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학개론
내가 당신을 이러이러한 이유로 사랑합니다.
예뻐서, 잘 생겨서, 착해서, 마음이 고와서, 배려심이 있어서, 멋이 있어서, 센스가 있어서, 선한 마음을 가져서, 정직해서, 억만장자 집안이라서, 돈이 많아서, 배경이 좋아서, 사회적 지위가 있어서, 성실해서, 신체 건강해서, 여러 방면에 능력이 있어서, 취미가 같아서, 성격이 같아서, 편해서, 미래가 밝아서, 좋은 집과 좋은 차가 있어서, 여행을 좋아해서, 큰 비전을 갖고 있어서, 긍정적인 마인드라서, 사랑을 베풀 줄 알아서, 첫눈에 반해서, 매력이 있어서, 학자 집안이라서, 나를 즐겁게 해 주어서,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유머와 위트가 있어서, 부드러워서, 마음이 통해서, 희생정신이 있어서, 남을 위해 봉사할 줄 알아서, 내게 없는 것을 가져서, 일처리가 야무져서, 키가 커서, 날씬해서, 패션 감각이 있어서, 총명해서, 학벌이 좋아서, 지적이어서, 귀여워서, 좋고 든든한 직업을 가져서, 적극적이어서, 정감 있어서, 애교가 있어서, 긴 생머리가 좋아서, 보조개가 있어서, 쌍꺼풀이 있어서, 치아 배열이 예뻐서, 앵두 입술이라서, 목소리가 예뻐서, 남자다워서, 여성스러워서, 에너지가 넘쳐서, 박력이 있어서, 의지할 만해서, 믿음직해서, 책임감이 있어서, 멘탈이 강해서, 내가 못하는 걸 잘해서, 미래에 고생 안 할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했다고 치자. 나열한 이것이 상대를 사랑하는 진짜 이유일까. 이것이 사랑의 이유 전부일까. 나열한 저런 것들이 제일 처음 상대에게 접근하는 계기가 될지는 몰라도 사랑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이것들을 제외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무엇'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그냥 끌림 만이 있다. 신비롭다.
사랑은 감정이다. 상대에게 호감이 있어 교류를 하다 보면 보슬비에 온 몸이 젖 듯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랑의 감정이 점차 들어와 사랑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의 블랙 홀로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있는 것이다. 예쁘다고 사랑한다면 예쁘지 않게 되면 사랑도 떠나게 되는 것이고, 상대가 갖고 있는 직업 때문에 사랑하게 되었다면 그 직업을 잃어버릴 때는 실망과 함께 사랑도 끝나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려고 노력하겠다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요, 사랑하는데 헤어지도록 노력한다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이성으로 사랑하겠노라고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요, 이성으로 멀리하겠다고 노력한다고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감정은 노력으로 컨트롤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인공지능에게는 없는, 오직 사람만이 갖는 축복이다.
'우리가 왜 서로 사랑하게 되었을까' 얘기를 하다 보면 수많은 이유를 나열해도 그것 때문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나열한 것 모두 합해도 사랑하는 이유가 안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나머지는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상대를 생각하면 설레고, 보고 싶고, 그립게 되는 것일까. 상대와 같이 있으면 헤어지기 싫고 함께 있는 시간이 그리 짧은 것일까. 무엇 때문에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일까. 신비롭다. 인체의 신비보다 더 신비로운 것이 사람의 감정이다. 복잡 미묘한 사람의 감정, 사랑의 감정을 '이것'이라고 간단히 답할 수 없다.
너를 사랑하는 이유. "그건 나도 모른다. 그냥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거야. 너도 그렇잖아"이겠지. 너를 사랑하는 이유, '그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