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움’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나다움, 너다움할 때 그 다움입니다. 특히 사이트 분석을 하면서 영등포다움, 서울다움을 대놓고 고민하진 않았지만, 중간정도 온 지금에서 돌아보니 우리는 각자 저마다 규정하는 사이트-다움을 바라면서 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참 어렵습니다. 거창하고, 공허한 목표는 피상적인 단계에서 머물러 버리니까요. 멋진 말과 진심으로 접근하더라도 결국 현실로 풀어낼 수 없다면 꿈과 같습니다.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낍니다. 전성기가 지나간지 꽤 된 바닷가 소도시. 역에서 고향에 오라는 관광 광고를 볼 때면 묘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애틋하면서도 짠하고 그래도 그래도 사랑하는 고향. 그런데 내가 고향을 사랑하는 구석은 여행객들이 쉬이 느끼지 못하는 것일 텐데. 하면서 뒤돌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무언가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고향이 제법, 멋져지고 있는거에요. 시청주도로 행하는 사업이 어디까지 미치겠냐 우습게 봤던 터일까요 아니 고향다움을 부정하는 것으로 도시를 보면서 텃세를 부렸던 것 같습니다. 오래된 근대유산단지가 정비되고, 곳곳에 작은 가게들이 생기고,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이 데이트를 느긋하게 즐기는. 옆에는 부모님 뻘의 분들도 거니는 거리로 어느새 변했더라구요. 슬쩍 들어간 작은 와인바에는 멋진 사장님이 계시고, 독립 서점에는 지역 예술가가 책방지기를 하듯 사람들의 변화 또한 눈에 보였습니다. 작은 가게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주차문제 때문에 보행과 차가 섞여 위험하던 작은 길들은 보행자우선구역으로 바뀌어 주차는 줄어들고 차들도 느릿하게 다녀 걷기 편안하게 되었습니다. 비단 길과 건물경관 가이드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이를 지지하는 정책과 하고자 하는 시민들과 무엇보다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가꾸기에 지속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토박이의 인정을 받은 변화가 되었으니 성공한 셈입니다.
~다움이 어려운 이유는, 내가 이 도시에서 바라는 소망과 현실 프로세스가 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체계적으로 접근하더라도 도시라는 것은 건축과는 또달라서 변수가 다른 차원으로 너무나 많습니다. 자료에서 말하듯 한걸음 떨어져서 다시 우리의 방향을 점검하고, 해결책을 검토하고. 새로운 인사이트가 등장하면 다시 분석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그렇게 나선형으로. 도시설계를 하면 선형적인 프로세스가 아니어서 제대로 가는게 맞나 스스로가 의심스럽습니다. 그래 인간세상이 어디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았듯이 이렇게 다들 설계를 해나가고 있구나 하는 위로도 받으면서요. 설계의 끝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손과 발이 또 그들에 맞게 ~다움을 만들어갈 테니까요.
2023. 11월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