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이심이체(二心異體)

세상사는 이야기

by 하태화

얼마 전 교회에서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교회 결혼식이라고 해서 일반 웨딩홀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목사님이 주례를 하며 주례사로 성경이 주는 교훈을 말씀하는 예배 형식을 취한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날 목사님은 주례사에서 이런 말씀을 했다. “요즘 말로, 남자인 아담을 전신 마취시키고 갈빗대를 꺼내는 수술을 해서 그 뼈로 여자인 하와를 만들었다. 다른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하필이면 왜 아담의 갈빗대를 취해서 하와를 만들었을까. 이는 하와는 아담 자신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아내를 자신의 뼈와 살처럼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은 성경적이다.”


언제, 누가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부부는 정말로 일심동체일까. ‘아내를 자신의 뼈와 살처럼 소중하게 대하라’는 것은 당연한 말이고 아내 또한 남편을 그렇게 해야겠지만, 실생활과 연결시켜 생각하면 부부를 일심동체라고 하기에는 선뜻 긍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살아가면서 조금씩 양보하며 서로 맞추어 간다고는 하지만 가끔씩 크고 작은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면 ‘하나의 마음’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애당초부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만남이니 ‘일심(一心)’이라는 이름으로 결속을 견고히 하며 한 마음으로 잘 살아가자는 목표 지향적인 의미에서 나온 말이리라. 일심은 그렇다 하더라도 ‘동체(同體)’라는 표현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째서 부부가 같은 몸일 수가 있을까. 부부는 엄격히 말하면 촌수가 없는 무촌(無寸)이다. 한 몸이기에 무촌이 아니고, 혈연관계가 없는 남이기에 무촌이다. 법률적으로 혼인신고를 하면 부부이고, 이혼신고를 하면 남이 되는 사이가 바로 부부이다. ‘돌아누우면 남’이란 말이다. 그런 부부를 두고 동체라니 꽤나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가 성장하여 학업, 직장, 결혼 등으로 독립해 나가면 자연히 부부만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 시기에 그동안 부모로서의 역할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원해졌던 부부간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게 된다. 하루뿐 아니라 인생 전체를 봐도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은 다른 가족들에 비해 월등히 많다. 그래서 인생의 즐거움은 부부가 얼마나 화목하게 지내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런데 역할과 취미 등을 공유하며 결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로 인해 ‘황혼이혼’에 이어 최근 회자되고 있는 말이 ‘졸혼’이다. 졸혼이란,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결혼기간도 따라서 늘어나는데 만족도 낮은 결혼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의 결과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의 전통적인 결혼관에 ‘적당한 기간만 함께’라고 하는 새로운 결혼관인 ‘졸혼’이 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졸혼의 근본은 각자의 삶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지금의 결혼생활은 상대의 삶을 그다지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 졸혼은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반강제적인 규범에 대한 반향일지도 모른다.


사실 부부는 두 마음에 다른 몸을 가진 ‘이심이체(二心異體)’이다. 나와 다른 인격을 가진 별도의 인격체이므로 존중하고 배려해 주어야 하는 대상이다. 나와 다른 마음을 가졌기에 서로 맞추려고 노력해야 하고, 성격과 개성, 취미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나와 다른 몸이기에 서로 보살펴 주며 힘든 일은 도우고 서로 나누어야 한다.

배우자는 나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 땅에 태어날 때 신으로부터 받은 자유 의지대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나의 통제 범위 내에 두려고 해서도 안 되고, 나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강요해서도 안 되며, 공유할 수 없는 개인 생활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아내는 ‘남편의 그늘’ 운운하며 주종관계로 스스로 남편에게 종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자녀를 위한 희생양이 되어서도 안 되며 ‘누구 엄마’에 익숙되는 삶을 살아서도 안 된다. 자유를 누릴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남편 역시 가장으로서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과 아내는 역할 분담에 의해 서로 의지하며 각자의 역할을 수평적으로 성실히 수행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부부는 친구도 애인도 아닌 동고동락하며 인생을 같이 하는 소중한 동반자이다.


어떤 이는 부부를 음식 재료에 비교하기도 한다. 각기 다른 재료가 한 그릇 속에서 소스에 버물어져 개별적으로는 다른 식감을 내면서도 전체적으로 어울리는 하나의 맛있는 요리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며 무조건 나에게 맞추기를 요구하거나 상대를 함부로 대하기보다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다른 인격체로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기 위해 ‘부부는 이심이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더 타당하지는 않을까 싶다.

keyword
이전 05화아전인수에서 벗어나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