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을 장기 복용하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살을 빼면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아진다."
"의사들의 과잉진료로 스타틴의 오남용이 심각하다."
유튜브를 통해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콜레스테롤'관련 영상물을 보면
왠지 스타틴은 먹어서는 안될 약같고
의사들의 처방을 과연 믿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 간다.
요즘은 지식을 소비하는 매체가 유튜브이다보니
조회수가 높은 영상이 곧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잘 살펴보면 그런 영상들은 대개 의학과 관련이 있긴 하나
의학논문을 보고 나름의 해석을 담은 비전공자인 경우가 많다.
스타틴의 처방은 신경과 의사의 몫이다.
정보의 신빙성을 살피려면 먼저 출처가 신경과 의사인지부터 확인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스타틴은 건강기능식품처럼 일반인이 마음대로 복용할 수 있는 약이 아니며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하는 약이기 때문이다.
약을 처방하고 복용자들의 예후를 살피는 신경과 의사들의 말이 가장 공신력있다고 봐야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나는 다수의 유튜브채널에 출연한 서울대학교 신경과 이승훈 교수의 설명이 가장 객관적이고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내가 나름대로 이승훈교수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콜레스테롤과 스타틴에 대한 오해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참고로 정리한 내용이다.
스타틴 과잉진료가 걱정된다면
우선 신경과 의사들이 스타틴을 처방할때 참고로 하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을 살펴보자.
스타틴 처방에 관여하는 인자는 바로 LDL과 중성지방 수치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보통 LDL 평균 수치는 130-160 사이라고 하는데, 이 수치 역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경계' 수준에 해당하며 이를 넘어가면 스타틴 복용 대상이 된다고 봐야 한다.
이승훈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LDL이 정상 범위에 있다 하더라도 뇌졸중 사례가 있다면 무조건 스타틴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한다.
위 진료지침의 치료권고안을 살펴보면 의사의 과잉진료 의심을 해소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듯하다.
-표의 출처는 유튜브채널'언더스탠딩'고지혈증에 대해 당신은 완전히 잘못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이승훈 교수)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주요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가 2개이상인 중등도 위험군이라면 LDL이 130이상, 1개 이하의 위험인자를 가졌다면 LDL 160 이상, 당뇨 진단을 받았다면 LDL이 100이상인 경우 스타틴 복용대상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에 따르면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200 mg/dL 이상으로 상승되어 있는 경우 우선 체중 증가, 음주, 탄수화물 섭취 등 생활습관 요인들을 확인하고 교정하는 것을 권고하며, 생활습관 개선 후에도 중성지방 농도가 200-499 mg/dL이면서 LDL 콜레스테롤이 동반되어 상승되어 있는 경우, 일차적으로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목표치까지 낮추기 위해 스타틴을 투약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중성지방만 정상이상으로 높다면 우선 식이조절과 운동을 추천하고 둘 다 높다면 전문의의 상담이 필요하다.
콜레스테롤과 프렌치 파라독스(French Paradox)
그렇다면 왜 유튜브에서는 LDL이 낮다고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걸까.
LDL 수치가 높아도 동맥경화나 혈관 파열과 같은 질환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혈관이 상처 하나없이 깨끗하고 노화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이다.
LDL 수치가 높다는 것은 인체에서 더이상 소비되지 않는 콜레스테롤이 혈관을 타고 떠돌아다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콜레스테롤이 정처없이 혈관을 타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녀도 혈관이 좁지 않고, 혈관내 상처가 없으면 동맥경화나 혈관 파열같은 증상을 일어나지 않는다.
의사들이 스타틴을 처방할 때 고지혈증외에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질환을 함께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등으로 혈관이 산화하여 염증반응이 생기면 인체에서 소비되지못하고 남아 떠돌아다니는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달라붙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된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을 막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또하나는 프렌치 파라독스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보다 치즈, 육류, 버터 등 포화지방을 더 많이 먹는데도 심장병 발병률이 적다는 통계를 보고 그 원인을 추적한 결과, 대체로 와인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들이 그렇지 않는 국가보다 심장병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2000년 10월)와인과 심장병 발병 억제의 매커니즘이 규명되었는데, 놀랍게도 한국인 연구원이었다.
그는 포도주에 함유된 폴리페놀이 혈관 내 근육세포에서 성장인자에 의한 VEGF의 발현과 분비를 억제, 암이나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신생혈관의 형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엄밀히 말하면 와인의 항산화성분이 심장병 발병을 낯춘다는 것이지 모든 사람이 와인을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낮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체질별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험단계가 아닌 정상 단계여도 뇌졸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분명 있다.
프렌치 파라독스는 '와인이 건강에 좋다'정도로만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스타틴 부작용-노시보 효과?
무슨 약이든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
스타틴 역시 부작용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약을 먹고 없던 근육통이나 쥐를 호소한다.
그러나 이건 스타틴의 발생기전을 살펴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을 가장 많이 생성하는 신체기관이 바로 '간'과 '근육'인데, 스타틴이 콜레스테롤 체내 생성을 억제하다보니 근육 내 콜레스테롤 생성이 억제되면서 근육통이나 쥐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상에서 스타틴에 대한 부작용을 검색하면 근육 약화, 근육통, 인지기능 저하, 수면장애, 발기부전, 2형(성인) 당뇨병, 횡문근 융해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안생긴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영국 임피어리얼 칼리지 런던(ICL) 의대 심장병 전문의 제임스 하워드 교수 연구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약을 먹고 느끼는 부작용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부작용처럼 느끼는 노시보 효과가 더 크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와 위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 증상의 강도가 거의 차이가 없어 스타틴의 부작용은 90%가 '노시보 효과(플라시보 효과의 반대개념)'라는 것이다.
스타틴 부작용-당뇨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스타틴 복용의 부작용은 바로 당뇨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스타틴 복용으로 콜레스테롤 생성이 억제되면 췌장내 인슐린 대사에도 영향을 준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있다고 한다.
스타틴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용량이 높아질수록 누적 복용량과 비례해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증가한다고 하는데, 주요 메타분석 결과 고용량 스타틴 사용은 신규 당뇨병 발생위험을 중등도 용량군 대비 약 12% 정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우려에 대한 연구가 학회에 보고되고 있고 이에 대한 치료권고안이 마련되어 있는만큼 스타틴과 당뇨에 관한 조절은 전문의의 지침에 따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당뇨가 무서워 스타틴 복용을 거부한다면 목숨과 당뇨를 맞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스타틴 부작용- 치매
최근 가장 스타틴 부작용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바로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설이다.
우리 뇌세포 역시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은 콜레스테롤인데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시키면 뇌세포가 파괴되어 인지기능을 저하시키고 결국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최근 미국심장협회가 반박 증거를 내놓았다.
최대 6년의 평균 추적 관찰을 수행한 임상시험을 포함해 여러 연구에서 나타난 경향성은 스타틴이 치매 유발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 "뇌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와 관련된 출혈성 뇌졸중의 위험도 상승은 유의미하지 않다"며 "LDL-C 수치가 매우 낮다고 해서 그런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관련 영상이나 자료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나도 병원에서 약물을 너무 쉽게 처방해주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스타틴을 처방받는 사람은 병을 예방하는 단계가 아니라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으면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다.
약을 안먹고 급사하지 않을 가능성을 점치기보다 약을 복용하더라도 약물의 작용과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