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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글 날개 Apr 25. 2023

이 요리들 속에는 좀 다른 것이 있다.

시드니에서 적응하며 남긴 행복의 흔적

사는 곳이 달라지면 먼저 먹거리가 달라진다.

마트에 나가면 보이는 재료가 달라지니 그럴 테지만, 시드니야 말로 마트에 각국의 풍부한 식재료가 넘쳐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월남쌈도 재료가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월남쌈의 야채로  깻잎, 적양배추, 당근을 꼭 넣었는데 비싼 깻잎을 사러 한국마트에 일부러 가야 하므로 대체했다. 시드니에서는 보통 아보카도, 쌀국수에 팍팍 넣어먹는 고수(Coriander), 향긋한 민트, 숙주, 새싹채소, 양송이버섯 등을 넣어 먹는다.

이제는 이 조합이 더 신선하고 맛있는 것 같다.


<양송이, 아보카도, 고수, 숙주, 새싹채소, 피쉬소스>를 꼭 준비한다. 시드니에서 배운 맛



외식을 하고 싶으면 늦게까지 외식할 수 있고, 야식으로 치킨이나 피자를 부담 없이 배달받을 수 있는 한국과 달리, 시드니는 특정요일을 빼고는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는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내가 해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 같다.

피자대신 만든 퀘사디아. 키우고 있던 바질 잎으로 장식.

시드니의 대표 마켓 중 하나인 울월스 Woolworth에서 1불이 조금 넘는 Mild Salsa소스를 사서 닭가슴살이랑 옥수수, 토마토, 양파 등을 잘게 썰어 믹스해 볶았다.

피자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간식으로 꼽고 싶은 퀘사디아는 프라이팬에 또띠야를 먼저 굽고 그 안에 만들어놓은 소스와 피자치즈를 넣어 다시 살짝 구워낸다.




각종 딤섬을 접하기엔 쉬운 나라이지만,

한국인이나 중국인들과의 모임에서는 가끔 만두를 만들 기회를 접하게 된다.

한국에서 만두를 특별히 만들어 먹을 기회가 닿지 않았다. 명절 때 친척집에 모여도 가족이 하도 많아서 내가 굳이 만들 필요도 없었다. 우습게도 시드니에서 만두를 처음 빚어보았다.

내 금손의 재발견?다들 내가 만두를 예쁘게 빚는다고 칭찬해준다. 내가 만두 잘만드는지 몰랐는데!



한국에서 지인들이 방문하면 김을 종류별로 가져다준다. 김밥 싸고 다해먹고 얼마 유통기간이 남지 않은 마른김에 쌀종이를 물로 붙여서 튀겨내면 김튀각.

바삭바삭 김튀각. 만들기도 정말 쉽다.

몇 년 전 한국에서도 유투버들이 많이 만들고 했지만 신기하다고 '생각만' 했는데, 시드니에서는 '실행'이 된다. 일단 가성비 최고인 간식이니까. 한국마트에서 김튀각 사려면 열댓 개 들어있는 것이 5불씩은 하다 보니 두 손 걷고 만들어 먹게 되는 것 같다. 




시드니의 딸기는 사실 맛이 없다. 과일 중 최고 맛이 없는 것으로 꼽고 싶다. 이에 딸기가 많이 나오는 시즌에 잼을 만들거나, 초콜릿을 중탕해서 초코에 빠진 딸기 디저트를 만들곤 한다.

초코릿을 녹이고, 데코해서 먹는다. 좀더 정성을 기울이고 박스에 포장하면 선물용으로도 가능.



한국마트 쪽 나가면 떡을 살 수 있는데, 가격이 비싸고 양이 적다. 결국 콩고물 가루 할인하는 것 사고 울월스에서 아시아코너에서 떡 만들 가루 사서 탄생하게 된 인절미.

5불도 안되는 재료로 사진의 세배정도 되는 양의 떡을 만들었으니 만드는 행위에 시간을 들여도 뿌듯하다.



티타임과 지인초대가 많은 나라. 교회에서 티타임을 해도 직접 구워 온 수준급 빵을 내놓는 분이 많다. 수플레 팬케이크를 비롯해 선물용으로 좋은 빵을 지인을 통해 배웠다.

전문적인 베이킹은 아니지만 감사한 지인과 나눔하기에 좋다.



타코도 한 끼 식사로 자주 먹게 된다.

마트에서 파는 질 좋은 다짐육(mince)을 볶고, 토마토와 양파를 다져 후추와 케첩을 섞어 준비하고, 아보카도 으깬 것과, 고수를 올리면 훌륭한 한 끼. 타코 세트 구성도 자주 세일 하기 때문에 손이 자주 간다.

아보카도와 토마토가 들어간 요리. 좌:타코 /우:  어느날 런치

빵을 구워 아스파라거스와 토마토 등의 구운 야채와 함께 간단한 점심을 해도 좋다.




시푸드 마켓에서 파는 싱싱한 생연어와 오이스터, 삶은 새우조합은 간단하면서도 그럴싸한 구색을 갖춘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함께 자르고 굽고.

오이스터에 레몬즙 쫙 짜서 호르륵. 언제 먹어도 맛있다.



파스타를 만들 때 파스타 소스를 사도 되지만 간혹 종류가 하도 여러 개다 보니 잘못 고르면 2% 부족하거나 역한 느낌도 가질 수 있다. 호주인 친구가 소개해 준 Bulla를 사용해서 크림파스타를 만드는 게 좋다.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까르보나라를 만든다면



특별한 날에는 울월스에서 파는 왕갈비 스타일의 고기를 사다가 갈비찜을 한다. 뜯어먹을 고기가 많아 두고 먹기 좋다. 떡볶이에 비빔국수는 한국에서나 시드니에서나 수시로 만드는 메뉴다.

왕갈비찜, 떡볶이, 간장국수



지인이 해주신 간단한 몸보신 요리

문어해물찜, 버섯 스테이크.






한국에서는 매번 음식을 만들거나, 외식을 해도 이야기 나누느라 정신없어서 또는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아서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했었다. 

아니, 한국에는 더 화려하고 스페셜한 음식이 많았을 텐데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없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든 음식사진을 바라보면서 배운다. 

소소한 일상 음식찍어간 사진 속에는 소비적인 행위가 주가 아닌 따뜻함과 내실이 담겨 있었음을,

 요리들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행복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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