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이었다.
450페이지분량의 1,2권과 달리 3권의 분량은 800페이지가 넘는다.
물리학으로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우리의 인식을 넘어서는 우주전쟁, 그리고 지구의 멸망이자 인류 멸망의 마지막 순간 그 모든 것이 삼체 안에 담겨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 를 보고 소설 삼체를 꼭 읽어봐야겠다 생각했고 마지막 3부 '사신의 영생'편에서는 중국 작가의 상상력에 혀를 내둘렀다.
넷플릭스 시리즈와 달리 소설 <삼체>는 다양한 인물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주인공은 청신 (넷플릭스 시리즈에선 아마도 중국계 여성 '진 청' 일듯 싶다)이다.
장대한 삼체 스토리,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삼체는 태양이 세 개인 외계행성이다.태양이 세 개이기 때문에 삼체인은 안정적인 문명을 이어갈 수 없다. 그러던 중 지구에서 예원제가 보낸 전파를 수신하고 미지의 은하계에 안정적인 문명을 가진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삼체인은 불안정한 삼체 행성계를 벗어나 드디어 자신의 안식처가 되어줄 미지의 문명을 정복하기로 마음먹었다. 450광년의 거리로 인해 지구는 삼체인이 450년 뒤 지구를 침공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1부는 삼체인이 오기까지 450년간 지구가 삼체인의 공격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기술되어있다.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 시리지 마지막을 보며 궁금해했을 '면벽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삼체 1부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2부의 내용을 대략 예측할 수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주에 공동의 도덕 준칙이라는 것이 있을까?
-중략-
나는 도덕감 제로인 우주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100퍼센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덕이 있는 인류 문명은 이 우주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다시말해 우주문명과 싸우기 위한 전략에 도덕은 들어가선 안되며, 지구는 셀 수 없는 사냥꾼으로부터의 공격에 맞서 함정을 파놓는 설정으로 2부를 구상한 것 같다.
'면벽자와 파벽자'
이 부분은 너무나 흥미로워 나중에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면벽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면벽자 뤄지( 넷플리스 시리즈에서는 '사울')는 삼체인이 지구에 도착하자 이를 막기 위해 알 수 없는 미지의 외계문명에게 삼체 행성계의 좌표를 알려주겠다고 협박(?)한다. 뤄지의 이러한 전략을 유효했고 결국 삼체인은 공격을 멈추고 지구인과의 공존을 택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일단락이 되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
삼체 함대가 지구로 오는 과정에서 그들의 흔적이 다른 외계문명에게 포착되었고 이 문명들은 수십억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기본적으로 이 소설에서는 외계문명이 확인되면 자신의 문명 보호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공격한다는 설정이다.이는 2부의 부제가 '암흑의 숲'이라는데에서 유추해볼 수 있는데 마치 미지의 위험한 어두운 숲에 사냥꾼이 살아남기 위해 몰래 숨어 있다가 뭐가 나타나면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으니 일단 쏴죽여버리는 것처럼, 우주 문명들은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도 모르는 다른 문명이 우주 어디에 있을지 모르니 최대한 그들을 피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상대를 발견하면 먼저 죽여야만 살 수 있다는 상황이란 가설이다.
이러한 가설은 일찌기 페르미 역설의 한가지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다.페르미 역설은 게임이론과 함께 넷플릭스 시리즈 내내 화면에 의미없는 듯 계속 회자되고 포커싱되고 있다.
페르미 역설이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우주의 규모를 보자면, 인류 문명과 같이 외계 지성체가 세운 외계 문명의 존재는 너무나도 당연한데 왜 우리는 외계인의 존재를 알지도 보지도 못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결국 암흑의 숲에 있던 다양한 사냥꾼 (외계문명) 중 지구와 삼체인이 자신의 존재가 우주 전체에 노출되자 다양한 외계인의 공격 대상이 되었다.면벽자 뤄지의 기지로 삼체인의 공격은 막았지만 또다시 외계문명의 공격에 대비해야 했다.
3부에서는 외계문명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한 인류의 생존전략에 대해 아주 길게 서술하고 있다.
여기서 보는이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내용은 차원 공격이다. 3차원 세계인 우주에 4차원이 나타나고 2차원의 공격이 개시된다.4차원에 대한 묘사는 경이롭다.태양계는 결국 2차원 공격으로 인해 태양계 전체가 평면속으로 들어가 멸망의 순간을 맞는다.지구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도 2차원에 갇혀 소멸되었다.그야말로 멸망의 순간이다.
그러나 놀라지마시라.
현재 기점으로 600만년 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라는 현생 인류가 출현한 이래로 문명을 이룩하며 진화해온 인류는 어찌되었든 종족보존의 강한 열망이 있다. 그리고 대우주가 아닌 소우주 속에 생존한 유일한 단 두 명의 인간은 우주 전체가 소멸해가는 위기 속에서 이를 막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한다.
2차원 공격으로 태양계가 소멸한다는 설정은 상상 그 이상이다.
지구 뿐만 아니라 태양계까지 소멸하는 과정은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공허하고 절망적이고 결말을 이렇게 끝내도 되는 것인가 하는 허탈함마저 드는 순간,
태양계를 너머 태양계를 품은 우주가 소멸하는 찰나에 인류는 불멸이다.
또다른 차원의 우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류츠신은 최근까지 우주천체물리학에서 내놓은 모든 가설을 이 소설에 녹여냈다.
우주는 11차원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초끈(m)이론과 다중우주 세계관, 빅뱅 우주론 이후 우주의 생성과 소멸의 원리를 품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에 대한 가설 등.
우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모든 가설들이 제법 그럴듯하게 소설의 결말을 구성하고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다.
푸단 대학 중문과 부교수이자, 잡지 <신발견>의 편집장 옌펑의 말처럼 3부 <사신의 영생>편은 '우주를 바라보는 시야와 본질적인 사고를 극한으로 끌어올렸'고 '우주의 시작과 끝, 진정한 모습에 대해 과감하게 추측하고 생각하고 묘사했다.'
넷플릭스가 과연 삼체 2부와 3부의 내용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