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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삼 Aug 27. 2024

자기소개서 가이드
3.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하나요?

직무 적합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글은 취업시트를 작성한 뒤 스펙을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을 위한 글이다.

스펙이 충분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어떤 내용이 자기소개서에 들어가야 할지를 위주로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스펙에 대한 흔한 편견

SNL "면접전쟁"이라는 편이 있다.

극 중에서 면접자들은 면접에 합격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스펙을 자랑한다.

본 적 없다면 보고 오자. 재미있다.

"아니 X발 무슨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가 인상적이다.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SNL+%EB%A9%B4%EC%A0%91%EC%9D%B8%ED%84%B4

출처 : SNL, 면접전쟁 편


과장과 풍자가 많이 들어가 있지만,

SNL "면접전쟁" 편은 스펙에 대한 흔한 오해와 편견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무직 지원자가 도대체 제과제빵 자격증과 스킨스쿠버 자격증은 왜 가지고 있으며, 무슨 쓸모가 있을까.


이런 편견은 모두 "채용은 잘난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라는 오해에서 생겨난다.

잘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스펙을 수도 없이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직무 적합성에 대한 기업의 인지도가 높지 않아, 무분별한 스펙 경쟁으로 사람을 뽑기도 한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더 이상 무분별하게 스펙만 쌓은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앞선 글(https://brunch.co.kr/@oksam/13)에서,

오늘날 채용의 목적은 장기근속자의 선별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내가 장기근속자임을 알리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스펙을 준비해야 할까?



- 채용을 해보자

어떤 스펙이 필요할지 알기 위해서는 채용을 해보는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자, 우리가 개를 여섯 마리쯤 키우고 있다고 가정하자.

귀여운 골든 리트리버부터 셰퍼드, 허스키...

이래저래 시간이 나지 않아 매일 산책도 하고 놀아도 주는 펫시터를 고용하기로 했다.

당근알바 구인공고를 올리고, 어떤 사람을 뽑을지 기준부터 만들기로 하였다.

고민하다 보니 다음과 같은 5가지의 기준이 세워졌다.


1. 직무 관련 지식 : 일단, 개를 돌보는 데 필요한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2. 직무 관련 능력 : 지식을 행동과 결과로 옮길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개에 대해 아무리 잘 안다고 해도,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개를 똑바로 돌볼 수 없다.

3. 직무에 적합한 인성 : 개에 대해 아무리 잘 알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인성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우리 소중한 멍멍이들을 맡길 수 없다. 성인군자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개들을 맡길 수 있을 정도의 성실성과 인성이 필요하다.

4. 근속성 : 펫시터가 자주 바뀌면 개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적어도 반년 이상 꾸준히 맡아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5. 특이사항(인재상) : 왜인지 우리 개들은 뱃살 나온 사람을 잘 따른다. 지원자가 배가 나온 사람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기준을 만들고 보니 2명의 지원자가 이력서를 보내왔다.

이력서에 적힌 지원자의 특이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A.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6개 국어 가능, C++ 프로그래밍 가능, 정보처리기능사

간단한 소개 : 개를 정말 좋아하고, 펫시터로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B. 고졸, 펫시터 경력 3년, 펫시터 플랫폼 평점 4.6/5.0, 강아지 2마리 키우는 중

간단한 소개 : 강아지 전문 펫시터로 활동하고 있고, 우리 개들과 같이 산책시키면 좋겠네요!


당신이라면 누구를 당신의 펫시터로 고용하겠는가?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겨보자.


A 지원자의 경우, 스펙과 소개를 통해 기준에 적합한지 잘 알 수 없다.

A 지원자는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할 만큼 지적인 사람이며, 6개 국어를 할 수 있고, 프로그래밍 능력까지 있으니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직무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개를 좋아하긴 하는 모양이지만, 우리 개들을 잘 돌보아 줄 것이라고 전혀 확신이 들지 않는다.


B 지원자의 경우, 스펙과 소개를 통해 기준에 적합한지 많은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강아지 전문 펫시터로 3년 활동해오고 있으니 지식이 충분할 것이고,

플랫폼 평점이 좋은 것으로 보아 펫 시터로서의 능력과 인성도 출중한 것으로 보인다.

본인도 개를 2마리 키우고 있으니 꽤 오래 펫시터로서 일해줄 수 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배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면접 때 확인하면 될 일이다.

A 지원자에 비해 경영학과 언어적 지식은 많이 부족하겠지만, 우리 강아지 여섯 마리는 확실히 잘 돌봐줄 것이다.


경험적으로도, 기준에 따라서도 B 지원자를 뽑는 것이 합리적이다.

B 지원자가 펫시터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시 말해 직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의 직무 적합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고 고용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너무 극단적이라고? 맞다.

직무 적합성의 중요도를 알기 위해 극단적인 예시를 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하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 중요한 건 "직무 적합성"이다.

우리가 B 지원자를 고용한 이유는 그가 펫시터로서의 경험, 다시 말해 직무 경험을 가졌기 때문인가?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우리가 B 지원자를 고용한 이유는, 그가 직무 적합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직무 경험이 있어 직무 적합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뿐, 직무 경험이 있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쉬운 이해를 위해, 마침 새로 지원한 C 지원자를 A 지원자와 비교해 보자.


