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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태화 Jul 21. 2021

디지털의 폐해

세상 사는이야기

  <작년 이 날 블로그에 쓴 글>

                                                                                                                                            폰을 분실했다. 폰이야 할부 등 각종 위약금 물고 다시 사면되지만 폰 안에 들어있던 여러 자료들은 어떤 돈을 주어도 찾을 방법이 없다. 분명 백업 장치는 있을 건데 설정해 두지 않았으니...


가장 소중한 정보인 전화번호, 기억나는 전화번호는 딱 3개. 직장, 부모님 댁, 아내. 두 개만 기억할 뻔했는데 아내가 들어간 것은 내 번호와 뒷 네 자리가 같기에 그나마 기억하는 것이다. 내 폰에  몇 개가 저장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완전히 사라졌다. 그래도 개인은 실례를 무릅쓰고 카톡으로 전화번호를 물어볼 수 있지만 일반전화는 불가능이다. 전화번호 백업 기능은 분명 있고, 예전에 사용해 본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조금 무감각, 남겨놓은 게 없다. 예전에는 전화번호부를 만들고 가나다 순으로 정리를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어디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고, 폰에도 번호 대신 이름으로 저장해 두니 번호는 아예 기억의 대상이 아니다. 010 외에는 전혀 떠오르는 숫자가 없다. 전화번호를 모르니 갑갑하다. 폰이 사라지니 사람과 단절된 느낌이다. 그렇다고 100% 나쁜 것도 아니다. 묘한 해방감이 있다.


사진과 스크린샷도 사라졌다.  사진은 일부 컴퓨터로 옮겨 놓았는데 필요할 때 열어볼 연락처, 명함 등 기록하기 귀찮아 찍어둔 것, 캡처한 것 이런 정보도 모두 사라졌다. 주차한 장소까지 그냥 사진으로 찰칵해 두었다가 나중에  활용하고 있는데 그런 사진과 스크린샷이 사라졌으니 다음에 요긴하게 필요할 때 아이구하면서 후회하겠지. 거기에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도 있는데.


메모장도 사라졌다. 여긴 사진으로 보관되지 않은 필요한 정보들이 가득 있다. 각종 주소며  주민번호며 여러 곳의 아이디와 비번이며 글을 쓸 때 참고하려고 적어둔 문장이나 소재들이 제법 있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냥 사라졌다. 잊지 않으려고 적어둔 것들도 순간 잃어버렸다.  좋아하는 노래와 동영상, 카톡으로 받은 다운로드 자료들도 사라졌다. 신용카드와 멤버십 카드는 다시 넣으면 되지만 번거롭다. 교통카드는 어떻게 심었더라?


디지털 시대의 폐해다. 손톱만 한 메모리카드에 엄청난 정보가 담기지만 에러 나는 순간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그렇게 수첩에 펜으로 쓰고 있겠지. 작지만 엄청난 양의 정보의 디저털 기록장치, 지갑이 필요 없고 모든 정보가 다 담겨 편리한 스마트폰, 폰 하나면 안 되는 것이 없었는데 내 손을 떠나는 순간 나는 바로 정보의  불모지 빈 깡통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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