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조각케이크, 콜라주.. 그래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거대한 조각케이크 위를 걸어다니는 것 같다고, 친한 친구와 서울 도심을 산책하다 나온 말이었습니다. 작은 한옥길 사이를 다니며 요밀조밀 다니다가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니, 고층 오피스 타운이 나오고, 또 건너니 청계천이, 옆을 보면 긴 평화시장 같은 큰 스트럭쳐가 보이는 풍경. 어렸을 때 먹던 제 각각의 조각이 합쳐져 만들어진 하나의 케이크 같았습니다.
특히 종로처럼 기존의 가로망 위에 도시화에 따라 이어진 방사형과, 대규모의 격자형 가로는 비단 걸어다닐 때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도 색달라, 도시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외국인 교수님께 왜 한국에서 연구를 하고 계시나 여쭈었을 때 ‘서울에는 세계에서 보이는 타이폴로지의 단지’들이 다 보인다고, 도시 박물관이다고 말씀하셨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강남가로처럼 계획시켜 쫙 뻗어나가는 가구형태여도, 도로와 인접해 있는 모습은 처음의 계획과 비슷할지라도, 안의 거리의 분위기는 퍽 달라졌을 겁니다. 개인 소유의 필지에 돈과 의지만 있다면 비교적 쉬이 변화시킬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가구 사이로 들어가 골목길-블록 내부의 길-을 따라 걷다보면 필지마다 작은 공사들을 하고 있지요. 같은 껍데기에 안을 바꾸기도, 아예 무너뜨리고 새롭게 만들기도 하면서요. 우리가 중세유럽도시 산책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이유를 자료에 따른 형태논리로 분석해보면, 보행위주의 플로우, 한정된 기술로 인한 통일된 재료와 건축물의 패턴, 돈이 있다고 마냥 크게 짓는게 아닌 계급과 구역의 사회적 통제가 지금보다 엄격했던 결과물로 분석할 수 있겠습니다. 흐름, 프로그램, 밀도부터 그에 따른 토지이용도 고민하고, 건축물 가이드라인, 필지 구획, 그 외에 사이트 특징에 맞는 무수한 요소들이 서로 연관되어 도시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이는 분위기의 일부를 구성하게 됩니다.
도시형태론에서 논하는 도시의 하드웨어 외 주목해야 할 것은 나머지 조각은 소프트웨어인 ‘도시의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개발에서 아쉬운 부분이 이 지점입니다. 신도시의 계획과 기존 도시의 부분개발 혹은 대규모 개발을 대하는 태도에서 느껴지는 태도가요. 환경가치를 살린다고, 공원을 만들고 녹지와 연결 시키지만 그 방식조차 초록을 하나의 인프라로 보면서 심는 방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노후화된 시설을 재생시키기도 하지만, 사업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지우고 새로운 것을 짓는 계획들이 많습니다. 도시계획이라는 건 큰 규모의 시간과 건축외의 요소들이 얽혀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은지, 그에 맞는 형태는 무엇인지 고민이 함께 가야 더 맛있는 조각케이크로서의 서울이 만들어질 텐데 말이죠.
2023. 09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