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심리치유 에세이
당신만의 융은 어디 있습니까?
얼마 전 처음 만난 분과 둘만 길게 이야기할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본인의 직업과는 상관없지만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를 하시며 매일 밤 자기 전 인문학, 심리학 강의 동영상을 한두 개 정도 시청하고 잠자리에 든다라며 심리학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동영상 강의들이 너무 재미있다며 하나를 이야기해주십니다.
상대방: ㅇㅇ 대학교 ㅇㅇㅇ교수님의 강의였는데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 둘이 만나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효과가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 그렇구나 깨달았어요. 정말 맞는 말 같아요.
나: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 그 강의 내용처럼 그렇게 하실 거예요?
상대방: 글쎄. 심리학은 어느 정도 검증되고 과학적인 것 아닌가요?
저는 일단 그 분야의 전문가 말은 믿는 편이라, 신뢰가 가더라고요. 맞는 말이라 생각이 들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적용시켜볼까 해요.
나: 만약 나는 맞춰갈 생각이 없는데 그 상대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다면요?
당신을 알고 싶어 하고 노력하고 싶어 한다면요?
상대방: ..........
글쎄요.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이 대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세요?
인문학의 열풍을 타고 심리학이 좀 더 친근하게,
소프트한 얼굴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첫사랑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이고 내가 남자 어른에 불편한 이유는 어릴 때 아버지와의 가깝지 않았던 관계 때문이며 나의 고소공포증은 분명 어떤 근원이 있을 거야.
이제 웬만한 사람도 ~~ 효과,~~신드롬은 다 알고 있으며 그것에 맞추어 자신을 분석해보기도 합니다.
심리학은 인간을 위한 인간에 대한 학문입니다.
우리가 가진 사고와 상처와 치유를 찾고자 시작된 학문입니다.
모르던 자신과 인간에 대해 알게 되고 생각하고
배우고 삶에 영향을 주어 살아간다면 심리학은 여러분의 삶에 좋은 양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빠지지 말아야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프로이트가 없었다면 _________도 없었다
빈칸의 답은 융입니다. 프로이트라는 위대한 선구자가 없었더라면 그의 이론과 가설에 빠져 공부하고 함께 연구하다 그의 가설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이론을 주창한 융도 없었을 것입니다.
____________가 없었다라면 융도 없었다.
여기에서의 답은, 프로이트가 아닙니다.
무엇일까요? 우리에게 융을 데려다주고 쏟아지는 정보 속에 사는 우리 삶에 must-have 아이템인 이것은?
그 교수님의 강의 내용이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 심리학을 접하는 사람이 전문적인 심리학자의 말에 설득당하고 맞는구나라고 무릎을 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그 이론을 자신의 삶에 적용한다면
ㅇㅇ대학교 ㅇㅇㅇ 교수 등등의 타이틀보다는
일단은 생각을 해보길 권합니다.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정보에 대해서도,
오히려 훨씬 더 많이
비판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과연 그럴까?
아닌 것도 같은데?
다른 학자들도 같은 의견일까?
현재 논의중이구나....
융이 프로이트를 처음 만났을때
그는 융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19세의 나이 차이에도 함께 여행을 하는 친구로
공동연구자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융은 프로이트의 이론들 중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겨났습니다. 특히 정신분석학의 근간이 되는 리비도와 근친상간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었도 그들의 결별 후 융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부정합니다.
그 후 심리학계에서 융의 업적과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너무나 확고하지만 프로이트을 만난 초창기 시절의 융에게 프로이트는 '내가 여태까지 만났던 사람 중에서 정말 뛰어난 최초의 사람'이란 말로 표현될 정도의 엄청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프로이트가 융을 우리에게 데려다주었듯
우리가 어느 누군가의 이론과 강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미래의 융은 만날 수 없게 됩니다.
윗글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분도 어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분이었습니다. 나의 분야가 아니니 그 분야의 전문가의 말을 신뢰한다는 원칙하에 나눈 이야기였지만 대화를 끝내고 되돌아서며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의 생각의 길을 그대로 따라 걷지마라!
정보의 폭우.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폭우 속에 살고 있습니다.
심리학뿐만 아니라 베스트셀러 순위는 트렌드처럼 바뀌어가고 무심코 집어 들어 나도 그 책을 순위에 머무르게 동조합니다.
각계 전문가들의 강의와 책, 온라인 집필이
매일매일 피할 수도 없이 내 눈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많은 책과 블로그에서 ~해라 ~해봐라
당신이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때문이다
아주 명확한 어조로 단정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설득력의 수치는 점점 세져 그렇게 살아야 잘 사는 것 같아 보이는 처세술, 실용서적이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정적인 표현에 좀 더 신뢰감을 느끼고 ~일 것 같다는 표현은 비전문가구나 라는 생각을 하죠.
~해야한다라고 주장하는 전문가, 심리학 서적, 강연의 내용을 무조건적으로 그냥 다 수용만 하고 있지는 않나요?
거기에 관심 있는 일반일들이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써 내려갑니다. 그러면 헤아릴 수조차 없는 정보의 폭격에 강타당한다고 해도 맞겠죠.
많이 읽으세요.
그리고 꼭 생각하세요.
이 정보들은 맞을까?
내 경우에는 어땠지?
내 삶에 적용시킨다면 괜찮을까?
백발백중 대답은
' 머리 아파.... 모르겠다' 일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무심코 당신의 뇌 속에 심리 속에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보의 안전망에 걸러본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본 것 중 몇 가지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떠오르고 궁금하게 하고 당신을 컴퓨터 앞에 앉히고 책을 읽게 만듭니다.
그러면 당신은 더 깊은 사고로 들어가고
자신만의 결론에 도달하며
어떤 깨달음을 얻습니다.
어느 날은 친구에게 조심스레 말해보게 됩니다.
친구가 말도 안 된다고 해서 의기소침해질지 몰라도
그렇게 쌓아가는 비판적 사고의 틀은
당신 정신을 강화시켜줍니다.
창의적이 돼라
자신의 의견을 말해라
똑같은 숨 막히는 정적 속 교실에서 교육받아온 우리가 힘들어하는 이것들의 도화선은 생각, 즉 비판적 사고입니다.
일단 네 ~ 하고 받아들이는 교육에서 창의적인 나만의 의견이란 없으니까요.
그 정보를 거름으로 당신이 더욱 생각해보고
당신의 고민과 사고에서 나온 의견을 가지세요.
자신의 의견으로 고민하지 않은 것은 진리가 아니라 그냥 정보일뿐임을 기억하세요.
과장해서 말해볼까요?
심리학을 너무 믿지 마세요.
칼 로저스도 융도 공격받기 십상이며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이 사람이 무슨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냐며 제 브런치를 나가버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