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는 새벽맘 Sep 13. 2022

워킹맘의 유치원 소풍 도시락

폭풍전야..

첫째 아이가 유치원 입학하고 첫 소풍을 간다.

대망의 디데이는 추석 연휴 끝나고 등원하는 바로 그 첫날..


소풍 동의서가 집으로 온 날부터였다.

“엄마, 엄마~~~ 여기다 동그라미만 하면 돼..!!!”

직접.. 동그라미를 치는 패기..

(너.. 나중에.. 성적표에.. 네가 맘대로 엄마 도장 찍어가거나 그러진 않을 거지.. ㅡㅡ;;;)


그때부터 소풍 가려면 몇 밤 자야 하냐, 도시락 진짜 맛있는 거 싸줘야 한다는 둥.. 기대에 한껏 부풀어 올라있었다.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딸아이의 설렘은 폭발 일보직전이었고.. 나의 부담감은.. 그야말로 폭풍전야였다.


그 옛날.. 첫째가 두 살 때 어린이집에서 생애 첫 소풍을 갔더랬다. 그때 첫째는 소풍이 뭔지 천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나는 휴가까지 내가며 김밥 도시락 싸서 함께 소풍 갈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이 입에 쏙 들어갈 작은 김밥을 싸느라.. 온갖 고생을 했는데..


딱.. 반응이 이랬다. 두어 번 씹다가 뱉어버렸다

“아가야~ 맛없어???” 묻기가 무섭게 바로

“어!”라고 대답했던 그날..

“ㅠㅠ”

나는 울었다.

(근데.. 지금 다시 영상을 돌려보니.. 김밥.. 내가 봐도 진짜 맛없어 보인다.. 천하의 X손 같으니라고..ㅡㅡ;)


그래도 기왕 쌌으니 소풍 갈 때 챙겨갔는데

옆에 친구가 싸온 주먹밥만 얻어먹고 온 처참한 기억이 있다.


이제 소풍이 뭐고, 도시락이 뭔지 아는 여섯 살.

구체적으로 도시락 메뉴를 정해준다.


김밥 말고 주먹밥이랑 비엔나 소시지.


그래도.. 소풍 도시락인데 그냥 주먹밥이랑 비엔나 소시지는 좀 그렇잖아..라고 생각하는 엄마 의견에

“괜찮아. 김밥 말고 주. 먹. 밥이랑 비엔나 소. 시. 지!”


그래.. 알았다.. 주먹밥이랑 비엔나 소시지..

쉬운 거 얘기해줘서 고마운데.. 왠지 그냥 주먹밥이랑 비엔나 소시지만 싸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엄마 마음을 짓누른다.. ㅡㅡ;;


기어이.. 연휴 마지막 날.. 꿈을 꿨다.

소풍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만들려는 것마다 재료가 하나씩 없는 거다. 결국 꿈에서 나는 소풍 도시락을 하나도 싸지 못했고 회사도 지각을 했다. 그때 어렴풋이 첫째 아이가 우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아침에 일어나 신랑에게 소풍 도시락의 부담이 얼마나 큰 지 악몽을 꾼 이야기를 해줬다. 그랬더니

“첫째도 새벽에 무슨 꿈 꾸는지 울던데.. 엄마가 소풍 도시락 안 싸준 꿈 꾼 거 아이가..?!”

하는 것이 아닌가.. ㅡㅡ;;;


내 꿈이 동기화.. 된 것인가..???

(설마.. 그럴 리가.. 첫째가 일어나고 무슨 꿈 꿨나 물으니 기억이 안 난단다.. 다행.. 인가..???)


결국 소풍 당일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주먹밥과 비엔나 소시지 반찬 도시락을 쌌다.


X손인 워킹맘의 사랑이 담긴 도시락이다. 이 정도는 해줘야 소풍 도시락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 좋게 도시락 뚜껑을 열고 맛있게 먹고 재밌게 놀다 오렴~


사랑한다 내 딸~^^


난 지금 무사히 출근 중이다. 유치원 소풍 도시락을 싸기 위한 폭풍전야는 무사히 지나간 걸로..^^

작가의 이전글 지금, 엄마가 온 우주인 내 딸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