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딸들이 성인이 되면, 과연 나는 후련하기만 할까?

by 은은한 온도


지난주 토요일에 귀한 자유부인 시간을 가졌어요. 약속이 있던 건 아니었고, 나가서 글 쓰는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일찍 문 여는 곳이 스타벅스뿐이라 스벅에 가서 자리를 잡았어요. 한산한 2층에는 저와 그리고 50대 정도로 추정되는 여성분까지 둘 뿐이었습니다.



한참 저의 일로 바빴습니다. 퇴고를 했고, 밀린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딸인지 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녀분과 통화하는 것 같았어요.



모든 통화 내용을 다 들은 건 아니지만 중간중간 제 귀에도 쏙쏙 들리는 내용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여보세요?
잘 있었어?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어서 목이 멘다.


이런 내용이 들려서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그분을 바라봤습니다.



엄청 상기된 얼굴로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종이를 만지작거리면서 통화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 손끝이 떨리는 듯 보였어요.



보고 싶다는 말이 중간중간 계속 반복됐습니다. 그 표정을 봤어요. 딱 이랬습니다.



자식한테 계속 보고 싶다고 말하면

짐이 될까 봐

집으로 와라 얼른 와라

이런 말은 차마 못 하는데

자식이 너무 보고 싶긴 하고,

그래서 말을 고르고 골랐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그 말이 터져 나오는 느낌이랄까요.




순간 엄마 생각도 났고, 저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에 햇살이 어린이집 상담을 갔었는데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이 가장 힘들 때지만
또 가장 좋을 때이기도 해요.

저는 애들이 다 성인인데
애들이 다 크면 좋을 것 같죠?

아니에요..
생각보다 되게 헛헛해요.


아... 이 마음을 예전에 잠깐 느낀 적이 있습니다. 2022년에 블로그에 쓴 글이었는데 그때 정말 그랬어요.



예전에는 구름에게 항상 우산을 씌워주다가, 어느 날 스스로 우산을 쓰고 가는 뒷모습을 바라봤어요. 어느새 한 움큼 성장한 모습에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아이가 이렇게 엄마의 손을 하나하나 빠져나가는 거구나.



%EC%8A%A4%ED%81%AC%EB%A6%B0%EC%83%B7_2025-10-28_071216.png?type=w1



구름이는 완전 제 껌딱지였던 아이라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가 스스로 하게 되는 일이 많아질수록 좋은 일이고 잘된 일이고, 그렇게 돼야 함이 마땅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헛헛함인지, 서글픔인지, 아련함인지, 서운함인지...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선생님과 상담하며 그때 생각이 스쳤는데 그러자마자 바로 눈물이 차오르더라고요. 좋은데 슬픈 아이러니란..






저는 잠깐 찰나의 순간에도 이렇게 출렁대는데 그분의 마음을 어땠을까요?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다시 이런 통화가 들렸습니다.



알았어.
그럼 그때까지는 못 오는 거지?
응. 응. 몸조심하고!


결국, 자녀분은 빠른 시일 내에 집에 오긴 힘든 것 같았습니다.



우리 엄마도 과거에 제가 굉장히 바빠서 집도 못 오고 연락도 잘 못했을 때 저런 기분이셨겠지요? 그리고 저 또한 언젠가 이 과정을 겪게 되겠지요?



그때 너무 아프지 않도록 미리미리 마음을 비워두고 있습니다.



내 품에서 빠져나가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이 참 소중한 시간이구나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제 아이에게 성질낸 저를 반성합니다. 아이들과의 씨름에서 몸이 고될 때마다 이 통화와 이 글을 생각해야겠어요.



다시는 오지 않을 지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을 귀하게 쓰겠습니다. 언젠가 저도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목이 멘다'는 말을 하게 되겠지요. 그날이 오기 전까지, 오늘을 더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딸들이 성인이 되면, 과연 저는 후련하기만 할까요?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EC%9D%80%EC%9D%80%ED%95%9C_%EC%98%A8%EB%8F%84_%EC%98%A8%EB%9D%BC%EC%9D%B8_%EB%AA%85%ED%95%A8.jpg?type=w1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은은하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의 태몽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