부터 쭉 상승곡선을 타다가 어느덧 급격히 하강하는 기분, 정신없는 시간, 부딪히는 마음, 잠시  멈춤, 마지막 아쉬움과 행복의 교차 등 어떤 경로로든 종이책을 출간한 저자들은  과정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을 여러 번 넘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4년 전 나는,

오늘이 올 줄 알았나 보다.

2019년의 다이어리에는, 브런치에 글을 담을 수 있는 작가조차도 되지  않았던 내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써 놓은 한 줄이 있다.


00살(지금의 내 나이): 

 내기(성장&행복 책 쓰기)

그  한 줄을 쓴 이후,


브런치가 보였고,

그다음에 공동저자에 참여할 감사한 기회가 눈에 보였고, 그다음에는 '나만의 책 한 권을 스스로 제작하기'위해 마음을 다하는 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90일 작가 되기에서 함께  글 쓰는 루틴을 가져가며, 책 만드는 과정을 배웠다. 서로 격려해 나가는 유의미한 시간을 가졌다.


쓰자.

나를 위해서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도.

나와 결이 같은, 불특정 다수를 위해서도.


쓰면,

이루어진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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