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으로 오랜만에 나온 나는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평일 오전에도 회사 밖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거의 없을 줄 알았던 지하철은 여전히 붐볐고 쇼핑몰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생각이 있었다.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하는 걸까? 가족이 벌어주는 걸까? 아니면 애초에 여유 있는 환경에서 태어난 걸까?’
두 번째는 내가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회사 다니던 시절엔 퇴근 후 몸을 씻고 침대에 누워 그대로 잠들기 일쑤였고 주말엔 거의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한 번은 동료가 이렇게 물었다.
“주말엔 뭘 하고 지내요?”
“집에 있어요.”
“한 번도 안 나가고요? 금요일에 들어가서 월요일에 나오는 거예요?”
그 동료의 커다란 눈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맞다. 나는 주말 내내 집에 붙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퇴사 후 조용한 공원을 걷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 사는 게 정말 사람답게 사는 거구나.’ 싱그러운 나무들 사이를 어떠한 압박도 없이 걷는 그 시간이 내게는 진짜 행복이었다.
세 번째는 회사 밖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엔 미처 보지 못했던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용실에서 염색약을 바르며 “금방 끝나요”라고 웃어주던 미용사, 집 앞 마트에서 포인트 적립 여부를 묻는 점원,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하고 불러주던 카페 사장님. 회사 안의 사무실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이런 깨달음들이 나를 드라마틱하게 바꾸거나 다른 방향으로 이끈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넓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앞으로는 현실에 갇히지 않고, 더 많이 보고, 더 다양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그 시작을 이렇게 조용한 쉼에서 배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