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를 믿어야겠지요
아이들 아토피 치료에 있어 필수는 흔들리지 않는 부모의 굳건함이라고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나도 수없이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아이들 약 복용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을 괜찮다는 말로 진정시켰지만 그 불이 나에게로 옮아왔다. 늘 괜찮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위기는 치료를 시작한 지 딱 1년 6개월 만에 찾아왔다. 약을 계속 먹이고 있지만 계절 탓인지, 음식 탓인지, 환경 탓인지(우리 아이들의 특별히 심각한 음식 알레르기는 없는 상태다.) 컨디션에 따라 꾸준히 좋고 나쁨이 반복되었다.
피부상태가 좋을 땐
‘지금 피부 많이 좋아졌는데 이제 좀 약을 끊으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고, 상태가 나빠지면
‘약을 계속 먹고 있는데도 나빠지는데 이 약이 효과가 있는 것인가? 먹으나 마나 소용없는데 그만 먹이고 싶다!‘
는 속삭임이 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고 있었다.
결국.. 아이들의 상태가 좋아졌던 그때, 나는 임의대로 먹는 약을 줄였다. 약을 먹어도 심해질 땐 심해지니, 심해지면 연고만 발라서 관리해야겠다 생각했다. 상처가 감염되면 안 되니 연고는 그때 그때 써야 할 것 같아서 내 경험을 토대로 그렇게 판단했다. 약을 줄인다는 것 자체가 내게 큰 모험이자 위안이 되었다.
이렇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약을 줄인 결과는 처참했다. 아이가 밤에 긁느라 잠을 자지 못했다. 결국.. 한 달도 채 되기 전에 명의가 처방한대로 복약지시를 다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불안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첫째는 특히 손의 아토피가 심하다. 손은 정말 깨끗해졌다는 상태를 못 본 지 거의 3년 된 거 같다. 그래서 임의대로 약을 끊었던 그즈음.. 피부과 명의를 찾아갔다. 지금껏 다니던 곳은 소아청소년과의 소아아토피를 잘 보시다는 선생님이었기에 아예 잘 본다는 피부과에 진료 예약을 하고 가봤다.
서울대를 졸업하신 피부과 전문의이신 명의는 우리 아이들 얼굴을 보자마자
“오 마이갓! 이 아이들 엄청난 앨러지 체질입니다! “
라고 경고 같은 선포를 하셨다.
첫째 아이의 손은 한포진이라 진단 내리며 보통 15세 전에는 한포진이 안 오는데 이렇게 어린데 한포진이라며 놀라워(!)하셨고, 그 반응에 나는 절망했다.
진료가 끝나고 처방전을 받아 나온 나는, 차마 약을 받으러 약국에 가지 못했다. 한눈에 봐도 너무 많은 종류의 처방약과 용량. 먹는 약은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먹던 약 종류의 3배에 먹는 용량도 3배 이상이었다. 그 자리에서 약들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바르던 스테로이드 연고 등급은 4,5등급이었는데 피부과에서 처방된 스테로이드는 1,2등급짜리였다. 차마.. 이 약들을 먹이고 바를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난 두 번의 KO 패를 당하고, 새벽에 달려가 처음 만나 뵈어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의 진료를 부탁드리고 있는 명의에게로 돌아갔다. 명의 선생님께 이실직고했다. 피부과에 가봤더니 첫째 손이 한포진이라더라. 한포진 찾아보니 낫기 힘들다던데 어떡하냐.. 울먹거리기 일보직전이다.
명의께서 말씀하셨다. 손에 발현되는 아토피는 한포진이랑 비슷해 보일 수 있다고. 우리 첫째는 한포진이 아니니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하면 된다고.
아토피를 온전히 치료하려면 내가 선택한 의사 선생님을 믿어야 한다. 반드시 우리 아이들의 아토피를 고쳐주실 거란 믿음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의 몸과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