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찬결 Nov 07. 2024

교토와 서울의 분위기


 지난 겨울 한 달 동안 교토에 머물렀습니다. 바로 옆 나라이지만, 도시 분위기가 참 많이 달랐습니다. 도시 지도를 보면 교토의 역사가 가늠이 될 정도로 전통적인 맥락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강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절과 같은 종교적 구역, 강의 서쪽에는 왕이 살던 구역으로 도시가 계획되었지요. 지금은 왕도, 불교도 옛처럼 강하지 않지만 현재와 자연스레 섞여 고유의 고즈넉한 이미지를 자아냅니다.

교토의 강 동쪽 주거지 골목
강 왼편의 도심 블럭 안쪽
강 동쪽에 비해 용적률이 높다

 단순히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닙니다. 특히, 현대 도시가 쉬이 갖기 힘든 분위기라는 것은 도시가 사람이 만들어낸 비인격적인 힘이라는 말을 증명합니다. 당시와 지금을 잇는 같은 재료나, 불편함에도 상상력을 불어일으키는 옛 골목길이나, 무엇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전통을 이어나가는 교토의 사람들을 보면서 여행자로서 그 도시를 사랑하게 되더군요. 물론 재개발도 이뤄지고, 슬럼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도시 전반적으로 일정한 계획에 맞춰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뾰족한 구석이나, 불필요하게 화려한 구석은 비교적 없는 편입니다. 여러번 가보면 더 많은 것을 보고 이 생각도 바뀔 수 있겠지만요.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인가에 대해 특히 이번 학기는 서로에게 많이 물을 텐데, 한 건축가는 이리 말하더군요. 도시의 시학이 살아있으면 좋겠다고요. 도시 자체가 오랫동안 이야기가 되어 사람들을 만들어가는 힘인 분위기는 우리 시대의 도시에서 어떻게 발화될 수 있는지 상상해봅니다. 한국 도시는 또 우리를 닮아서 급진적인 때도 많지만, 사람냄새가 나고, 해학적이면서도, 모순적인 부분도 참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유교라는 철학으로 서울을 지어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물론, 경복궁과 광화문을 둘러싸고 잘나가는 금융기업의 본사나 언론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때와 지금의 가치는 많이 변했다는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우리는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 광화문 광장에 모이고 양반들만 살던 구역에서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인공적일지라도 청계천을 따라 밤문화를 즐기는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비엔날레(2023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미래도시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인간이 작동시킨 비인격적인 힘에 굴복하고 이 도시를 살아갈 것이냐?”동양 철학에서 자연을 다루는 방식과 서양 철학에서 자연을 다루는 방식 차와 같다고 느껴집니다. 자연을 정복하고 이겨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그 들과 다르게 우리는 이 비인격적인 힘을 인정하고 치열하게 때로는 여유를 가지고 실험하며 미래를 그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2023. 09 기록

작가의 이전글 ‘서울’ 도시의 이면, 사라진 공간과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