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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해밀 Sep 20. 2024

돌멩이를 치우며......




오랜만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다. 제일 가까운 극장이 자동차로 달려 30여 분 걸리는 곳에 있다. 누르고 있던 비교가 슬그머니 고개를 쳐든다. 오른쪽으로는 걸어서 15분, 왼쪽으로는 버스나 지하철로 10분이면 충분한 곳에 극장이 두군데나 있던 먼저 동네에 비하면 이것은 거의 짧은 여행(?) 수준이다.

평소 아트 하우스에서 즐기던 영화는 이제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일반 상영관에서 모처럼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 극장을 찾을 구실이 있었다. 그동안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누렸던 편리함의 가치를 잘 몰랐던 것 같다. 너무 익숙하고 그 익숙함이 오래되어 당연한 줄 알았다. 









떠나오기 불과 얼마 전부터 조금씩 느꼈지만 그동안 이곳으로 이사 와서 직접 실감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고 막연한 생각보다 훨씬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완벽한 선택이나 공짜는 없는 것 같다. 하나를 선택하면 내 손에 쥐고 있는 무언가를 반드시 내놓아야 하는 이 얄짤없는 삶의 거래가 지금은 야속하다. 아직은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만큼 내게 여유가 없어서 일 것이다. 

갑자기 계산을 한다. 이곳으로 오면서 내어 주고 받은 것은 무엇인지, 빼앗긴 건 없는지, 혹은 당당하게 거머쥔 것은 무엇인지 손가락을 꼽아 자꾸 셈을 하게 된다. 이 바보 같은 셈이 조금씩 줄어들 때쯤이면 내 아랫배에도 그만큼 힘이 더 쌓이지 않을까?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도 내 앞의 작은 돌멩이 하나를 치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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