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당신은 10명되는 영업부의 부서장이다. 어느 날 새벽 6시, 전날부터 폭설이 내린 눈으로 출근 대란이 예상되자 회사로부터, “각 부문의 부서장은 폭설로 인해 출근이 어려운 직원에 대해서는 부서장 재량으로 재택근무를 허가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회사 출근 시간은 9시이나 실제로 직원들이 출근 준비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1~2시간 남은 상황.
당신은 직원들에게 어떤 지침을 내릴 것인가?
실제 나의 처리 사례) 신속하게 부서원들에게, “각 거주 지역의 눈길 상황-비탈길, 마을버스 운행 여부 등-을 각자 판단하여 출근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재택신청서를 보내도록 지시를 했다.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각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상황은 내가 알 수가 없고(주소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는 어쨌든 재택근무 여부에 대해서는 부서장의 판단에 맡긴다고 했으니 만일 전원이 재택근무를 신청한다고 해도 문제는 없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부서원 전원에게 카톡을 하고 나서는 신속하게 방침을 정해서 연락을 한 것에 대해서 부서원들도 만족하고 나에게 감사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이 날 실제로 재택근무를 신청한 사람은 영업차장 A, 영업과장 B, 여직원C 3명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주간회의 자리에서 어제 폭설이 있었던 날의 상황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영업과장 B와 동기인 영업과장 D가 “어제 재택근무 신청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럼 출근한 사람들은 뭐냐?” 라고 불평을 말하자 재택근무를 신청한 B가 “서울이 아닌 수도권이고 비탈길이어서 미끄럽기도 하고 마을버스도 운행이 안 되니 부득이 재택근무를 신청했다”고 설명을 했다. 그러자 D는 “아니, 거주하는 거야 본인의 선택이고 책임인데 눈 온다고 못 올정도면 그런 곳에 거주를 결정한 본인 책임 아니냐, 회사에 출근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거주를 정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다시 반박하면서 두 사람이 말싸움을 시작했고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보니 가만히 듣고 있는 사원들 사이에서도 B의 의견에 내심 동조하는 사람과 D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으로 나눠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의견도 갈리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부서원들 사이에 언쟁이나 갈등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신속하게 정리나 중재를 하지 못하면 부서장으로서 내 권위에도 문제가 생길 터였다.
내가 말했다.
“우선 어제의 내 지침에 대한 결과, 이렇게 부서원 사이에서 다른 의견이나 갈등이 생길 줄 몰랐다. 부서장 재량으로 판단하라는 회사의 지침을 여러분에게 신속하게 전달하고 재택근무 여부 결정권을 줄 때에는 그것으로 전원이 만족할 줄 알았다. 결과적으로 부서원들에게 혼란을 주게 된 것에 대해서 부서장으로서 사과한다. 그리고,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있을 때에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이번 기회에 전체의 의견을 들었으면 한다”
그 날 회의에서 부서원들의 결론은, 폭설이나 폭우 등으로 명확하게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이 있으면 전원 재택근무를 하고, 부서장 재량으로 맡긴다는 권고 정도의 내용이면 전원 출근을 기본으로 한다고 정리가 되었다.
재택근무에 대한 본인 결정권을 제공하면 모두 만족할 것으로 생각했던 건 나의 선입견이었다. 물론 이번의 B와 D사이의 언쟁은 단순히 재택근무를 하느냐 마느냐 만으로 일어났다고 하기 보다는 그 간의 서로에 대한 평가나 감정 등이 있기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번에 가장 크게 느끼고 배운 점을 꼽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들의 기준이라고 하는 것이 참 다양하다는 점이다. 내 관점이 보편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D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알려 준 D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건 내가 D의 의견에 동조하는 지 여부와 상관이 없고, 내가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서 내릴 결정과도 무관하다. 내가 상대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 지 알고 있으면서 결정을 내리는 것과, 그런 정보는 하나도 없으면서 내 주관만 가지고 “이렇게 결정하면 다들 좋아하겠지”고 마음대로 단정짓는 것은 천지차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내가 이렇게 신속하게 자기들을 위한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서 모두 나를 칭찬하고 고마워할 거야” 라고 기대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착각 + 헛된 기대=남에 대한 원망↑
둘째, 내가 가진 생각과 의도를 적절한 타이밍에 부서원들과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그 날의 주간회의에서 내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부서원간 대화가 전개되면서 나는 아래의 순서대로 직원들에게 고백을 했다.
1. 우선 직원들간 갈등이 생기게 한 것에 대해서 부서장으로서 사과
2. 그렇게 내가 결정하게 된 배경이나 생각, 의도에 대해서 설명
3. 앞으로 유사상황이 올 때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 지에 대해 의견요청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은 없겠지만 그 결정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그 결정에서 소외되는 입장의 사람에게는.
“내가 결정했더라도 그 방법밖에 없었을 거야”
“부서장님 입장도 참 힘드시겠네”
라는 공감을 받는 것은 리더에 대한 신뢰로 직결되고, 앞으로의 업무수행 및 성과에 영향을 준다.
다양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다수의 의견이 중시되어야 할 때도 있고, 소수이지만 대의명분이나 본질적인 의미에서 채택이 되어야 마땅할 때도 있다.
나하고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진지한 인정이야 말로 좋은 리더가 되는 여러 가지 자질 중에서 첫번째 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