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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해밀 Apr 30. 2024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밤새 몇 통의 메일이 와 있다. 그중에는 예전에 즐겨 사용했던 온라인 책방에서 보낸 광고메일도 들어 있다. 뻔한 광고인 줄 알면서도 오랜만이라 메일을 열어 보았다. 알록달록한 표지, 구미가 당기는 제목, 읽어 보고 싶은 내용의 책들이 즐비하게 들어차 있다.

사랑을 책으로 배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젊은 날, 나는 책으로 허기를 달랬다. 소갈증 난 사람처럼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생각의 허기를 책을 읽으며 꾹꾹 눌러 담았다. 그때가 생각나 관심 가는 책을 클릭해서 열어보려다 그만두었다. 




© thoughtcatalog, 출처 Unsplash




이제는 책을 읽는 것이 편하지 않다. 눈이 많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나의 청춘과 생각이 영글고, 여무는 동안 눈은 깨알 같은 글씨를 밤낮없이 읽어 댔고, 수 십 년 밥 벌어먹는 동안 컴퓨터 모니터와 씨름을 했다. 직장도 정년이라는 것이 있는데 오랜 세월을 버틴 눈인들 어찌 지치고 힘들지 않았을까?

다 늙은 소처럼 내 눈도 늙었다. 호기롭게 지나간 길마다 남기던 굵다란 쟁기 자국을 늙은 소는 더 이상 그릴 수가 없다. 그저 그때를 더듬어 생각할 뿐이다. 먼 데 봄 아지랑이처럼 보일 듯 말 듯 아른거리며 왔다가 가고 나서야 아는 것이 "때"인 것 같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몇 시간이고 코를 처박고 책을 읽던 그때가 자꾸 그립다. 지나버린 그때가 오늘은 자꾸만 생각 난다. 헤어지고도 자꾸 생각나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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