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철학의 힘] 후기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 하는가? 한 번 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철학과 섞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
그런 내가 철학의 힘이라는 책을 읽고있다.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걸 배워서 뭐해?
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대학진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중국어, 가정수업, 도덕 등등 하지만 중국어는 취업당시 내 발목을 잡았고, 가정수업을 멀리 했던 결과로 나의 기본적인 가사능력은 바닥을 기었다.
쓸모없음의 쓸모있음
옜날에 A,B,C,D라는 네 가지 나무가 있었다. A라는 나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튼튼하고 몸통이 곧게 자라 최고급 가구를 만드는 목수들에게 인기가 많지!"
B라는 나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맛있는 열매를 많이 만들어주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아주 나를 좋아한다네!"
C라는 나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향기로운 예쁜 꽃들이 많이 생겨서 귀부인들이 나를 좋아해!"
D라는 나무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럴만도 했던 것이 D나무는 구불구불 자라고 껍찔도 딱딱해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던 나무들은 하나씩 사람들의 손에 베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D라는 나무는 끝끝내 아무도 베어가지 않았다. 어느날 D라는 나무가 덩그러니 자라고 있을 때, 사람드리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 이 나무 그늘 정말 시원하다"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의 우화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철학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철학을 단순히 밥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철학이 그다지 쓸모있는 학문은 아닐테다. 그래서 다들 쉬쉬하며 철학을 멀리한다.
하지만 철학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 이것을 알게 되는 사람들은 하나 둘씩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철학이 무엇인가... 왜 내가 아는 대단한 사람들 중 몇몇은 철학과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에서 시작하여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철학의 힘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목차를 보면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난제들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내용을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철학은 누군가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것에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 앞으로의 삶에 대한 혜안을 얻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철학을 배우기로 했다면 철학에 대해 비판을 가지는 것도 자유, 공감하는 것도 자유, 자신만의 생각을 적는 것도 자유다.
목차에 나오는 쉽지 않은 명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나라면 이렇게 할텐데"
"내가 저 상황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나는 어떠한 근거로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인가?"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등등을 생각하고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철학이란 그런 것인 것 같다.
한 번 읽었던 책인데, 다시 보니 또 생각이 달라져있다. 이전에 책을 읽으며 써놨던 내 생각과, 현재 쓰고 있는 내 생각이 다른 것을 보면서 신기함을 느낀다.
철학에 너무 빠져서 고지식하고 융통성없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사람은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굳건히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정체성이 단단해졌을 때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는 (철학의) 힘을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철학의 힘이라는 책을 한 번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렵게 쓰여진 책도 아니며, 어떤 부분은 재밌기조차하다.
재밌었던 부분 한 가지만 발췌해본다.
열 명을 살리기 위해서 한 명을 죽일 것인가
당신은 열 명을 살릴 수 있다면 한 명을 죽일 것인가?
만약 자신이 열차를 운전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정해진 노선으로 가던 와중 노선 길목에 버스가 한대 놓여있다. 버스에는 10명의 사람이 탑승해 있는 상태다. 이대로라면 버스와 열차가 충돌을 할 것이고 버스 안에 있는 10명의 사람은 아마 사망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노선의 방향을 바꿀 기회가 한 번 있다. 그 방향에는 한 명의 사람이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버스에 탄 10명의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기존의 운명(노선)을 바꿔 한 명의 사람을 죽일 것인가?
1분만 생각했다가 스크롤을 내려보시길 추천한다.
.
.
.
.
.
.
.
.
.
.
.
.
.
.
.
.
.
.
.
.
.
.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
10명의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1명의 사람을 '죽이기'로 결정하였는가? 안타깝게도 그 1명은 알고보니 당신의 가족 중 한명이였다고 해도 그 결정은 마찬가지인가? 당신의 어머니였다면 그 결정은 달라지는가? 참 어려운 난제다.
죽기를 내버려두는 것과 죽이는 것은 같은 것인가?
정해진 노선대로 간다면 버스에 탑승한 10명의 사람들이 죽게 내버려두는것이고, 노선을 바꾼다면 1명의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나는 10명의 사람을 죽게 내버려두기로 결정하였다. 어찌됐든 내가 노선을 바꿔서 1명의 사람을 죽게 한다면 그건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노선에 있던 10명의 사람들이 잘못 된 사람들이다. 어쩔 수 없다. 있어서는 안될 곳에 있었던 사람들을 위해 정해진 운명을 바꿔 1명의 사람을 살릴 수 없다.
"1명의 사람 역시 잘 못된 곳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정해진 노선대로라면 어쨌든 그 1명은 죽임을 당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 결정을 내렸지만 막상 그 상황이 된다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생각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휘회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