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직장 생활을 끝내며

by 걱정인형

한 직장에서 8년쯤 되었을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걸까.’


명확한 이유나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현실에 안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연차와 직무에 맞추어 이력서를 정리하고 이직을 준비해 봤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준비되지 않은 마음이 이력서에도 드러났던 걸까. 밑바닥을 들킨 기분이었다.


‘나는 아직 다른 곳으로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가 보다.’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2년이 더 흘렀고, 결국 10년이 되었을 때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도 나는 가끔 프리랜서 일을 하며 ‘다른 방식으로 일해볼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하지만 회사 업무와 병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그 시도들은 늘 완전히 이어지지 못한 채 멈춰 서곤 했다.


‘회사 일만 하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내 일에 시간을 써야 한다.’

‘삶을 바꾸려면 도전이 필요하다.’


비슷한 메시지의 영상들이 알고리즘을 가득 채우던 시기였다. 나도 어느새 그 삶을 따라가고 있었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변하는 것은 없다는 말에 기대어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조금 더 이유를 보태자면 나는 회사 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던 사람이다.

디자인이 재미있던 시절엔 업무가 즐거웠고,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큰 만족을 느꼈다.

하지만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일이 더 몰리는 구조 속에서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랐다.

아마 번아웃이었을 것이다.

좋아했던 일이 버거워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목표는 흐려졌고 머릿속은 갈 곳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잠시 쉬는 것이 자신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믿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른두 살의 나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