A.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6개 국어 가능, C++ 프로그래밍 가능, 정보처리기능사

간단한 소개 : 개를 정말 좋아하고, 펫시터로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C. 인하대 사회학과 졸업, 반려동물관리사 90일 과정 수강, 군견병 경험, 알바 경험 다수

간단한 소개 : 집 근처에서 꾸준히 할 일을 찾고 있습니다. 개를 좋아해서 펫시터를 해보고 싶습니다.


C지원자를 기준에 따라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다.

반려동물관리사 90일 과정을 수강하였으니, 개를 돌보는 데에 필요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학습한 기간이 길지 않으니 △로 평가하였다.

군견병으로 복무했으니 개를 돌볼 능력도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여섯 마리를 잘 돌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어 △로 평가하였다.

알바 경험이 다수 있으니 성실하다고 추측할 수 있고, 집 근처에서 꾸준히 할 일을 찾고 있으니 반년 정도는 근무해 줄 것이다.


C 지원자는 펫시터로서 일을 해 본 적이 없지만, A 지원자보다는 근무할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직무 경험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직무 적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B 지원자보다는 부족하겠지만, 사실 B 지원자는 경력직으로 분류해야 한다.

기업들이 신입을 채용할 때 절대 B 지원자 정도의 수준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교육의 봄" 재단법인에서 스펙에 대한 취준생과 인사담당자의 인식 차이를 조사한 내용이다.

(https://blog.naver.com/bomedu2020/223500899773)


취준생들은 96%가 인턴 경험이 채용에 큰 의미를 가진다고 응답한 반면,

인사담당자들은 4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 취준생들은 자격증과 영어 성적이 각각 94%, 92% 큰 의미를 가진다고 응답했지만,

인사담당자들은 54%, 4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취준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스펙의 유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인턴 경험과 자격증이 취준에서 중시되는 이유는 인턴 경험과 자격증 자체가 의미를 가져서가 아니라,

인턴 경험과 자격증이 직무 적합성을 증명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처음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스펙이 가지는 의미보다는 스펙의 유무 그 자체에 몰두하게 되곤 한다.

취준을 할 때 일단 취득하는 컴활 자격증있으면 좋은 이유는 자격증 자체가 의미를 갖기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무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엑셀 사용 능력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직무에 적합한 사람이 부적합한 사람보다 적응해서 일할 것이라는 사실은 당연하다.

우리가 채용을 하며 느낀 것처럼, 직무 적합성을 자기소개서에 담을 수 있다면

내가 장기근속자이며 기업에 잘 적응해서 일하리라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는 직무 적합성이 핵심 내용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하나요?

자, 이제 우리는 자기소개서를 통해 나의 직무 적합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다시 취업시트로 돌아가서, 내 수상 내역과 활동들을 살펴보자.

내가 가진 스펙들은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에 적합한 지식, 능력, 인성 등을 보여줄 수 있는가?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직무와 관련된 스펙은 그 범위가 생각보다 정말 넓다.

인턴처럼 직접적으로 강하게 관련된 경험도 있겠지만, 다양한 다른 경험들도 직무와 관련지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튜어디스(항공승무원)에 지원한 어떤 친구의 경우,

직무에 반드시 필요한 특징을 "능동성"으로 잡고 과거 영화관에서 알바를 하며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을 그 소재로 삼았다.


잘 생각한다면, 내가 가진 경험과 활동들을 직무 지식, 능력, 인성으로 나누어 어떻게든 직무와 연관시킬 수 있다.


가령 전자전기공학부 학생이 반도체 엔지니어 직무에 지원한다고 한다면,

직무 관련 지식은 학과에서 배운 전공 지식과, 학교에서 취득한 기사 자격증 등으로 보여줄 수 있다.

직무 관련 능력은 실습 프로젝트 경험 등으로 보여줄 수 있다.

인성은 동아리, 학회, 알바 경험을 통해 성실함이나, 창의력 등을 보여줄 수 있다.


직무와 관련지을 수 있는 경험들을 먼저 최대한 관련지어 보자.

위 전자전기공학부 학생처럼, 학과에서 진행한 수업과 프로젝트로 직무 적합성을 쉽게 나타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 스펙들이 직무 적합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부족한 적합성을 채워주어야 한다.


철학과 학생이 무역상사 경영 직무에 지원한다고 한다면,

전공이 다르니 경영 관련 지식을 가졌음을 보이기 위해 재경관리사 자격증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직무 관련 능력은 경영 전공과목의 팀플 경험 등이 있으면 좋겠다.

사무직 근무는 성실성과 책임감을 높게 치니, 단체의 장을 맡은 경험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가진 활동들이 직무 적합성이 충분한지 판단하고,

부족하다면 어떤 스펙들이 직무 적합성을 나타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직무를 먼저 정하자.

효율적으로 직무와 관련된 스펙을 만들고 활동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직무를 먼저 정해야 한다.

직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희망 직무를 정해보자.


직무에 대한 정보는 기업 채용 사이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으며,

필자는 처음 직무를 정할 때 봤던 농심그룹의 직무소개가 기억에 남아 있다.

(https://recruit.nongshim.com/personnel/duties/index)


긴 글 읽느라 정말 고생했다.

처음 취준에 뛰어드는 사람이라면,

직무를 정하고 직무에 대해 알아본 뒤 수상내역/활동 등을 최대한 관련지어 보는 것이 이번 글의 숙제다.

다음 글에서는 직무와 기업을 더 자세히 분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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