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타고 있는 자동차 리콜 안내문을 받았다. 구입한 지 오래된 차를 새삼 웬 리콜인가 했는데 브레이크로 연결되는 전선의 퓨즈를 교체하는 비교적 간단한 사안이었다. 통지문을 읽다 보니 눈에 꽂히는 내용이 있었다. 이로 인한 화재 위험성은 거의 없지만 보다 더 안전을 위한 교체라는 내용이었다. 게으른 나에게 굳이 정비소를 가지 않아도 되는 좋은 핑계가 되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통지문을 버리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한 달 후 2차 안내문이 왔다. 이번에는 내가 의지(?) 했던 그 문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수리를 꼭 받아야 하나?' '전에는 꼭 안 받아도 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여태껏 타도 문제없었는데 별문제야 있겠어?'
창밖으로 느껴지는 뜨거운 햇빛에 나갈 엄두도 못 내었는데 사라진 그 문장 하나로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까이 해당 차량의 공식 정비소가 있어서 부랴부랴 알려준 대로 앱을 깔고 예약 신청을 했다.
그런데 이미 8월에는 풀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9월 초에는 이사를 가야 해서 이사 간 지역으로 예약을 하려니 적당한 날짜가 9월 중순이나 되었다. 그것도 집에서 30분이나 걸리는 곳에 정비소가 있다. 5분 이면 되는 지금의 정비소를 두고 게으르게 머리만 굴린 탓이었다. 그동안 많은 시간 놔두고 이사를 코앞에 두고 이 무슨 난리 법석인가 했다.
막상 수리를 하려고 마음을 먹고 나니 9월까지 기다리는 것도, 멀리 있는 정비소를 가야 하는 것도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아 당장 근처에 있는 정비소에 전화를 했다. 예약은 하지 않아도 시간 여유를 가지고 아침 일찍 와서 기다리거나, 접수해서 맡겨 놓았다가 오후에 찾아가면 된다는 것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처럼 서둘러 세수를 하고 정비소로 달려갔다. 일찍 서둘렀는데도 벌써 많은 차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친절한 정비 기사가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소요될 거라고 해서 기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