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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entcOllectOr Sep 28. 2016

track 2.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힐링감상소>어느날의 주크박스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어요.
함께 할 땐 많이 싸우고 그러면서 너무나 미워지고 결국 헤어지면 더 행복해질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그 사람에겐 새로운 사람이 생겼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다른 사람을 만나봐도 내 삶에 집중해 보려고 애를 써봐도 자꾸만 보고싶어요.
해어지고 나는 더 .......불행해진것 같아요.


마리아 칼라스는 그 이름이 주는 존재감만으로 압도적입니다. 저도 마리아 칼라스를 좋아하지만

이 한곡만은 칼라스보다 다른 팝페라 가수가 부른 버전을 좋아합니다.

바로 생상의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중 '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인데요.


긴 머리에서 힘이 솟아나던 삼손을 기억하시나요?

성서 속.

블레셋 인들의 지배 아래 핍박받던 히브리인의 영웅인 삼손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블레셋 쪽에 의해 보내진 델릴라의 유혹에 넘어갑니다.

나를 사랑하면 힘의 원천을 가르쳐 달라는 델릴라에게 결국은 비밀을 말하는 삼손.

그 결과 힘의 근원인 머리카락이 잘리고 눈을 잃은 체 노예가 되어 돌절구를 끄는 삼손.

그리고 태도를 바꾸어 그에게 냉정하기만 한 델릴라.

기도하던 중 괴력이 되살아난 삼손으로 인해 신전은 무너지고 모두가 휩쓸려가고 맙니다.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린다,
마치 꽃들이
동트는 새벽의 입맞춤에 피어나듯이!
하나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이여,
더 잘 내 눈물을 말리기 위해,
그대 목소리를 더 들려주세요!
영원히 델릴라의 곁으로 돌아온다고 말해 주세요!
되풀이해 주세요, 내 사랑에
옛날의 맹세를,
내가 좋아한 맹세를!
아 나에게 대답해 주세요,
도취, 도취를 내게 부어 주세요,
아 내 사랑에 응답하여,
도취를 부어 주세요!

밀 이삭이 가벼운 미풍에
물결치고 서성대듯이,
체념하고 있던 내 마음은 그리도 그리운,
그대 목소리에 떨리고 있다!
화살이 죽음을 나르는 것보다 더 빠르게!
사랑하는 사람이 그대의 팔로 날아갑니다!
아 내 사랑에 응답하여!
도취(陶醉)를 부어 주세요!
내 사랑에 응답하여!



Filippa Giordano - S'Apre Per Te Il Mio Cuor


Filippa Giordano - S'Apre Per Te Il Mio Cuor

이 곡은 2막에서 델릴라가 자신의 집에 찾아온 삼손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곡입니다. 마음속으로는 증오를 담고 속삭이는 사랑이나 삼손을 love blind로 만들기에 충분히 감미롭고 달콤합니다.



Fillippa Giordano 란 스페인 출신의 팝페라 가수가 부른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는 다른 가수들의 버전과 달리 영상의 마지막에 나직이 또한 아주 간절하게 외쳐 부르는 삼손.....! 삼손.....!!

이 부분을 리코딩에 넣었습니다.

그 작은 차이는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깊이가 없고 가볍다는 클래식계 한편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버전에 가장 끌리게 만들었기때문입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 정말 델릴라는 삼손을 증오만 한 걸까?'



미움 없는 사랑이 있나 애정 없는 미움만이 있을까

삼손은 힘을 잃은 뒤에 델릴라를 그저 원망만 했을까.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책 사랑의 역사에서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사랑의 행위 속에는 고문이나 외과수술과 아주 흡사한 것이 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란 노래가사를

뇌리에 새기고 있는 우리에겐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 구절일 수 도 있겠는데요.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과만 마주하는게 아니라 어릴때 부터의 자신과 자신의 여러 감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 감정이 항상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일수 없습니다. 태어나 초기양육자와 형성하는 애착의 정도와 그 사이의 때때로의 서운함, 자라며 여러대상에게 느끼는 결핍과 분노 서운함과 좌절감도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랑의 행위는 내 마음속 깊은 곳의 수많은 감정과 마주하게 되므로 아름답지만 때로는 아프고 괴로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랑하는 대상이 미워서 헤어졌다고 갑자기 그 사랑의 감정이 뚝 끊어져 그 이전의 잔잔하던

감정으로 되돌아가지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해서 행복했고 아팠고...

이별해서 아프지만 다시 행복해질테죠.....


그렇게 타인을 사랑하고 헤어지며

나 자신을 만나고 이해하고

성숙해가는거죠.


어둑한 저녁 한강변에 앉아  Giordano의 그대 음성에 내마음 열리고를 들으며 사랑의 무겁디 무거운 무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다시 한번 깊숙히 느껴봅니다.



Filippa Giord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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