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으로 이해하는 넷플릭스 드라마<삼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Three Body>는 태양이 세 개 존재해 더이상 문명을 이어나갈 수 없는 삼체인들과 지구인과의 전쟁을 다룬 이야기다.
기존 외계인 침공을 소재로 다룬 영화와 달리 외계인 침공 사실을 알고도 이를 대비할 수 있는 400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이는 삼체에서 지구까지의 물리적 거리가 450광년 떨어져있기 때문이다.
400년 뒤에 일임에도 지구는 삼체인의 공격에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
왜?
이미 삼체인이 '지자'를 통해 현재의 지구 과학기술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삼체1편-삼체문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산업시대에서 원자력 시대까지는 200년밖에 안걸렸습니다. 그후 겨우 몇십 년만에 그들은 정보시대로 진입했습니다. 이 문명은 무서운 진화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
"450년광년 이후 삼체 함대가 지구가 속한 행성계에 도착할때쯤이면 그 문명의 기술 수준은 급속히 발전해 우리를 초월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삼체함대는 지구문명이 가하는 공격을 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원정을 떠난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 떠난 것이다!"(p405-p406)
소설 <삼체>는 과학자들의 의문의 죽음부터 출발하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는 문화대혁명 예저타이의 죽음부터 시작한다.
작가 류츠신은 원래 문화대혁명 부분은 소설 도입부에 쓰고자 했지만, 출판사가 검열을 우려해 바꿨다고 했다.
작가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삼체>에서 문화대혁명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넷플릭스<삼체>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예원제가 태양이라는 거대한 전파 증폭기를 이용해 태양계밖 외계문명에게 전파를 날린 후 이를 수신한 삼체인으로부터 다시 전파가 되돌아왔다.
삼체인, 외계문명이 보낸 첫 메시지는 "회신하지마라. 그럼 우리가 너희의 위치를 알고 점령할 것이다"였다.
그러나 예원제는 다시 이렇게 전파를 보낸다.
"'와라. 인류는 글러먹었으니 내가 너희의 점령을 돕겠다."
예원제가 외계문명에 의해 지구를 넘기려고 한 이유는 뭘까.
단순히 자신의 가족이 당한 비극때문일까.
류츠신은 실제로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의 가혹한 혁명을 경험한 세대이다.
우리가 5.18 사태를 지나왔듯이 류츠신 역시 문화대혁명의 폭력과 역사적 아이러니를 말하고 싶었던 듯 하다.
따라서 우리에겐 생소한 문화대혁명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
홍위병은 왜 물리학자인 예저타이를 처단할 것일까.
당시 중학생 또래의 홍위병에 의해 무참히 맞아죽은 아버지.
그리고 그를 신고한 사람이 다름아닌 아버지와 같은 물리학자이자 교수였던 어머니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외동딸 예원제.
예저타이는 맞아죽기직전까지 빅뱅이론을 부정하지 않았다.
빅뱅이론은 그동안 우주는 팽창도 수축도 하지 않는 정적 상태라고 주장한 아인슈타인의 '정적 우주론'의 가설을 깨고 우주는 '빅뱅'이라는 대폭발과 함께 시작되었고 지금도 끝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동적 우주론'을 말한다.
그런데 이 빅뱅이론은 '빛이 있으라!'로 시작하는 성경의 창세기 구절과 일치한다.
또한 우주가 탄생하고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중력상수 등의 물리학의 30여 가지 기본 물리상수들의 값이 대단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 존재해야 하는데, 이러한 물리 상수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미세하게 조율된 값이고 그 누군가 혹은 무언가는 '신(God)'이라고 귀결되며 빅뱅이론은 곧 유신론이라고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즉 예저타이가 죽임을 당하기까지 물리학법칙을 부정하지 않은 것은 곧 유신론을 옹호하는 것이 되고, 신의 존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일체의 형이상학을 부정하는 공산주의 혁명정신에 반한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은 예저타이가 실제 유신론자라고 생각해서 그를 처단한 것이 아니다. 시대의 광기는 제물이 필요했다.
혼란의 시대 국민당을 몰아내고 인민들의 평등한 삶을 주장한 공산당 정권.
그러나 세계 제일이 되겠다는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은 실패했고 인민들의 삶이 극도로 피폐해졌다.
국민의 아버지이자 신과도 같은 존재인 마오쩌둥의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인민들은 자신의 삶이 어려워진 것은 마오쩌둥이 아닌 중국내 부르주아 세력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당시 중국내 지식인, 경제인 등이 희생양이 되었다.
민주주의와 달리 공산주의는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권력과 재물을 가진 부르주아도 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할 수 있었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뿌리깊은 중화사상은 공산주의를 만나 문화대혁명이라는 거창한 이름아래 민주주의보다 우월함을 표출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예원제는 인민에 대한, 인간에 대한 강한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문화대혁명이라는 것이 결국엔 마오쩌둥이 자신의 권력을 되찾기위해 홍위병을 날뛰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절망도 느꼈을 것이다.
<삼체1> 침묵의 봄 챕터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레이첼 카슨이 쓴 인간의 행위, 즉 살충제 사용은 예원제가 보기에 정당하고 정상적이며 적어도 중립적인 행위였다. 그러나 대자연의 시각에서 보면 이 행위는 문화대혁명과 별 차이가 없었다. 우리 세계에 끼치는 폐해는 마찬가지로 심각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보기에 정상적이거나 심지어 정의라고 생각되는 인간의 행위 중 사악한 것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그런 추론이 그녀를 두렵게 했고 공포의 심연으로 빠져들게 했다. 아마도 인간과 악의 관계는 대양과 그 위에 떠있는 빙산의 관계로, 둘은 동일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을것이다. 그러나 빙산이 눈에 잘 띄는 이유는 그저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고 그것의 실체는 거대한 물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인간 스스로 도덕적 자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려면 인간 이외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
이 생각이 예원제의 일생을 결정했다." (p113,114)
참고로 침묵의 봄은 미국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이 1962년에 출간한 책으로 살충제 등의 무분별한 사용 때문에 초래되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서술하고 있다.
과학에 기초한 기술이 유발하는 공포의 결말을 대중에 처음으로 강렬히 인식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책이다.
레이첼 카슨의 책 제목을 자신의 소설 챕터 제목으로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예원제의 선택에 힘을 실어주려한 것처럼 느껴진다.
예원제는 성악설을 믿었던 듯하다.
그러나 나는 성선설을 믿고 싶다.
외계인과 인류가 공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류츠신은 <삼체2부-암흑의 숲>에서 외계인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고 적대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 이유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