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mentcOllectOr Dec 16. 2015

#5 응답받지 못한 과거 : 미해결 과제

감성 심리치유 에세이

'내 마음속에 울고 있는 어린아이' 란 말이 한동안 주위에서 많이 보였었습니다. 과거의 어느 순간  상처받은 자아가 성장하지 못한 채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는 표현으로 어린 시절의 경험이 한 개인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과거는 어떻게 현재에 영향을 주는 걸까요?




너무나 유명한 그림 루빈의 잔입니다. 까만 부분을 위주로 보면 두 여자의 얼굴, 하얀 부분을 보면 잔. 이렇게  두 가지 그림이 보이지만 한 번에 두 형상이 다 보일 수는 없습니다. 한 번에 하나가 보이죠.

이처럼 우리 삶에서 한 개인에게 더 중요한 감정이나 욕구가 먼저 보이는 그림(전경)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해소가 되어 나중에 보이는 그림(배경)이 되고 나면 새로운 욕구(다시 전경)가 나타나며 이것이 끊임없이 교체되며 삶을 살아갑니다.

이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때 , 문제는 발생합니다.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욕구는 사라지지 않고 중간에 남아 다른 욕구가 선명하게 형성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과거의 찜찜한것이 현재의 진행을 막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걸 알지 못하고 의사결정에 곤란을 겪기도하고 이런 나를 저 사람은 이해해줄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도 지장을 받게됩니다.


왜 그들은 이런 어려움을 겪을까요?

형태주의 심리학에선 미해결 과제에서 그 원인을 찾았습니다.

미해결 과제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말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분노, 증오, 고통, 불안, 슬픔, 죄의식 등과 같은 감정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표현되지 못한 채 기억 속에 남아 현재 삶을 방해하고 본인이 직면해서 그 감정들을 다룰 때까지 계속 남아 지금-이 순간의 삶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합니다. 스트레스의 커다란 원인이기도 합니다.





J는 8살 딸을 둔 엄마입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집으로 가던 딸이 까르르 웃으며 엄마 너무 좋아 이렇게 웃더랍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져나와 아이가 놀라 함께 울기 시작, 결국은 두 모녀가 대성통곡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J의 아버지는 기억이 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폭력남편이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견디다 못해 도망을 치고 재판으로 이혼한 엄마를 따라가 살기 시작한 후로 아버지를 거의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결혼식에도 아버지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마음속엔 단순히 미움만이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원망과 미움과 두려움이 똘똘 뭉쳐 그녀를 따라다니며 이렇게 나의 부모를 미워하는 내가 어떻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답니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난 뒤면 아이 앞에서 큰소리를 내다니 그래 난 부모 될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어 이러다 나도 아버지 같은 부모가 될지도 몰라 그런 생각에 괴로워했고 우울해했습니다.

정체 or 성장 ?



이런 분노나 적개심은 자주 일어나는 미해결 과제입니다.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을 품기 시작하면 그 개인은 정체되고 맙니다.

분노와 미움의 힘은 참으로 강해서 우리는 발걸음을 내딛딜 생각도 못한 체 두 주먹을 쥐고 상대를 생각하느라 바쁩니다.

과거가 현재를 집어삼키고 미래를 갉아먹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감정들은 오랜 시간 잠재되어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십 년간 J는 정작 보지 못한 아버지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J뿐만이 어니라 누군간 과거의 사랑의 상처로 그 뒤의 연애가 힘들었고 상대의 애정과 인정에 목말랐던 누군가는 결국 이를 응답받지 못해 완벽주의자가 되기도 강박증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럼 미해결 과제를 완결하는 방법은?

잠잠하다가도 마음속에서 불쑥불쑥 뛰쳐나오려하는 그 일, 미해결 과제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입니다.  

알아차린다는 것만으로 상당히 치료가 됩니다. 알아차렸다는 것 자체가 과거를 현재로 불러와 대면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과거의 일에 지금이라도 응답해 주어 현재로 소환한 후 멈춰있던 성장을 완결시켜 주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쉽게만 보이는 이 일이 꼭 쉽지많은 않으므로 오늘도 우리 가슴속엔 여전히 미해결과제가 쌓여있습니다.생각조차 힘들어 회피해왔을지도 모릅니다.그러나 때론 울어야 할일은 충분히 울어 주어야 합니다.




J에겐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큰 미해결 과제였고 어느 날 딸의 행복해하는 모습 앞에서 '나는 나쁜 엄마가 아닌가?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건가? 그래 아빠 앞에서 난 저런 표정 인적이 없었어 ' 라는 생각이 든 순간  그동안 스스로를 억압하던 고통을 인지하며 통곡한 것입니다. 이제 J는 앞으로 한 걸음씩 내딛게 될 것입니다. 딸의 손을 꼭 잡고요.




당신 가슴속의 미해결 과제는 무엇입니까?

더 늦기전에 그 부름에 응답해보세요.

스스로 눈물을 닦아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4 담아주는 사람, 담기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